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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교육이 아닌 것에 저항한 것이 죄입니까”


이 글은 10월 27일 서울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후문에서 열린 ‘정당후원 관련 교사, 중징계 저지 촛불문화제’에서 한 전교조 조합원이 연설한 내용을 옮긴 것이다.

동지들, 오늘 보궐선거 투표율도 낮다고 합니다. 정치적 무관심이 문제라고들 합니다.

그런데 정치적 무관심을 조장하는 자가 누구입니까? 전 국민을 바보로 만들어 이득을 얻는 자가 누구입니까? 바로 정치를 독점한 [보수]정치인들입니다.

타락한 정치는 정치적 무관심을 먹고삽니다. 부패한 정치는 정치에 대한 환멸감을 먹고삽니다. 정치는 원래 썩어빠진 인간들이나 하는 거니까 우리같이 고상하고 깨끗한 사람들은 정치적이지 않은 길로 가야 한다고 하는, 지극히 정치적인 견해가 있습니다.

그렇습니까? 동의하시나요?

정치가 인간과 인간 사이의 사회적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있는 것이라면, 인간과 인간 사이의 참된 관계를 꿈꾸는 교사들은 정치를 해야 합니다. 정말로 더러운 인간들이 이 사회를 장악하고 기득권을 누리려고 하는 더러운 짓이 정치라면, 더러운 오물을 뒤집어 쓰고라도 그 안으로 들어가 오물을 걷어내고 진정한 정치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보여 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자, 저 썩어 빠진 정치인들에게 이 사회를 맡겨 놓느니, 차라리 우리가 정치합시다.(박수)

정당 가입해 국회의원 하자는 게 아닙니다. 시민으로서 최소한의 참여와 감시조차 ‘정치’니까 너희는 하지 말라고 윽박지르던데, 우리가 그거 더 열심히 하자는 겁니다.

일상이 곧 정치이고 정치가 곧 일상입니다. 매일매일 정치적 긴장 관계 속에 자신을 놓아두는 것, 그것이 인간이 사회 속에서 가장 아름답게 사는 방식입니다.

이제 11월이면 G20입니다. 누구 말마따나, 쥐 한 마리 처리하기도 지긋지긋해 죽겠는데 이제 쥐 20마리가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드글드글하게 됐으니 큰일 났습니다. 위기의 자본주의 속에서 지속 가능한 착취를 모색하려고 쥐 20마리가 머리를 맞댈 것입니다.

전교조는 G20 기간에 이명박 정부의 전교조 탄압을 전 세계의 양식 있는 시민들에게 알리겠다고 선언했다.

그들은 착취의 효율화를 위해서 또 뭔가 할 것입니다. 착취할 것이 없으면 착취할 것을 만들어서라도 착취할 것입니다. 환경 문제, 여성 문제, 노동 문제도 덤으로 논해 모양새를 갖추는 척한다더군요.

우리, 쥐 20마리에게 알려 줍시다. 피의 학살로 정권을 탈취한 군사 정권이 21년 전 민주주의를 염원하는 교사 1천5백여 명을 대학살했고, 이제 2010년 이 순간에는, 투메가바이트 신자유주의 파시즘 정권이 사람을 사람답게 가르쳐 보겠다는 교사 1백34명을 대학살하고 7만 교사들에게 수갑을 채우고 입에 재갈을 물리려 한다는 것을 똑똑히 알려 줍시다.

민주주의가 21년 전으로 퇴행하는 한국의 처참한 상황을 쥐 20마리는 이해 못할지언정, 쥐 20마리의 음모를 감시하는 전 세계의 양식 있는 시민들에게는 널리 알려 연대해 싸워야 하지 않겠습니까?

새로운 글로벌 스탠더드를 만든다구요? 교사의 정치 참여가 글로벌 스탠더드입니다. 교사의 시국 선언이 글로벌 스탠더드입니다. 정치적 인간을 교육해 내는 것이 글로벌 스탠더드입니다.

해임, 파면 시킨다고 으름장 놓고 있는 대상 교사들 중 한 명인 여기 서 있는 저, 제가 스스로 이렇게 말하기는 좀 쑥스럽지만, 저 훌륭한 교사입니다. 참교사입니다. 왜냐면, 훌륭한 교사, 참교사이기 때문이 아니라, 훌륭한 교사, 참교사 되어 보겠다고 오늘도 끈질기게 전교조 하고 있기 때문에, 그래서 참교사입니다. 이렇게 훌륭한 저를 교단에서 내쫒겠다구요? 돈 만 원 냈다고? 이건 한국 교육계의 커다란 손실이 될 것입니다.

