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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비정규직 파업 현장 취재 (11월 26일-27일):
이경훈 지부장과 박유기 위원장은 점거파업을 와해시키려 하는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점거파업 12일째인 11월 26일, 현대차 정규직 노동자들이 연대를 위해 잔업을 거부했다. 이날 잔업 거부는 금속노조 대의원대회 결의 사항으로 현대차와 기아차를 비롯해 전국의 금속노조 사업장에서 이뤄졌다.

현대차 공장 정문에서는 비정규직 조합원과 정규직 대의원·현장위원 등이 참가한 결의대회가 열렸다.

결의대회에 참가한 노동자들은 현대차지부 지도부가 금속노조 대의원대회 결정에 따라 연대 파업을 하는 대신 조합원 총회를 한 후에 결정하겠다며 뜸들이고 있는 상황에 대해 비판적 목소리를 냈다.

5공장 한 현장위원은 “연대 파업은 충분히 가능하다. 현장에서는 비정규직 투쟁에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경훈 지부장에 대한 비판도 했다. “비정규직 정규직화는 법원에서도 인정한 것이다. 이경훈 지부장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것은 법원 판결을 무시하는 것 아니냐. 총회 하겠다는 것은 비정규직 조합원들 힘 빠지게 하는 소리다.”

이경훈 지부장은 지금 시험대에 올랐다. 현대차 사측이 요구안 수용은커녕 여전히 강경 태도를 굽히지 않은 상황에서 농성 해제를 종용하는 것은 사실상 이 싸움에서 사측을 대변하는 게 되고 만다. 이경훈 지부장은 지금이라도 현장의 염원을 받아 안아 단호한 연대 파업을 선택해야 한다.

옆에 있던 다른 현장위원도 거들었다.

“말로는 열심히 하겠다고 하는데, 이경훈 지부장의 뜻을 모르겠다. 오늘 집회에도 잔업을 거부한 모든 조합원들이 참가하기로 돼 있었다. 그런데 오늘 3시에 갑자기 현장위원과 대의원들만 참가하라고 문자메시지가 왔더라.

“조합원들이 이런 집회에 참가해 자신감도 느끼고, 이를 현장으로 옮겨야 힘도 실린다. 이경훈 지부장이 그것을 회피하는 것 같다. 이렇게 하면 안 되는데 난감하다.”

한 조합원은 2006년 비정규직 투쟁 경험을 소개하며 이번에는 승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 비정규 노동자들이 해고돼서 투쟁이 벌어졌었는데, 결국 해결되진 못 했다. 당시 패배감으로 많은 비정규 조합원들이 탈퇴하기도 했다. 그러나 2006년과 달리 지금은 분위기가 많이 좋아졌다. 정규직 조합원들이 많은 지지를 보내고 있다.

“얼마 전에도 정규직 조합원들이 돈을 모아 햇반 5백 개를 1공장에 보냈고, 오늘부터 5공장 전 조합원들 대상으로 모금을 조직하고 있다. 5공장 안에서만 3천만 원 이상이 모일 것 같다.”

이런 현장의 분위기와 달리 이경훈 현대차지부장은 계속 투쟁의 김을 빼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타협을 강요하고 있다. 잔업 거부 후 정규직 조합원들을 집회에 조직하기는커녕 대의원·현장위원만 참가시킨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무엇보다 이경훈 지부장은 며칠 전, 비정규직 정규직화의 내용은 없고 문제를 동성기업 하나로 국한시켜 교섭만 시작되면 점거파업을 끝낸다는 ‘3주체(현대차지부·금속노조·비정규직 3지회) 논의안’을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강요하는 잘못을 저질렀다.

이 안은 조합원들의 거센 반발에 밀려 울산과 아산 쟁대위에서 부결됐다. 전주 비정규직지회 쟁대위에서만 ‘3주체 논의안’이 통과됐는데, 그럼에도 곧바로 현장에서 반발이 있었다. 강성희 전주 지회장이 ‘3주체 논의안’을 ‘정규직화를 위한 특별교섭’이라고 설명해 혼란을 준 사실이 알려졌고, 조합원들은 이에 반발하며 성토하고 있다. 전주 비정규직 활동가들은 반대 대자보를 부치고, 이 안을 철회하지 않으면 조합원 총투표를 요구할 것이라 한다.

