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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자치공간 철거 반대 투쟁이 승리하다

고려대학교 당국은 경영대의 네 번째 건물인 현대자동차관을 건설하면서 옆에 있던 사범대 분관을 철거하려고 했다. 사범대 분관은 사범대 자치공간, 조형학부 수업공간, 학과 사무실 등이 있는 건물이다.

고려대 당국은 원래 2004년에 경영대 호텔을 지으려고 이 건물을 철거하려 했으나 학생들의 반대에 부딪혀 철회한 적이 있다. 고려대 당국은 사범대 학생회가 2년째 공석인 틈을 타서 그동안 성가셨던 이 건물을 철거하려고 했던 것 같다.

사범대 학생들은 학생회가 없음에도 분관 철거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사범대 분관 철거 반대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를 만들어 대응했다. 2004년 사범대 학생회 집행부였던 나도 대책위원회 회의에 참가했다. 나는 2004년에 어떻게 싸웠는지 글을 써서 제출하고 학생들이 궁금해 하는 것을 함께 토론했다.

대책위에 모인 학생 대표들은 이것이 경영대와 사범대 학생들 사이 갈등이 아니라 학교 당국의 잘못된 정책에서 비롯한 문제라는 점, 그리고 이번에 새 건물을 지으며 경영대의 자치공간은 모두 사라진 데서 볼 수 있듯이 자치공간 문제가 단지 사범대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체 학생들의 문제라는 점을 처음부터 분명히 하면서 투쟁을 시작했다.

대책위 학생들은 학교 당국이 얼마나 비민주적인지 깨달았다. 항의행동을 통해서야 공간위원회 회의 시간과 장소를 알아낼 수 있었다.

대책위는 항의행동을 통해 공간위원회 회의를 무산시키고 대신 학생 대표들과 학장·학생처장·관리처장의 면담을 따 냈다. 대화조차 투쟁을 통해 가능하다는 것을 우리는 함께 깨달았다.

결성 일주일 만에 2백 명 규모 집회를 개최한 대책위는 집회 일주일 만에 사범대 학장으로부터 철거를 하지 않겠다는 공식 약속을 받을 수 있었다.

나는 투쟁 경험도 없는 학생들이 건물 철거를 막아내는 투쟁을 성공으로 이끈 데서 깊은 인상을 받았다.

2백 명이 모여 집회를 열었을 때 학생들은 본관 안으로 행진을 해 들어가 복도를 가득 채웠다. 출교 철회 투쟁 이후 고려대에서 학생 쟁점으로 본관 안에 진입한 사례가 없었다.

이번 사건뿐 아니라 좌파 총학생회의 당선, ‘고대녀’의 문과대 학생회장 당선 등을 보면서 고려대에서도 급진화 분위기가 강화되고 있는 듯하다.

학생 조직좌파들은 진취적이고 개방적인 자세로 이런 투쟁에 함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