한 달에 20만 원, 60만 원 받고도, 썩은 정치 도려 내고, 정말로 못 살고 설움받고 바닥에 내동댕이쳐진 이 시대의 새로운 노예계급을 위한 정치 해보겠다고 바동거리는 분들 보고는 안타깝고 고맙고 그래서, 제가 직접 정치할 수는 없더라도 돈 만 원 보탰습니다. 점심 때 라면 대신 육개장이라도 사 드시도록 말이죠.

이게 파면, 해임될 만한 일인가요? 표창 주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툭하면 징계, 툭하면 파면, 툭하면 해임! 징계의 채찍 하나로 교사를, 전교조를 길들이겠다는 망상을 걷어치워라!

현재 파면, 해임 대상에 오르신 수많은 선생님들과 마찬가지로 저도 참 괜찮은 교사입니다. 저 교원평가 최고 등급 받았습니다. 그거 받고는 순간적으로 교원평가에 살짝 찬성하고 싶어지기도 했습니다. 저 그동안 안정적이고 따뜻한 직장에 안주하지 않았습니다.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해 왔습니다. 참교육이 아닌 것에 저항해 왔습니다. 위험을 회피하지 않았습니다. 협박에 굴복하지 않았습니다. 참된 세상 꿈꾸는 사람들과 연대했습니다.

그게 죄라면 벌을 줘 보십시오. 끝까지 저항하겠습니다!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후문에서 징계 철회 농성을 시작한 전교조 조합원들.

지난 5월 5·18 30주년 광주시향 연주회에서 말러의 ‘부활’ 교향곡을 연주하는데 시민합창단을 모집한다길래, 전교조 서울지부 합창단이 시민합창단에 참여했습니다. ‘부활’을 불렀습니다. 나태해진 이성이 내 안에서 꿈틀거리며 부활에 오는 것을 느꼈습니다.

뻐근한 감동을 안고 학교에 돌아오니, 곧 직위해제 하겠다고 합니다. 전 ‘부활’을 불렀지 ‘레퀴엠[진혼곡: 죽은 사람을 위로해 달래려는 음악]’을 부른 것이 아니었는데 이게 웬 황당한 상황입니까?

저에게 한 사흘 남았더군요. 제가 가르치는 1백80명에게 줄 선물을 부랴부랴 준비했습니다. 제가 참여한 시민합창단의 ‘부활’ 연주회 팜플렛 1백80개였습니다. 학생들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참 갑갑하더군요.

결심했습니다. 짤려도 출근한다. 닫힌 교문을 열며 출근하려는 교사 OOO…… 교문에 매달려 선생님을 외치는 나의 학생들……

그런데, 우리 학교는 교문이 없습니다. 참 난감하더군요.

이번에 만약 징계해도 출근할 것입니다. 이런 징계 인정할 수 없습니다!

이주호는 전교조를 징계하기 전에 스스로 반성문부터 써야 할 것입니다. 자기 자신을 징계해야 할 것입니다.

논문 이중 게재, 표절 의혹, 그 정도 욕먹었으면 저 같으면 깨끗이 물러났습니다. 그런 교육부 장관이 자기 입으로 학생들에게 부정행위 하지 말라고 어떻게 말할 수 있습니까? 그런 사람들 보면 체벌이 아주 제한적으로마나 좀 허용되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만…… 그건 아니겠죠?

여러분, 시민의 양심으로 정치를 청소합시다. 교사이기 전에 시민으로서, 천부적 권리와 시민권을 발동하여 청소합시다!

제가 지금부터 차마 참교사의 입에 담기 민망한 더러운 것들을 하나하나 토해낼 것입니다. 여러분께서는 하나 토해낼 때마다 팔뚝을 높이 올리고 “아웃(Out)!"이라고 외쳐 주십시오.

부적격 교육부장관, 아웃(Out)!

양심불량, 아웃(Out)!

죄송내각, 아웃(Out)!

뻔뻔정부, 아웃(Out)!

파쇼정권, 아웃(Out)!

명박정권, 아웃(Out)!

폭력정권, 아웃(Out)!

교사학살, 아웃(Out)!

전교조 탄압, 아웃(Out)!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