협박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이경훈 지부장은 또다시 ‘3주체 논의안’을 비정규직 노조에게 강요하기 시작했다. 〈진짜 노동자〉 9호를 보면 이경훈 지부장은 어제 1공장 점거 파업장을 찾아와 이렇게 협박했다고 한다. “3주체 논의 내용을 받지 않으면 손 떼겠다. 그러면 음식도 올라가지 않을 것이다.” 도저히 민주노조 위원장의 발언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다.

점거농성장에 들어가는 박유기 위원장. 옆을 돌아보지 말고 결정한 연대 파업을 실행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민주적으로 결정한 연대파업 조직에 소홀한 채 중재에 중점을 두는 것은 직무유기다.

이런 이경훈 지부장을 비판하고 상황을 바로잡아야 할 금속노조 박유기 위원장도 사실상 다르지 않은 태도를 취했다고 한다. 금속노조 대의원대회에서 결의한 것은 연대 파업이지, 타협 강요가 아닌데도 말이다. 연대 파업에 돌입하겠다는 금속노조 대의원대회 결정 사항을 위원장부터 앞장서서 실천해야 마땅한데 완전히 잘못된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김주철 민주노총 울산본부장도 다르지 않는 태도를 취했다.

3주체(이경훈 현대차지부장·금속노조 박유기 위원장·비정규직 3지회 대표)는 다시 오늘(27일) 새벽 5시까지 회의를 했지만 결국 처음의 안과 다르지 않은 안을 내놓았다. 비정규직지회 대표들이 “정규직화에 대한 성과 있는 합의 없이 농성을 중단하지 않는다”는 문구를 넣으려 했지만, 이경훈 지부장은 끝까지 반대했다.

회의 자리에서 이경훈 지부장은 타협 압박을 거부하는 비정규직지회 대표들에게 “그만 끝내자. 총회 날짜 잡는 것밖에 없다. 대중의 힘이 얼마나 무서운지 봐라. 가서 투쟁해라”며 막말 협박을 했다고 한다.

이런 협박 속에 비정규직지회가 요구한 문구 “불법파견 교섭을 요구한다”도 “불법파견 교섭에 대한 대책을 요구한다”로 후퇴됐다.

결국 이경훈 지부장과 박유기 위원장의 협박과 압박 속에 이상수 울산 비정규직지회장과 강성희 전주 비정규직지회장이 안타깝게도 잘못된 양보안을 수용하고 말았다. 송성훈 아산 비정규직지회장만 끝까지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 민주적인 지도부라면 조합원들의 의사에 따라 잘못된 양보안을 거부하고 투쟁을 호소하는 게 옳다.

현대차지부와 금속노조 지도부가 연대 투쟁 건설보다는 중재자 구실을 하며 양보를 압박하는 게 분명해진 만큼, 정규직 활동가들이 아래로부터 연대와 압력을 건설하는 것이 훨씬 중요해졌다. 정규직 활동가들은 당장 11월 29일 현대차지부 대의원대회에서 총회를 거치지 말고 금속노조 대의원대회 결정대로 연대 파업에 돌입할 것을 주장해야 한다.

현재 1공장 농성장에서는 다시 제기된 3주체 논의안에 대한 비정규직 조합원들의 거센 반발이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비정규직지회 지도부는 이런 조합원들의 반발에 따라 3주체 논의안을 분명히 거부해야 한다. 그리고 이경훈 지부장과 박유기 위원장을 비판하면서 정규직 현장 노동자들을 향해 연대를 호소해야 한다.

현대차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은 ‘현대자동차비정규직지회 파업 관련 3주체 요구안’이 불충분하다고 만장일치로 거부했다. 연대가 커지고 있고, 투쟁 당사자가 이토록 투지 넘치는 데 왜 우리가 후퇴해야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