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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의 하나 되기

저는 현대자동차 불법파견 판정 이후 성장하고 있는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 투쟁에 함께하고 있는 현대차 정규직 노동자입니다.

대법원 판결 이후 사람들은 비정규직이 정규직 될 가능성이 있다는 희망 섞인 얘기를 많이 했습니다. 오늘(11월 10일)은 점심집회를 했는데, 한 사내하청업체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24명 중에 한 명 빼고 다 나왔을 정도로 참가율이 높았습니다.

11월 5일 현대차 비정규직지회와 ‘비정규직 없는 공장 만들기 원하청 노동자 현장투쟁단’의 출근투쟁

저는 4공장에서 일합니다. 4공장에 한 비정규직 활동가를 예전부터 알고 지냈습니다. 그 동지가 대법원 판결 이후 공장에서 초동주체모임을 꾸리려고 많이 돌아다녔고, 저도 함께했습니다.

9월에는 비정규직 노동자 모임을 수시로 했고, 10월부터 수요일마다 본관 항의 집회를 함께하면서 마치 옛날부터 친한 친구였던 것처럼 나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사이가 좋아졌습니다.

처음 제가 비정규직 모임에 갔을 때 비정규직 동지들은 제가 정규직인 줄 알고는 놀라고 반가워했습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정규직이 옆에서 피켓만 같이 들고 있어 줘도 힘이 난다고 얘기합니다.

지금 4공장에서 비정규직 노동자 조직에 직접 나서는 정규직 노동자는 거의 없습니다.

그런데 승용1공장은 분위기가 다릅니다. 회사가 승용1공장에 여유 인력이 3백36명 있다고 했을 때 노동자들은 오히려 더 많은 노동자를 배치해야 한다며 투쟁했습니다. 정규직노조 의장부 대의원회에서 라인을 세워서라도 막겠다며 투쟁을 주도했고, 비정규직 노조 대의원과 조합원들이 연대집회도 많이 열었습니다. 결국 비정규직을 우선 해고하려던 사측은 오히려 일자리를 늘렸습니다.

이처럼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연대가 잘 되는 곳에서는 비정규직 우선 해고도 막아냈는데 4공장은 아직 그렇지 못합니다. 4공장 정규직 대의원들과 좌파 현장조직들은 4공장 원하청 연대회의를 만들어지면 그때 결합하겠다고 얘기합니다.

물론 연대회의가 꾸려지면 좋겠지만, 그전이라도 먼저 정규직 조합원들이 비정규직 투쟁을 지지하는 실천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어제(11월 9일)는 비정규직 대의원대회에 참석했습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이 자리에서 투쟁을 결의했습니다.

대의원대회에서는 시급한 투쟁 사안도 논의됐습니다. 지금 시트사업부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곧 계약기간이 끝납니다. 그런데 시트사업부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대법원에서도 2년 지나면 정규직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판결한 마당에 재계약서를 쓰는 것은 불법파견을 묵인하는 셈이 된다’며 계약서를 거부하겠다는 결의를 모았습니다.

이 투쟁이 시작된다면 현대차 노사 간 대리전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런데 현대차노조 이경훈 지부장이 ‘시트사업부에서 투쟁이 벌어지면 협상 중재 구실만 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한 것은 우려스럽습니다. 이경훈 지도부는 모처럼 좋은 기회가 왔을 때 비정규직 노동자 연대투쟁을 건설해야 합니다. 그것이 정규직 조합원들도 살리는 길입니다.

저의 경험이 비정규직 투쟁을 지지하고자 하는 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