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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천만한 한미일 동맹 강화 시도

최근 며칠은 동아시아 지역이 얼마나 큰 경쟁과 갈등을 포함하고 있는지 보여 주는 (또 한 번의) 계기였다.

언론 보도를 종합해 보면, 지난 주말 러시아의 요구로 열린 유엔 안보리 회의는 강대국들 간 이해관계가 대립하면서 완전 난장판이 됐다. 열강은 8시간 동안 설전을 벌이고도 합의문 한 장을 내지 못했다.

한국 정부는 이런 갈등의 한복판에서 미국과 함께 중국의 반대를 무릅쓰고 대북 압박에 나서고 있다.

미국 초대형 항공모함 조지워싱턴호가 참여한 12월 5일 미일 합동 군사 훈련

또, 중국어권에서 영향력이 있는 매체인 〈봉황 텔레비전〉은 중국과 러시아가 내년에 최초로 연례 합동 군사 훈련을 한반도 근처에서 벌일 예정이라는 소식을 전했다.

이런 소식들을 보면 한편에 중국과 러시아가 있고 다른 한편에 미국과 동맹들이 있는 것이 마치 냉전 대립구도를 연상시킬 정도로 긴장이 고조되는 듯이 보인다.(물론 같지는 않지만 말이다.)

오늘날 동아시아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진정한 원인은 냉전 구도의 잔존이 아니라 냉전 종식 후 미국이 자신의 패권을 지키기 위해 북핵 위기를 이용했기 때문이다.

1990년대 초부터 북한핵 개발 위기를 과장해 온 것은 지역 동맹들을 결집하는 데 효과가 있었다. 특히, 미국은 1990년대 중반부터 중국의 경제와 영향력이 커지자 이 결집이 북한의 후원자 노릇을 하는 중국을 견제하는 구실을 하기를 바랐다.

오바마 정부는 이런 역대 미국 정부의 기본 방향을 계승하고 있다.

그는 올해 동아시아에서 일련의 사건들 - 천안함 사건, 센카쿠/댜오위다오 열도를 둘러싼 중국과 일본의 갈등 등 - 이 발생했을 때, 그것을 중국과 한미일 동맹 간 날카로운 입장 대립을 유도해 미국 중심의 군사 동맹으로 강화하는 데 이용했다.

따라서 최근 남북 간 포격 사태를 둘러싸고 중국과 한국 정부 사이에 6자회담이나 사격 훈련을 둘러싸고 첨예한 입장차가 드러나는 것을 오바마 정부가 꺼릴 이유가 없었다.

또, 최근 일본 민주당 정부가 발표한 신방위대강은 일본 정부가 미국에 발맞추어 중국을 견제하는 움직임에 한 걸음 더 다가섰음을 보여 주는 것이었다.

일본 정부는 포격 사건을 이용해 ‘북한 위협’을 강조하면서 신방위대강이 함축하는 일본 방위 전략의 변화를 상대적으로 자연스럽게 대중에게 강요할 기회를 얻었다. ‘북한 위협’을 옹호하는 중국을 견제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분위기를 조성하려 했다.

일본 정부는 이 보고서에서 북한을 ‘당면한 위협’으로, 중국을 ‘우려 국가’로 분류했지만, 실제로 이번 신방위대강이 담은 가장 큰 변화는 ‘당면한 위협’인 북한에 대처하는 법이 아니라 아직은 ‘우려’의 대상인 중국에 대처하는 법이다.

〈아시아 타임스〉의 보도를 보면, “냉전 시대 장비와 조직 - 특히 러시아를 향해 있는 일본 최북단인 훗카이도에 배치된 육상자위대 - 를 줄이는 대신, 일본 남단 오키나와의 난세이군도[센카쿠/댜오위다오를 포함]와 중국, 타이완과 가까운 동중국해 지역에 더 많은 군대를 배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것의 목표는 명백히 중국 해군 증강에 대처하려는 것이다.”

해군증강

신방위대강에 중국 정부는 대단히 민감하게 반응했는데, 〈아사히 신문〉은 그 이유에 관해 중요한 지적을 했다.

“중국 정부의 비판 중 하나는 미국의 대중국 전략이 신방위대강에 반영됐다는 것이다. [미국 국방부] 4개년국방정책검토(QDR)는 중국의 서태평양 진출 전략에 대응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따라서 난세이군도 방어선을 강화하자는 방위대강의 제안은 QDR에 영향을 받은 것이다.”

물론, 이 지역 경제와 중국 경제 사이의 복잡한 관계 때문에 한미일 3국 동맹을 반중 동맹으로 공식화하는 것은 언제나 논쟁적인 일이다.

대단히 친미적인 〈조선일보〉조차 이 어려움을 잘 인식하고 있다. 최근 〈조선일보〉 사설은 이렇게 말했다. “미국은 한·미·일 연합 군사 훈련의 주된 목표로 대북(對北) 공조 필요성을 내걸고 있지만 여기에는 대(對)중국 견제라는 더 큰 배경이 있다 … 중국은 한·미·일 3국 군사 협력 강화를 중국을 포위하려는 적대적 움직임으로 간주하고 있다. 대한민국으로선 몇 배 신중하고 민감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는 문제다.”

며칠 뒤 〈조선일보〉는 “한·미 동맹의 전략적 기본축 위에 서서 한국이 중국을 포위하는 한쪽 날개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신호로 중국의 불안감을 누그러뜨”려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나 〈조선일보〉를 아무리 열심히 읽어도 어떤 신호가 그토록 신통한지 알 수가 없다.

한국 지배자들은 이런 모순을 인식하면서도 미국과의 긴밀한 동맹관계를 약화시킬 수 없다. 미국과 관계는 한국 자본주의에게 통상 규모로만 따질 수 없는 중요한 가치를 지니기 때문이다. G2라는 호들갑과 달리 미국은 여전히 세계 최대 경제고, 미국 통화는 기축통화며, 미국은 전 세계 군비의 절반을 차지한다.

한국 지배자들에게 이상적인 상황은 미국과 동맹을 긴밀히 유지하면서도 중국의 고도 성장에서 이익을 누리는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다.

그러나 2008년 시작된 대불황으로 국가들 간 관계에서 경쟁적 성격이 점차 강해지면서 이 모순적 균형이 흔들리고 있다. 올해 동아시아에서 이 많은 사건이 발생하면서 뒤숭숭했던 것은 우연이 아니다.

물론, 아직 미국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뒷처리하기 바쁘다. 경제적 상호관계는 위기가 발생했다고 하루아침에 사라지지 않는다.

이것이 미국, 그 동맹과 중국 사이의 경쟁적 관계가 최악으로 향하는 것을 어느 정도 제어하는 구실을 하고 있다.

그러나 반중 동맹으로서 한미일 동맹을 강화하는 것은 경제 위기가 심화하는 현재 상황에서 재앙을 향한 문을 활짝 열어두는 위험천만한 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