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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의 충성스러운 부관 노무현

부시의 충성스러운 부관 노무현

미국은 지난 9월 초에 한국 정부에 이라크 파병을 요청했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는 그토록 중요한 정치 의제에 대해 비밀과 은폐로 일관하고 있다. 이것이 ‘참여정부’의 민주주의다.

고약하게도, 노무현 정부는 파병과 관련해 “아무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고 시치미뗐다. 심지어 “미국으로부터 파병 규모나 시기, 지역, 군대의 성격에 대해 아무런 구체적 요구가 없었다”고까지 강변했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는 이미 파병을 결정해 놓고 대중적 반발을 무마할 명분을 찾고 있을 뿐이다.

아니나다를까 외교통상부 장관 윤영관은 “미국측이 준비해야 할 사항이 있을 것인 만큼 [파병 결정이] 너무 늦어져서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미국이 이라크 병력 재배치 계획을 작성하기 시작하는 10월에는 파병을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정부 각료들도 잇따라 파병의 필요성을 내비쳤다. 각료들의 파병 나팔에 뒤이어 노무현은 9월 29일 한미동맹 50주년 행사에서 “미국의 도움을 갚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무현도 우익들이 줄곧 외쳐 댄 미국에 대한 ‘보은론’에 맞장구치고 있다. 노무현은 지난해 대선 때 ‘반미면 어떠냐’고 말해 대중의 환심을 샀다. 당시 그는 대중적 정서에 약삭빠르게 영합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 정서와 기꺼이 충돌을 빚을 만큼 친미적이다.

노무현의 ‘보은론’은 그가 전투를 치르고 있다던 〈조선일보〉의 주장과도 전혀 다르지 않다.

“지금껏 일방적인 수혜자의 위치에 있던 한국이 이번 일로 미국을 도[와] … 미국 내에서 한국의 적극적 입지를 확보할 수 있는 능동적 측면도 함께 있다.”(〈조선일보〉 10월 2일치 사설.)

파병과 관련해, 노무현과 우파 사이에는 아주 미세한 차이만 있을 뿐이다. 노무현이 말로나마 “국민 여론”을 신경쓰는 척하다 파병을 밀어붙일 태세라면, 우파는 그런 입발림조차 거추장스럽게 여긴다.

한나라당 대표 최병렬은 “잘 알지도 못하는 국민들에게 군대를 보낸다고 하면 누가 찬성하겠느냐”고 거침 없이 말했다. 그가 보기에 “국민들의 [파병 반대] 여론은 감각적으로 느끼는 반응일 뿐”이다. 한나라당은 호전적인 미국 공화당 우파를 큰 형님으로 모시는 행동대장이다.

그럼에도 노무현과 최병렬 둘 다 미국 지배 계급에 ‘충성 맹세’를 다짐하는 부관들이기는 매한가지다.

지배 엘리트들의 파병 여론 몰이는 국민을 전혀 설득하지 못하고 있다. 보수 신문들의 여론 조사에서조차 파병 반대 여론이 다수다.

노무현 정부와 우익은 지난 봄과는 달리 더는 전쟁의 명분을 말하지 못한다. 구석에 몰린 끝에 나온 궁색한 파병 논리가 이른바 미국에 대한 ‘보은론’이다.

이렇게 노골적으로 말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파병 찬성론자들은 대중 설득력을 잃었고, 따라서 그들이 파병을 밀어붙인다면 돌이킬 수 없는 심각한 정치 위기를 겪게 될 것이다.

김인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