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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비정규직 파업 현장 취재 (11월 28일):
이경훈 집행부는 연대를 차단하고 투쟁을 통제하려 하는가

24일부터 계속돼 온 교섭 요구안을 둘러싼 3주체(금속노조·현대차지부·비정규직 3지회)의 논의와 갈등이 우선 일단락됐다. 울산 비정규직지회 쟁대위는 장시간의 논의 끝에 일단 ‘3주체 논의안’을 수용했다.

이 안은 불법파견 정규직화 요구가 분명하게 명시돼 있지 않고, 정규직화 요구에 진전이 있을 때까지 농성을 계속한다는 문구도 빠져 있는 안이다. 이 때문에 대다수 비정규직 조합원들과 아산 비정규직지회 송성훈 지회장도 반대한 안이다.

그럼에도 울산 비정규직지회는 현대차지부 이경훈 지부장과 금속노조 박유기 위원장의 거듭된 압박 때문에 마지못해 이 안을 수용하게 됐다.

11월 28일 울산 비정규직지회는 농성장 입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3주체 논의안’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사진 제공 〈울산노동뉴스〉

하지만 11월 28일에 울산 비정규직지회 쟁대위는 이 안을 수용하는 대신 자신들의 입장을 다시 분명하게 확인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기자회견에서 비정규직지회는 “정규직화에 대한 성과 있는 합의 없이 농성을 중단하지 않는다”는 점과 교섭에 참여하는 이유가 “불법파견 정규직화 교섭을 열기 위한 점”이라는 것을 분명히 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농성을 계속하는 것은 사활적인 문제다. 2005년과 2006년에 ‘대화하겠다’는 사측을 믿고 농성을 풀었다가 뒤통수를 맞은 경험 때문이다.

이상수 비정규직지회장은 “조합원들은 2005~2006년 회사가 비정규직에 한 일을 알고 있다. 당시 대화를 전제로 일시 파업을 중단하고 농성을 풀었지만 그 이후 회사가 칼을 들이댔다. 지도부를 구속하고 고소 고발을 철회하지 않았다. 조합원을 징계하고 노조를 박살냈다”고 말했다.

농성 유지를 밝힌 기자회견에 대해 조합원들은 대부분 “지회장이 꿀리지 않고 당당하게 농성을 유지하겠다고 말해서 좋다”는 반응이다.

농성 중인 한 조합원은 한시름 놓는 표정으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사실 요구안이 마음에 들지 않지만 현대차지부와 금속노조가 원하는 것을 수용하지 않으면 우리[비정규직지회] 혼자 남게 될 것 같아서 수용할 수밖에 없었어요.”

앞서 27일, 울산 1공장 농성자들은 ‘3주체 논의안’을 가지고 혼란 속에 하루 종일 토론했다.

늦은 밤에 열린 보고대회에서 비정규직지회 이상수 지회장은 “지도부의 망설임으로 농성 조합원들과 밖에서 투쟁하는 동지들께 혼란을 야기한 점을 사과”했다. 그는 “비록 혼란이 있었지만 교섭이 있어야 정규직화 내용을 확보한다는 판단을 했다. 현장의 혼란을 종식시키고 이후 투쟁을 가열 차게 해 나가자”고 했다.

조합원들은 비록 요구안이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지회장과 지도부의 결정에 박수를 보냈다. 보고대회가 끝나자 농성장은 다시 웃음소리가 들리는 등 활기를 되찾았다.

여러 압박을 받는 비정규직지회 지도부에 대한 응원의 목소리도 들렸다. 한 농성 조합원은 “지도부가 조합원들을 믿고 다시는 흔들리지 말아야 합니다” 하고 말했다.

그러나 사측은 기다렸다는 듯이 노동자들의 교섭 요청을 거부했다. 사측은 교섭을 거부하면서 ‘교섭이 아닌 협의는 할 수 있지만 그조차도 농성 해제 후에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측은 협의 주체도 4자(회사, 현대차지부, 협력업체, 비정규직지회)로 규정했다. 사측이 제안한 이런 내용은 전혀 진전된 안이 아니다. 대법원에서도 사내하청을 불법파견이라고 인정한 상황에서 ‘협력업체’는 들러리에 지나지 않는다. 협력업체를 끌어들이는 것은 비정규직지회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태도일 뿐이다.

‘불법적인 점거가 지속될 경우에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중히 대처하겠다’는 협박도 했다. 이미 사측이 이명박 정부에게 파업 파괴를 위한 ‘긴급조정권 발동’을 부탁했다는 말도 들린다.

한 조합원은 “사실 회사가 쉽게 교섭에 나올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도 우리가 조금 양보한 만큼 일말의 기대도 했는데 농성을 풀라니 …” 하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처럼 사측은 어떻게 해서든 농성을 해제하려고 한다. 경찰도 비정규직지회 간부들에 대한 체포영장을 청구하겠다고 나섰다.

