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은 부패하고 정의가 실종된 자본주의에 대한 고발장이다.

조정래는 지난 40년 동안 들어온 ‘지금은 축적의 시기이지 분배의 시기가 아니다’라는 말에 신물이 났다고 한다. 그래서 과연 소설 맞나 싶을 정도로 곳곳에서 정치적 입장과 집필 목적을 분명하게 밝힌다. 저자의 목적은 궁극으로는 ‘경제민주화’를 이룩하는 것이고, 당장에는 대중이 이 문제에 경각심을 갖게 하는 것이다. 

저자는 이 사회의 썩은 물줄기의 원류를 대기업 집무실에서 찾는다. 동시에 대기업 사이의 경쟁이 부패를 전 사회적으로 고무하게 되는 양상을 보여 준다.

이야기는 재계 2위 기업이 1위 기업의 뇌물기술자를 영입하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1위 기업 총수와 같은 죄를 지었는데 자신만 실형을 받은 것에 분개한 2위 기업 총수의 ‘신기술’ 투자다. 체계적인 비자금 조성 기법과 뇌물로 권력의 그물을 짜는 원천 기술들이 전이된다.

저자는 새로 온 뇌물기술자가 포함된 그룹 간부들 사이의 대화를 중심에 두고 이야기를 끌어 나간다. 회장님의 ‘지상명령’을 수행하는 이 직속 부하들 사이에서는 돈의 흐름이 모든 상황을 지배하고, 모든 인격이 돈에 종속된다. 

또한 저자는 그룹 총수의 입을 빌려 자본의 파괴적인 논리를 말한다. 범죄에 대한 도덕적 판단은 사라진다. 뇌물은 이윤 추구의 합리적 도구가 되고 노동자들은 살아 있는 인간이 아니라 재료로 취급된다. 노조는 없어져야 할 혐오스런 존재다.

회장이 부하들 위에 군림하면서 쾌감을 느끼는 장면, 부하 직원이 자신의 충직함을 인정받으려 벌이는 자해 소동은 마치 조폭 영화를 보는 것 같다. 자연스레 삼성 이건희와 현대 정몽구가 겹쳐 보인다.

조정래는 이 책의 제목에 두 가지 의미를 부여한다. 

하나는 후안무치한 작태를 벌이는 기업들을 허수아비 같은 상태로 무력화해야 한다는 의미다.

다른 하나는 대중이 이미 자본주의의 탐욕성을 내면화해 “자발적 복종”과 “집단 최면 상태”에서 허수아비처럼 춤추고 있다는 것이다.

그의 말대로 자본주의 체제가 가하는 일상적 압력은 실질적인 것이다. 그것은 소외된 개인들에게 두려움을 불러일으키고 자본주의의 비판자조차도 무관심과 체념에 감염시킬 수 있다. 

이 압력에 굴복해서 안 된다는 노(老)작가의 용기 있는 주장은 호소력이 있다. 

저자는 ‘경제민주화’를 위한 구체적 실천 방안으로 시민단체 양성을 통한 기업감시와 불매운동 같은 개인들의 윤리적 소비 행위를 통한 착한 기업 만들기를 제시한다. 

공감 가는 측면이 많지만 자본주의 체제를 소비자 운동으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은 공상적이다. 

소설에 묘사된 것처럼 자본주의에서 “모든 권력은 돈에서” 나오지만 그 돈, 곧 이윤은 노동자들의 노동에서 나온다. 따라서 이윤이 발생하는 생산영역에 집단적이고 단결돼 있는 강력한 저항이 존재한다면 기업의 권력도 사상누각이 될 수 있다.

저자의 대안이 지닌 한계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도전적인 작가 정신이 싱싱하게 살아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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