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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상황은 베트남과 비슷하지만 훨씬 더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이라크 상황은 베트남과 비슷하지만 훨씬 더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지난 몇 주 동안 오래된 악몽이 콜린 파월과 도널드 럼스펠드를 괴롭혀 왔다. 바로 베트남이다. 한 세대 전에 미국의 부자와 권력자들은 “이런 일이 다시는 없어야 한다.” 하고 맹세했다.

지금 도널드 럼스펠드는 저녁 뉴스에 나와, 이라크는 제2의 베트남이 아니라고 자신만만하게 주장한다.

그가 그렇게 말하는 이유는 미국 전역에서 특정 세대의 사람들이 “거기 가서 그런 짓을 하다니 돌았군.” 하고 말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1965년경 미국의 지원을 받는 남베트남 군사 독재 정부는 공산당이 이끄는 농민 반란에 패배하고 있었다. 미국 정부는 50만 명이 넘는 병력을 파병했다.

그 뒤 10년 동안 1백만 명이 남베트남에서 죽었고, 이웃 라오스와 캄보디아에서도 2∼3백만 명이 죽었다.

1965년에 평범한 미국인들, 곧 블루칼라와 화이트칼라 노동자들은 대개 전쟁을 지지했다. 그러나 1967년 말쯤 되면, 대다수가 전쟁 반대로 돌아서게 된다. 이렇게 태도가 바뀐 가장 큰 이유는 전장에서 돌아온 병사들 때문이었다. 그들은 많은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사람들은 귀환병의 얼굴에서 그 전쟁이 부당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베트남 전쟁 당시 사망한 미군이 엄청나게 많은 것은 아니었다. 사실, 한국전쟁과 제2차세계대전에서 사망한 미군이 더 많았다.

하지만 그 전쟁은 불의한 것이었다. 내가 아버지라고 가정해 보자. 내 자식이 죽을 만한 가치가 있는 전쟁에서 사망한다면 비록 내 가슴이 무너지더라도 내가 전쟁에 반대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내 자식이 불의한 전쟁에서 희생된다면, 나는 그 전쟁을 한사코 반대할 것이다.

미국 언론과 정부는 해외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관해 줄곧 거짓말을 해 왔다.

대다수 미국인은 부시나 파월과는 아주 다른 윤리관을 갖고 있다. 만일 그들이 자신들의 이름으로 자행되고 있는 일이 무엇인지 안다면 그들은 분노할 것이다. 바로 이 때문에 권력자들은 그들에게 거짓말을 해야 하는 것이다.

처음에 베트남 전쟁 반대 시위는 소규모였다. 기껏해야 1∼2만 명 수준이었다.

2년 뒤 주력 부대가 참전하자 시위대는 15만 명으로 늘었다. 그리고 다시 5년 뒤에는 1백만 명에 육박했다.

명령 거부

이번에는 이라크 전쟁이 시작하기도 전에 뉴욕에서 50만 명이 모였다. 9·11 사태가 발생한 이 섬[뉴욕의 맨해튼]에서 경찰이 불법 시위로 규정하고 공격했는데도 말이다.

베트남 전쟁 때 전투 명령을 거부하는 병사들의 모습이 TV에 방영된 것은 전쟁이 시작된 지 5년 뒤였다.

올 여름 CBS TV는 이라크 주둔 미군 병사들을 인터뷰했다. 그들은 카메라를 똑바로 응시하며 자기들이 여기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CBS는 심야 뉴스에서 이 장면을 내보냈다. 베트남의 기억은 사라지지 않았다.

미국인들은 자국 정부가 자신들에게 거짓말을 할 수도 있다는 점을 알고 있다.

블레어가 지껄이고 많은 영국인들이 속아넘어간 핵심적인 거짓말은 대량살상무기에 관한 것이었다.

부시가 한 가장 큰 거짓말은 미군이 환영받으리라는 것이었다. 이제는 그 말이 사실이 아님을 누구나 다 안다. TV 뉴스에서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아주 중요한 사실이 있는데, 그것은 미국이 지고 있다는 것이다.

펜타곤[미 국방부]이 베트남에서 자행한 대규모 살육전은 이제 불가능하다. 폭격전을 수행해 이라크인 수십만 명을 살해했다가는 전 세계의 미국 대사관이 대부분 불길에 휩싸일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 민중은 추가 파병도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부시 일당에게 가장 나쁜 것은 그들이 어떻게 베트남에서 결국 패배했는지 사람들이 기억하는 것이다. 베트남에 파견된 병사들은 자국민들이 전쟁 반대로 돌아선 것을 보면서 고국을 떠나왔던 것이다.

두렵지 않았다

그들은 전투 명령을 거부하기 시작했고, 전투를 강요하는 장교들을 살해했다. 이것이 바로 펜타곤을 괴롭히는 기억이다.

4월에 실시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4분의 3 이상이 이라크 점령을 지지했다. 지난 주에는 여론조사에 응한 미국인의 대다수가 점령 비용으로 8백70억 달러를 부시가 추가 요구한 것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우리가 그저 팔짱끼고 앉아서 기다리자는 말은 아니다.

미국의 부자와 권력자들은 이미 1968년에 자신들이 베트남에서 철수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하지만 그들은 1973년까지 베트남을 떠나지 않았다. 그 5년 동안 2백만 명이 죽었다.

우리는 계속 압력을 가해야 한다. 미국 정부는 패배할 수 있다. 미국인들은 과거에도 불의한 전쟁에 저항한 적이 있다. 그런 일이 다시 벌어지면 그 결과는 군사적 의미를 훨씬 뛰어넘을 것이다.

2주 전 칸쿤에서 열린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담이 무산됐다. 그것은 부시·블레어·IMF가 주도하는 경제 정책을 증오하는 모든 사람이 거둔 중요한 승리였다.

그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모든 반자본주의 시위대가, 또 모든 제3세계 정부들이 부시가 이라크에서 얼마나 허약한지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이제 미국의 힘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미국 정부는 자신의 군사력과 미국 기업의 권력이 아주 긴밀한 관계라고 생각해 왔다. 따라서 미국이 크게 패배하면 전 세계에 있는 모든 미군 장성들, 기업 이사들, 사유화 주창자들도 큰 타격을 받을 것이다.

“미군의 사기, 기강, 전투 준비 태세는 20세기의 어느 때보다 더 낮고 더 악화됐다. 이제 ‘수색하고 탈출하기’[야전 전투 회피]가사실상 전쟁 원칙이 됐다.”

-육군 대령 R D 헤이늘, 1971년 6월 베트남

“나는 전에 ‘미국의 헌법을 수호한다’는 대의를 위해 근무하고 있다고 믿었다. 이제 더는 그런 말을 믿지 않는다. 나는 결의는 물론 확신도 잃어버렸다. 반쪽짜리 진실과 뻔뻔스런 거짓말이라고 생각되는 것을 근거로 내 군 복무를 정당화할 수는 없다.”

-팀 프레드모어, 101공중강습사단, 2003년 9월 이라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