‘외부 세력’

따라서 현대차지부의 연대가 더욱 필요하고 중요해지고 있다. 하지만, 현대차지부 이경훈 지부장의 행보는 우려스럽다.

이경훈 지부장은 이번 ‘3주체 안’ 처리 과정에서 “교섭안 받아라. 안 그러면 나는 손 뗀다. 손 떼면 밥 갖다 줄 사람도 없다”는 식으로 비정규직지회를 압박했다고 한다.

11월 27일에는 농성장을 방문해 지지 연설을 하고 돌아가는 김진숙 민주노총부산본부 지도위원을 보고 이경훈 지부장이 “외부인이 어떻게 들어왔느냐?”고 화를 내는 일이 벌어졌다.

이경훈 지부장이 알아야 할 것은 농성 조합원들에게 불순 외부세력은 연대 방문자가 아니라 사측 관리자와 용역깡패들이라는 것이다. 연대방문자와 진보매체 기자 들은 우리 편이고 투쟁의 내부 세력이다. 이경훈 지부이야말로 지금 누구 편에 서 있는지, 설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트위터

이어서 농성장에는 이경훈 지부장 명의로 ‘농성장 방문자들은 지부의 확인을 거치라’는 ‘경고장’이 붙었다. 이처럼 연대하는 동지들을, 그것도 현대차지부의 상급단체인 민주노총의 지도위원을 ‘외부인’라고 부르며 단속하고, 농성에 대한 연대 활동을 통제·차단하려는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28일에는 농성장에 있다가 계단 밑으로 내려가 비정규직지회의 기자회견을 취재하고 다시 농성장으로 돌아가려는 기자들을 정규직 노조 상집 간부들이 ‘외부 사람은 들어가지 못한다’며 막아서는 일도 있었다.

비록 얼마 후 다시 기자들은 농성장으로 들어갈 수 있었지만, 이처럼 농성장 내부 소식을 전하며 연대를 호소하는 구실을 한 기자들을 내치려 한 것은 이해할 수가 없는 일이다. 농성자들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전하고 연대 확산을 호소하는 주장을 가로막아서는 안 될 것이다.

현대차지부 상집 간부들은 지금도 농성장 입구에서 일일이 농성장을 드나드는 사람들의 출입증을 확인하고 있다.

심지어 어제는 이경훈 지부장이 울산연대노조 권우상 전 사무국장을 구타하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일까지 벌어졌다.

〈울산노동뉴스〉를 보면, 이경훈 지부장은 ‘외부인’이라며 권우상 전 사무국장의 뺨을 때리고 농성장에서 끌어냈다. 이후 지부 사무실에서 이경훈 지부장은 다시 권우상 전 사무국장에게 욕설을 퍼붓고, 목을 누르며 뺨을 때리는 등 구타를 했다.

권우상 전 사무국장은 이경훈 지부장이 “무릎 꿇어라. 눈 깔아라. 니가 공장생활 한 번이라도 해봤냐? 외부세력이, 공장생활도 안 해본 놈들이 지회 조합원들을 부추기느냐?” 등의 막말을 퍼부었다고 밝혔다.

‘외부인’운운하며 농성장 출입을 통제하던 이경훈 지부장은 어처구니없게도 울산연대노조 권우상 전 사무국장을 구타하기까지 했다. ⓒ사진 제공 〈울산노동뉴스〉

이경훈 지부장뿐 아니라 금속노조 박필호 조직국장도 “외부세력이 몇 명이나 있냐? 왜 조합원들을 부추기느냐?”며 거들었다고 한다.

이런 폭력 행사와 막말이 모두 사실이라면 이경훈 지부장과 금속노조 지도부는 그에 상응하는 분명한 책임을 져야 한다.

사측이 주로 써먹는 ‘외부세력’ 운운한 것도 어처구니없다.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함께 투쟁하고 연대하는 사람이 어떻게 ‘외부세력’인가. 공장에 상주하는 용역깡패와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연행·구속하는 경찰이야말로 이경훈 집행부가 맞서 싸워야 하는 진정한 ‘외부세력’ 아닌가.

조합원들이 현대차지부 지도부의 부당한 압력에 강하게 반발한 것을 두고 ‘외부세력의 부추김’으로 해석하는 것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자발성을 무시하는 황당한 태도다.

더구나 여전히 이경훈 지부장은 총회를 거쳐서 연대 파업을 하겠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사실상 연대 파업을 할 의지와 생각이 없다는 말이다.

이처럼 민주노조 운동 전체에 먹칠을 하는 행동은 더는 없어야 한다.

이경훈 지부장은 연대를 차단하고 투쟁을 통제하려는 모든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