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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전적 대북 강경 대응은 긴장만 더 격화시킬 것이다

북한 정권의 호전적 포격 행위가 무고한 민간인을 희생시킨 지 얼마 되지 않아, 이제는 또 다른 평화 위협 요소가 등장하고 있다. 한국·미국 정부가 대북 강경책을 연달아 발표하고 있는 것이다.

당장 한미합동군사훈련이 서해에서 예정돼 있다. 이 훈련에는 웬만한 한 나라의 군사력을 능가한다는 조지워싱턴 호도 동원될 예정이다. 연평도 포격이 있었던 바로 그 서해에서 대규모 항공모함이 출동해 북한과 중국을 겨냥한 훈련을 하는 것은 한반도 긴장을 더욱 고조시킬 것이다. 조그만 충돌도 큰 재앙으로 발전할 수 있는 상황 속에서 이것은 위험천만한 행동이 아닐 수 없다.

이미 북한의 포격으로 만신창이가 된 연평도 주민들은 한미군사훈련이 더 큰 충돌과 인명피해를 부르지 않을까 가슴을 졸이며 잠을 못 이루고 있다.

우파들은 원색적인 전쟁 선동을 서슴없이 하고 있다.

조갑제 《월간조선》 전 대표는 “오늘이라도 연평도 도발에 대한 무력응징을 선언하고 전투기를 투입, 북괴군 해안포대를 없애” 버리라고 선동했다. 참여정부 때 국방장관을 지낸 한나라당 의원 김장수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북쪽) 진지를 불바다로 만들어야” 한다는 말을 서슴지 않았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국회에선 한나라당이 주도하고 민주당이 협조해서 강경 대응을 천명하는 대북 규탄 결의안이 통과됐다.

우파들이 ‘왜 북한을 더 많이 박살내지 않았냐’는 식으로 압박을 가하자, 이명박은 “왜 군은 전폭기 공격도 안 된다고 하나”, “군은 100번의 성명보다 행동으로 말해야 한다”며 자신이 얼마나 호전적인지 입증해 보이려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대통령으로부터 ‘확전 자제’ 지시를 받았다”고 실토한 국방장관 김태영을 경질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명박은 “군인들의 정신교육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북한의 향후 도발에 대해서 “ 몇 배로 보복 타격하겠다”는 김관진을 신임 국방부장관으로 앉히려 한다.

정부는 더 공격적인 방향으로 교전수칙을 개정하려 하고, 서해5도에 군 전력을 대폭 증강하고, 국방예산도 증액하려 한다.

“빨갱이”

정부와 우파들은 이 상황을 정권에게 유리하게 이용하고 있다.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고 남한 운동을 공격하는 것도 잊지 않고 있다.

“국가비상상황” 속에 ‘대포폰’은 묻혀 버렸고, 4대강 반대 집회는 ‘이 와중에 웬 집회’냐는 우파적 비난 속에 취소됐다.

조현오 경찰청장은 “경찰은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비정규직 노조의 공장 점거파업과 시위 과정에서 일어나는 불법행위를 용서하지 말고 엄정히 처벌”하라고 주문했다. 우파들은 국회 대북 규탄 결의안에 용기있게 반대한 유일한 국회의원인 진보신당 조승수 의원이 “빨갱이”라며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붓고 있다.

〈조선일보〉 주필 김대중은 “[대북 강경책을 반대하는] 상당수 좌파세력은 아예 김정일 편”, “극단적 친북·종북주의자들이 떵떵거리며 활개치는 사회는 용납할 수 없다”며 마녀사냥을 주문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정부가 대포폰 문제와 4대강 사업에 대한 국민의 눈을 돌리기 위해 북한에 먼저 도발했다”는 글을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올린 사람은 불구속 입건됐다.

불안한 그림자

우파들의 호전적인 선동과 정부의 군사력 강화 조처는 한반도 긴장을 격화시키고 남북한 민중을 더 큰 위험에 몰아넣는 일일 뿐이다.

북한이 연평도 포격과 같은 잔인한 짓을 저지를 수 있도록 빌미를 제공한 것이 바로 미국의 제국주의적인 대북 압박과 남한 정부의 대북강경책이다. 미국과 이명박 정부는 수차례 북한과 중국을 겨냥한 대규모 군사훈련을 해 왔고, 원인도 불분명한 천안함 사건으로 북한을 압박하고, 북의 금강산 관광 재개 요구 등에 무시로 일관하고, 인도주의적 지원조차 거부하는 등 대북 봉쇄 정책을 유지해 왔다.

게다가 미국은 이라크·아프가니스탄 등에서 무고한 민간인 살상을 매일같이 해 왔고, 한국 정부는 파병을 통해 이런 살상을 도왔다는 점에서 미국과 남한 정부는 북한을 비난할 자격이 없다.

북한의 군사적 도발에 무력 시위와 군사력 강화로 대응하는 것은 해결책이기는커녕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는 또 다른 재앙을 부를 뿐이다. 이것은 중국과 일본 등 한반도를 둘러싼 다른 국가들을 자극해서 이 지역의 불안정을 더욱 부추길 것이다.

이런 강경 대응 분위기가 강화되면 피해를 보는 것은 연평도 주민들을 비롯한 남북한의 무고한 사람들이다. 이런 분위기는 정권의 치부를 가리고 남한의 진보운동을 억압하는 데에도 이용될 것이다.

따라서 군사훈련, 교전수칙 개정, 군사력 증강 등 호전적 방식으로 이 사태를 해결하려는 모든 시도를 중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