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정부가 1995년부터 추진해 온 국공립대 법인화가 결국 첫 삽을 떴다. 12월 8일 예산안과 함께 서울대 법인화 법안이 날치기 통과한 것이다.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이주호는 “대학에 자율성을 주고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법인화의] 목표”라고 말했다. 대학을 시장과 경쟁의 논리에 맡겨서 이윤을 늘리겠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2012년부터 서울대 자산 소유 권리와 재정·인사 등 각종 운영 권리가 국가에서 법인 이사회로 넘어간다. 서울대가 채권을 발행하고 자유롭게 수익 사업을 하는 방안도 열렸다.  

12월 17일 서울대 법인화 반대 집회  눈이 오는 날씨에서 2백여 명이 모여 “대학을 기업화하는 법인화 반대”를 주장했다.

법인화는 대학 구성원들의 “자율성”과 민주주의를 심각하게 훼손한다. 법인화 때문에 1987년 민주화 운동의 여파로 시행하기 시작한 총장 직선제는 폐지된다. 대신 이사회가 총장을 임명하고 서울대를 좌지우지하게 됐다. 

“이사회 15명 중에 학내 구성원은 4명 정도 들어갑니다. 그리고 교과부 차관 들어오고 기재부 차관 들어오고 … 나머지는 보나마나 기업체에 있는 분들이 많이 들어오시겠죠.” 농경제사회학부 최영찬 교수 말이다. 대학 운영이 정부와 기업의 입김에 더한층 종속되는 것이다. 

정부가 강화하려는 “대학 경쟁력”도 교육이 아니라 돈벌이를 위한 경쟁력이다. 

벌써부터 일부 교수들은 “어떻게 하면 고추장, 된장을 상품화를 할까” 고민하고 있다고 대학노조 김연옥 서울대지부장이 말했다. 

수익성을 우선시하다 보면 서울대도 중앙대처럼 돈벌이가 되는 학문만 육성하고 비인기 학과는 구조조정하는 일이 벌어질 것이다. 

등록금 인상은 불을 보듯 뻔하다. 서울대는 이미 등록금이 연간 6백8만 원으로 국공립대 중 최고다. 그런데도 “장기 발전 계획을 보면 서울대 본부는 노골적으로 ‘대학 재정 어려우면 지금의 등록금 유지 못한다. … 전문대학원이 반발이 없으니까 거기부터 올리겠다’ 하고 이야기를 합니다.”(지윤 서울대 총학생회장)

비용을 줄인다는 논리로 직원 구조조정도 벌어질 것이다. 일본에서는 국공립대를 법인화하면서 대학 직원 10만 명 정도가 해고됐다.

법인화가 지방대학으로 확대되면 학벌에서 상위를 차지하는 대학은 살아남는다 해도 지방대학들은 운영이 더욱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대학 양극화, 서열화가 더욱 심화할 것이다. 

날치기

서울대를 선두로 인천대, 충남대, 부산대 등 다른 국공립 대학들도 법인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저항도 만만치 않다. 교수·학생·직원으로 구성된 서울대 공대위는 “법인화 법안 폐기를 위해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12월 17일 학내 집회를 하고, 20일부터 본관 앞에서 천막농성에 들어갔다. 

“법안을 폐기하기 위해 방학 때 농성을 하면서 학생들에게 알리고, 내년 3월에는 3천 인 선언을 해서 최대한 반대 의견을 모으려고 합니다.”(지윤 서울대 총학생회장)

전국 국공립대 총학생회장단 연석회의도 기자회견을 하고 1월 29일 법인화 반대 집회를 열기로 했다. 전국 국공립대학 교수회 연합회는 서울대 법인화 법안을 폐기하지 않을 경우 정권 퇴진 운동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서양사학과 최갑수 교수는 긴 안목을 갖고 끈질기게 투쟁하자고 말했다. 

“1946년에 미군정이 미국의 주립대학을 본따서 서울대에 법인 이사회를 두려는 시도를 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에는 막지 못했지만 계속 투쟁한 결과 3년 후에 성공을 거둬 1949년에 결국 서울대는 국립으로 탄생했습니다.”

당시 법인화를 폐기시킬 때 57개 학교에서 4만 명이 동맹휴업을 하며 강력히 투쟁했다. 

2009년 9월 실시한 총투표에서 서울대 학생 79퍼센트가 법인화를 반대했다. 법인화를 막으려면 이런 여론을 모아 학생들의 동맹휴업과 교직원들의 파업 같은 강력한 투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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