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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식 '진보적 자유주의'는 대안이 될 수 없다

지난 10월 21일, 국민참여당 유시민이 내가 다니는 청주교육대학교에서 ‘대한민국 진보의 미래’를 주제로 강연했다. 그 자리에서 유시민은 스스로를 ‘진보적 자유주의자’라고 자처했다. 그는 ‘진보’를 ‘물질적 결핍으로부터 자유’, ‘불합리한 제도로부터 자유’, ‘낡은 의식으로부터 해방’이라고 규정했다. 그리고 자신은 이러한 진보를 추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유시민은 막스 베버의 ‘책임 윤리’를 들어, 한나라당의 재집권을 막기 위해서 진보정당이 민주당, 참여당과 선거연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6·2 지방 선거 때 민주노동당의 민주당 추수도 올바른 선택이었다고 주장했다. 진보운동이 대중적인 저항운동으로 귀결되는 것을 막고 자신들에 대한 지지로 흡수해 보려는 속셈이 빤히 드러난다.

유시민의 사고 방식에는 중요한 현실 분석, 사회의 권력 문제가 빠져 있었다. 사실 유시민이 주장하는 진보의 세 가지 측면 모두 자본주의 체제의 권력 문제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오늘날 사회는 결코 생산력이 부족해서 물질적인 결핍이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생필품과 식량은 전 세계 사람들이 소비하고도 남을 만큼 충분하지만 자본가들이 이윤을 위해서만 공급하기 때문에 빈곤과 기아 문제가 나타나는 것이다.

‘불합리한 제도로부터 자유’ 또한 자본가 권력 문제 해결 없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유시민이 직접 불합리적 제도의 예로 든 비정규직 노동자 차별은 이 사회의 진정한 권력자들인 자본가들이 노동자들의 단결을 막고, 노동자를 더 많이 착취해 이윤을 얻으려고 만들어 낸 것이다.

그가 말하는 ‘낡은 의식’ 또한 자본주의 체제에서 권력자들이 통치를 위해 조장하는 것이다. 청소년들의 두발 문제와 최근에 〈조선일보〉에서 문제가 된 동성애 문제 등등, 낡은 도덕주의 의식을 강요하는 세력이 주로 보수 언론에서 나오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낡은 도덕주의, 보수주의 의식은 노동자, 민중의 민주적 권리를 억압하기 위해 유포된다.

따라서 진정한 ‘진보’를 위해서는 이러한 사회의 불합리를 만들어 내는 자본가들의 권력 독점을 박탈하고 그 권력을 노동자들에게 나눠 줄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자본가들은 이러한 불합리로 득을 보는 세력이기 때문에 자발적으로 이를 고칠 생각이 없다.

이러한 실질적인 권력 문제를 고민하지 않는 한 진보는 전혀 가능하지 않다. 실제로 민주당, 국민참여당은 자본가 권력에 전면적으로 포섭돼 있기 때문에 이러한 불합리를 일관되게 고치려 하지 않았다. 그들이 집권했을 때는 오히려 그들이 말하는 불합리를 옹호하는 구실까지 했다.

현실 사회는 자본가 권력이 엄연히 존재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민주주의의 위기는 자본가들이 이윤율 하락을 극복하기 위해 노동자들을 노골적으로 공격할 채비를 하는 것과 관계 있다. 이 때문에 역사상 민주주의의 전면적인 위기는, 아래로부터의 저항으로 극복된 사례는 있어도 선거로 극복된 사례는 없었다. 따라서 자본주의를 ‘개혁’하기 위해서라도, 민주적인 사상을 가진 인사가 정계에 진출하는 것보다 혁명적 대안과 아래로부터 저항과 투쟁이 더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