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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비정규직 파업 현장 취재 (12월 6일):
이경훈 집행부는 총회 카드로 농성 해제 협박말라

결국 현대차지부 이경훈 집행부가 조합원 총회를 통해 비정규직 투쟁에 대한 연대 파업 찬반을 묻기로 했다. 오늘 열린 현대차지부 확대운영위원회는 12월 8일 총회를 개최한다고 공식 결정했다. 이는 투쟁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그 지지자들을 매우 분노케 하는 결정이다.

이미 11월 22일 금속노조는 대의원대회를 통해 연대 파업을 결의했다. 이 결정 자체는 총회를 통해 다시 묻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최고 의결기구인 대의원대회는 파업을 결정할 수 있고, 이미 그런 선례가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경훈 지부장은 반드시 총회를 통해 파업 의사를 묻겠다고 한다. 대의체계도 인정하지 않는 비민주적인 처사다. 그러면서 이경훈 지부장이 “규약과 규정”을 들먹이는 것은 황당하다. 금속노조 규약을 자기 멋대로 해석하는 것이다.

총회를 하게 되면 정몽구는 온갖 악선동과 술수를 부려서 부결을 유도할 것이다. 부결이 되면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분열이 벌어질 것이고 많은 사람들이 냉소와 좌절에 빠질 것이다. 노조에 대한 국민적 불신도 커질 것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이 총회를 ‘자살 총회’라고 부르는 것이다.

도대체 동생이 깡패들에게 두들겨 맞고 있는데, 도와줄지 말지를 투표로 결정하는 형이 어디 있는가? 이것은 ‘아름다운 연대’가 아니다.

그동안 농성 비정규직 조합원뿐 아니라 많은 정규직 활동가 들이 총회를 거치지 말고 금속노조 대의원대회 결정대로 파업에 들어가자고 주장했다. 이경훈 지부장은 이 절절한 호소를 매몰차게 외면했다. 결국 파업할 생각과 의지가 없다는 말이다.

더구나 지난 12월 4일 사측이 폭력적으로 농성장 침탈을 시작했다. 그동안 이경훈 집행부는 ‘농성장 침탈 때는 곧바로 총파업’이라고 여러 차례 공언해 왔다.

그런데 사측이 거대한 철제 구조물로 공장 건물을 찍어 내리며 동지들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데도, 이경훈 지부장은 약속했던 파업에 들어가지 않았다. 물론 ‘침탈시 총파업’을 결정해 놓고 일언반구도 없는 금속노조 지도부도 똑같이 비판받아 마땅하다.

총회를 8일에 하겠다는 결정은 명백히 의도된 것이다. 바로 8일 예정된 금속노조 확대 간부 파업과 쟁의대책위원회(이하 쟁대위)에 힘을 빼려는 것이다. 쟁대위는 8일 회의를 열고 12월 10일을 목표로 연대 파업 논의를 하겠다고 이미 밝힌 바 있다. 결국 현대차지부 집행부의 총회 결정은 끝까지 연대 파업에 초를 치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이경훈 지부장은 수도 없이 농성 동지들에게 타협을 강요하고 농성 해제를 종용했다. 농성 해제를 요구하며 비정규직지회 이상수 지회장에게 “손 떼겠다”며 협박하기도 했다.

그러나 비정규직 조합원들이 흔들림 없이 투쟁하며 이런 압박을 거부하자 이제는 아예 배수의 진을 치고 동지들을 협박하는 것이다. ‘총회가면 1백 퍼센트 부결난다’고 협박하면서 무슨 수를 써서라도 총회 전에 농성을 해산시키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이경훈 집행부는 ‘8일 총회를 소집하되, 그 전에 교섭이 열리면 총회를 연기하고 비정규직지회는 농성을 해제해야 한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비정규직지회에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농성을 해제하라’는, 사측이 할 법한 요구를 현대차지부 집행부가 노골적으로 하고 나선 것이다. 말 그대로 최후통첩을 한 것이다. 이것은 결코 ‘아름다운 연대’가 아니다. 추잡한 협박이다.

농성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최후통첩’식 농성 해제 협박에 크게 실망했을 것이다.

최후통첩

그러나 비정규직 투사들은 이런 이경훈 집행부의 협박에 결코 굴복하지 말아야 한다. 지금 상황에서는 무엇보다 농성을 단단히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설령 교섭이 열려도 농성을 해제 하는 순간 사측은 돌변할 것이다.

비정규직 동지들을 짐승처럼 두들겨 패는 사측의 행태를 결코 잊어선 안 된다. 황인화 동지를 분신으로 내 몬 자들을 잊어선 안 된다. 농성을 해제하는 순간 사측은 비정규직 노조와 노동자들을 다시 야수처럼 탄압할 것이다.

이상수 현대차 비정규직지회장은 2005~2006년 투쟁을 돌아보며 “대화를 전제로 일시 파업을 중단하고 농성을 풀었지만 그 이후 회사가 칼을 들이댔다. 지도부를 구속하고 고소 고발을 철회하지 않았다. 조합원을 징계하고 노조를 박살냈다”고 말한 바 있다.

2006년 파업 때 오류를 범했던 비정규직지회 박현제 전 지회장도 이 점을 인정한다.

“2006년에 사측으로부터 교섭을 강제한다는 이유로 파업을 중단했다. 그러나 이후 교섭에 힘이 실리지 않았다. 교섭을 진행하면서 파업을 재조직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었으나 안됐다. 그게 오류였고 실수였다. 그 이후로 조직이 많이 와해됐다.”

비정규직 투사들은 뼈아픈 경험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설령 당장 교섭이 열려도 정규직화에 대한 실질적 성과 없이 절대 농성을 해제해선 안 된다. 지금은 대오를 유지하며 정규직 노동자와 다른 금속 노동자에게 연대 투쟁을 호소할 때다.

비정규직지회 지도부는 부당한 압력에 타협하지 말아야 한다. 이미 몇 차례에 걸쳐 조합원들은 ‘정규직화 성과 없이 농성을 해제하지 않는다’고 분명히 결정했다.

현대차지부 이경훈 집행부가 막무가내 식으로 나가며 본색을 드러내는 지금, 정규직 현장조직과 활동가들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모든 현장조직과 활동가들은 비정규직 동지들이 흔들림 없이 농성장을 사수하도록 도와야 한다.

현대차지부에 대한 공개적 비판과 더불어 총회를 압도적 찬성으로 가결하도록 선동해야 한다. 총회 가결을 위해 성명 발표, 선전전 진행, 중식 집회 등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 해야 한다.

만약 총회가 부결된다면 정몽구와 이명박이 얼마나 쾌재를 부를지 생각해 보라. 더욱 비정규직과 정규직을 이간질해 자신들의 배를 불릴 것이다. “정규직 이기주의”, “귀족 노조”라는 주류 언론의 역겨운 비난도 뒤따를 것이다. 이 투쟁을 외면한다면 내년에 있을 단체협상 투쟁 때 도대체 누구에게 지지를 호소할 수 있겠는가.

지금 비정규직 투쟁은 정규직의 투쟁이기도 하다. “비정규직이 무너지면 정규직도 무너진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연대 투쟁이라는 민주노조 운동의 자랑스러운 전통을 이어 나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