《한국의 과학자 사회》는 다소 생소한 제목의 책이다. 과학자 사회는 흔히 과학공동체라는 의미로 불리기도 하는데, 이 책은 한국의 과학자 집단과 그들 사이의 관계와 사회와의 상호작용을 종합해 분석하고 있다. 

이 책은 어떤 특정한 시기의 과학자나 개인들의 활동을 분석하는 데 한정하지 않는다. 그 개인들 뒤에서 국가가 과학자들을 탄생시키고 조직적으로 후원하면서 어떻게 통제했는지 그리고 과학자 집단이 출현하면서 어떻게 구조화됐는지를 논문 열여섯 편을 통해 자세하게 보여 준다. 

김동광 고려대학교 과학기술학연구소 연구교수는 한국의 과학자 집단의 출현과 배경을 역사적으로 서술한다.

김 교수는 해방 이후 진보적 지식인들을 중심으로 명맥을 유지해 오던 과학자 집단이 과학기술의 성장이 본 궤도에 오른 시점 즉, 근대화를 통해 고속성장을 이루었던 1960~70년대부터 정부의 후원과 지원을 받아 성장했음을 주목한다. 

“5·16군사 쿠데타를 통해 집권한 제3공화국은 ‘빈곤퇴치’와 ‘경제개발’ ‘조국근대화’라는 기치를 내걸고 이른바 위로부터의 사회재편을 추진했다. 이것은 곧이어 중공업 육성과 북한과의 체제 경쟁, 그리고 유신체제의 공고화라는 이름으로 체계화되었다.”

과학자들은 박정희가 내세운 유신 이념의 구현을 위한 계획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면서 과학자 사회의 주장을 관철시킨다는 전략을 취했다. 이 과정에서 과학은 연구중심이 되지도 학문으로 육성되지도 못했고 기초과학은 후퇴했다. 

이어 정부가 추진하는 경제성장 정책에 걸맞는 ‘동원된 과학’으로 살아남게 됐다. 이것은 과학자 사회가 군사정권과 유신체제를 인정하면서 체제 유지에 적극적으로 공헌한다는 것을 뜻했다. 이렇듯 “정부에 과도하게 의존하면서 소수의 엘리트 과학자들이 과학정책을 좌지우지하게 되었다.”

구조 

2부에 실린 글들은 과학자 집단의 독특한 내부구조에 초점을 맞춰 분석하고 있다. 특히 현대 과학사회학의 성장에 크게 기여한 로버트 머턴은 ‘과학자 사회의 규범 구조’를 분석하면서 오늘날 많은 과학자들이 상업적 연구에 몰두하거나 논문 조작과 중복기재 등으로 일그러진 과학자 사회의 단면을 돌아본다. 

머턴은 “어떤 지식의 타당성을 판단할 때 그것을 주장한 과학자 개인의 특성을 고려하는 것이 아니라 객관적이고 보편적인 기준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모든 과학연구가 개방적으로 수행되고 그 결과로 나온 지식은 과학자 사회의 공유물이 되어야 한다는 ‘공유주의’를 주장한다. 그리고 과학자들이 사적 이해관계를 추구하지 않으며 오직 진리탐구에 몰두하도록 동료들의 감시제도가 작동하도록 하는 것, 그리고 ‘조직화된 회의주의’로 과학자들이 과학적 방법에 의해 철저하게 검증하고 무작정 수용하거나 거부하지 않아야 한다”고 경고한다. 

그러나 현실에선 논문 표절이나 데이터 조작, 몇몇 스타 과학자들의 성과를 부풀리기 위한 연구와 부정행위 등이 종종 나타난다. “과학적 지식이 상업적 이익과 깊게 결부되면서 상업적 이익의 성취를 위해 과학적 정보의 교류를 제한하는 행위, 특히 지적재산권 확보를 위한 비밀주의가 과학자 사회에서 점차 용인되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산업화와 경제발전이 지속되면서 국가가 미처 흡수하지 못한 과학적 기술들을 기업들이 독점하면서 생겨난 신자유주의의 일그러진 모습이기도 하다. 

과학기술의 발전이 인류의 공공연한 유산이 돼야 하고 생명존중과 기술 발전에 도움이 돼야 하는데 기업의 ‘지적재산권’ 은 과학기술을 사유화하면서 ‘공공의 적’이 되고 있다. 

《한국의 과학자 사회》는 과학자 집단을 연구한 결과를 모으고 이과 계열의 대학원생들을 심층 취재하고 인터뷰해 한국 과학자 사회의 현주소를 파헤치고 있다. 그리고 한국의 과학자 사회를 역사적·구조적·사회적으로 엿볼 수 있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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