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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좌파가 선전한 전교조 선거 결과

전교조 신임 지도부 선거에서 대정부 투쟁을 강조한 범좌파 진영의 진영효‍·‍박옥주 후보가 투표자의 절반 가까이 되는 48.8퍼센트의 지지를 받았다. 범좌파 진영은 적은 표 차이로 안타깝게 낙선했지만, 지난 두 차례의 선거(2006년과 2008년) 때보다 각각 5.2퍼센트, 0.5퍼센트씩 많은 득표를 하며 좌파의 강력함을 과시했다.

특히 민주당과 전략적 동맹이 아니라 “전국적 투쟁을 조직하겠다”는 주장이 큰 지지를 얻은 것은 매우 값진 성과다. 이것은 지난 선거 때와 현 상황을 비교하면 더 분명해진다.

합동토론회에서 연설하는 진영효 위원장 후보 그의 선명한 좌파적 주장이 큰 호응을 얻었다.

2008년엔 거대한 촛불운동 속에서 MB식 경쟁교육 반대운동이 거대하게 벌어졌고, 그 속에서 민주당은 꾀죄죄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투쟁이 크게 분출하지는 못하고 있고, 운동 내에서 민주연합 논리가 힘을 얻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탄압을 피해 진보교육감과 협력해 개혁을 추진하자는 온건파의 주장이 더 힘을 얻을 법도 했다.

이 같은 조건에서도 범좌파 진영은 굽히지 않고 좌파적 기조를 분명히 했다.

범좌파 진영의 여러 활동가들은 이구동성으로 진영효 후보의 선명한 주장이 “신선한 자극을 주며 결속을 다지게 만들었다” 하고 말했다. “그동안 좌파도 선거주의에 타협하곤 했는데, 진영효 후보가 이런 타성을 깨게 해 줬다.”

절반 가까이 되는 조합원들은 이런 후보를 지지하며 이명박 정부에 맞서 싸워야 한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선거는 범좌파의 승리나 다름 없다. 이것은 진보교육감 당선 이래 조금씩 자신감을 회복하고 있는 전교조 조합원들의 상태를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범좌파 진영은 안타깝게도 서울지부장 연임에 실패했지만, 후보 간 표 차이가 1백95표 정도로 근소했던 것을 보면 결코 낙담할 상황은 아니다. 더구나 서울의 주요 좌파 활동가들은 이명박 정부 2년간 징계 3관왕, 4관왕을 달 만큼 정부의 집중 탄압을 받았고, 이 때문에 손발이 묶여 기층을 조직하는 데도 제약을 받았다.

선봉장

이명박 정부의 악랄한 탄압 속에 전교조 조합원 수가 1만 명 이상이나 줄어들 정도였고 서울 지역 좌파 활동가들이 그 핵심 표적이었다. 그런 탄압 속에 위축됐던 전교조 교사들의 자신감이 최근 회복되고 있는 수준을 볼 때, 서울에서 좌파 후보가 받은 지지는 결코 작은 게 아니었다.

개정교육과정에 반대해 투쟁을 이끌어 온 진영효 후보가 좌파 현장모임 ‘교찾사’(교육노동운동의 전망을 찾는 사람들)의 영향력을 넘는 넓은 층의 지지를 받았던 것을 보면, 서울지부장에 출마한 교찾사 후보가 특별히 약세였던 것도 아니다. 진영효 후보는 경기, 경남 등 전통적으로 온건파가 강했던 지역에서도 지난 선거에 비해 지지를 좀더 얻었다.

따라서 범좌파 진영은 이번 선거가 보여 준 가능성에 착목해 아래로부터 진지하게 투쟁을 조직해야 한다.

최근 장석웅 새 지도부는 우려스럽게도 경쟁교육 정책의 선봉장인 이명박 정부에게 ‘21세기 미래교육위원회’를 구성해 교육개혁을 추진하자고 제안했다.

또 2012년 대선‍·‍총선을 겨냥해 민주‍·‍진보진영의 협력을 강조하고, 이를 위해 교원평가 반대투쟁 같은 “다소 과한” 방식의 투쟁과 요구를 자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태도는 벌써부터 난관에 부딪히고 있다.

정부는 신임 지도부가 당선하자마자 교원평가에 따른 강제연수를 지시했다. 장석웅 당선자가 교원평가 폐지 요구를 “교사 이기주의”라고 폄훼하며 민주당 등과 협력을 꾀한 것이 지배자들의 눈에는 공격을 서두를 ‘약한 고리’로 보였을 것이다.

더욱이 “이명박 정권의 레임덕이 가시화할수록 [정부의] 전교조 탄압은 더욱 교활해질 것”이고 “교원평가, 일제고사, 2009 개정교육과정, 수능개편 등 결코 쉬운 것 하나 없”는(〈교육희망〉) 중요한 과제들도 피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정부의 공격에 효과적으로 맞서려면 투쟁의 압력을 넣을 좌파의 구실이 중요하다.

좌파는 무엇보다 운동에서 제기되는 여러 물음에 설득력있는 답변을 내놓으며 조합원들의 정치적 자신감을 끌어올리려는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그러려면 이명박의 위기와 투쟁 분출의 가능성을 충분히 이해하고 강조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것은 진보교육감 당선이 낳은 기회를 공세적으로 움켜쥐려는 노력과도 맞물려야 한다.

정부의 심각한 정치 위기와 경제 위기는 멀지 않은 미래에 좌파들에게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심각한 재정 위기 속에서 유럽의 교사 노동자들이 투쟁의 중요한 일부로 나선 것처럼 말이다. 굳건한 좌파의 존재는 이럴 때 더욱 빛을 발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