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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 ? 불안정한 회복마저 흔들릴 것

지난해 한국 경제는 6퍼센트 성장한 것으로 추정된다. 2009년에 0.2퍼센트 성장에 그쳤기 때문에 2010년만 보자면 경제 상황은 꽤 좋았다고 말할 수 있다.

이것은 세계경제가 2009년에 견줘 성장을 한 덕분이다. 2009년에 성장률이 마이너스였던 미국·EU·일본은 플러스로 돌아섰고, 한국의 주요 교역국인 중국의 성장률은 2009년 9퍼센트에서 2010년에는 10퍼센트로 높아졌다.

이처럼 주요 경제들이 불안정하나마 회복되면서 한국은 주요 산업인 반도체·자동차 등에서 수출이 확대될 수 있었다. 2010년 수출은 28.5퍼센트 상승했다.

수출이 급증함에 따라 제조업 생산과 설비투자도 크게 늘었는데, 2010년 7월 제조업 평균가동률이 84.8퍼센트를 기록해 30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고 반도체·자동차 두 산업의 생산 증가가 전체 제조업 생산 증가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설비투자도 반도체 등 IT 산업과 자동차 산업에서 대폭 늘어 25퍼센트 증가했다(2008년과 2009년 설비투자 증가율은 각각 -1퍼센트와 -9.1퍼센트).

2008년 금융 위기 직후 한국의 주요 위험 산업이었던 건설·해운·조선 중 해운·조선 부문도 세계경제 회복에 따라 위기에서 어느 정도 벗어났다.

2010년 세계 교역량이 2009년에 견줘 13.5퍼센트 증가하면서 해상 운임이 오르고 해운업계의 수익성이 회복됐다. 해운업계가 회복되자 조선업도 회복되고 있는데, 전 세계 조선사의 1∼9월 신규 수주량은 2009년 같은 기간의 다섯 곱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조선사들의 2010년 1∼9월 신규 수주도 여섯 곱절이나 늘었다. 물론 선박 가격은 여전히 바닥을 벗어나지 못해 수익성이 크게 좋아지진 않았지만 말이다.

2009년 수출이 43.5퍼센트 감소하고 내수도 9.6퍼센트 감소했던 GM대우도 2010년 들어 수출이 38센트, 내수가 11퍼센트 증가한 데다 GM 본사의 지원, GM과 산업은행의 지원 협약 체결 등으로 일단 위기를 넘긴 듯 보인다.

이에 따라 2010년에 순이익이 1조 원을 넘는 대기업이 스무 곳일 것으로 예상되는 등 한국 기업들은 많은 이윤을 얻을 수 있었다. 특히 삼성전자는 순이익이 15조 원을 넘으면서 사상 최대를 기록했고, 기아자동차를 포함한 현대자동차 그룹의 순이익도 10조 원에 이를 전망이다.

아르바이트 일자리

생산과 설비투자가 늘어나면서 일자리도 증가했는데, 이 때문에 이명박은 “지난해 성장이 회복되고 일자리 창출 정책을 적극적으로 편 결과, 약 31만 개의 일자리가 창출됐고 양질의 일자리도 크게 늘었다”며 자신의 ‘친서민’ 정책에 대해 생색을 냈다.

그러나 이번 위기 전 수준으로 고용률을 높이려면 일자리 30만 개가 추가로 더 필요하다. 게다가 2010년에 늘어났다는 일자리 30만여 개 중 3분의 1이 주당 18시간 미만을 일하는 아르바이트 일자리였다.

공식 실업률이 낮아졌지만 이는 일자리가 충분하게 늘어나서가 아니라 구직단념자처럼 구직 활동을 아예 포기한 사람이 늘었기 때문이다. 청년실업률이 낮아진 것도 청년들의 경제활동참가율이 가장 낮은 수준(42.8퍼센트)으로 떨어지면서 생긴 착시 현상일 뿐이다.

2010년에 임금이 5퍼센트 정도 올라 노동자들은 한숨 돌릴 수 있었지만, 사실 이런 임금 증가는 2009년에 삭감된 실질임금을 만회한 것일 뿐이다. 따라서 2010년에 달성한 높은 성장률의 혜택도 대부분 대기업·부유층에게 돌아간 셈이다.

많은 경제연구소들은 2011년 한국 경제 성장률을 지난해보다 낮은 4퍼센트대로 예측하고 있다. 이것마저 전 세계 경제에 여전히 남아 있는 금융·재정 위기의 뇌관들이 폭발하지 않을 것이라는 희망 섞인 관측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전 세계적인 금융 불안정과 주요 국가들의 재정 위기가 폭발할 가능성은 2011년에도 여전하다. 미국의 주택 가격 하락, 유럽의 재정·금융 위기, 중국의 높은 물가 상승과 경제 성장률의 급격한 하락 중 어느 하나라도 폭발한다면 전 세계 경제는 거대한 타격을 받을 것이다.

특히 유로 지역의 금융·재정 위기 가능성이 높다. 그리스와 아일랜드가 금융 부실과 재정 적자 확대 때문에 구제금융을 받았고, 조만간 포르투갈과 스페인도 구제금융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끊이지 않고 있다. 스페인은 유로 지역(유로화 사용 16개국) 4위 경제국인 만큼 구제금융 시 유로 지역은 물론 세계 금융시장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다.

금융 충격

이런 금융 위기는 한국 내의 금융 불안정과 결합돼 한국 경제에 큰 타격을 가할 것이다.

2010년 들어 10월까지 외국인 투자액이 38조 원 넘게 늘었는데 이 돈이 급속히 빠져나가면서 외환위기가 벌어질 수 있다. 또, 건설산업에 많은 대출을 한 저축은행 업계는 원리금을 받지 못해 부도 위험이 커지고 있고, 3백50조 원을 돌파한 주택담보대출과 가계 부채도 위험 요인이다. 주택 가격이 더 하락하면 금융권 전체가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도 이명박 정부는 “5퍼센트 경제성장, 3퍼센트 물가상승”, “일자리 28만 개 창출” 등 보수 언론조차 달성하기 힘들 것이라고 예측하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성장 목표와 물가 억제 목표는 연초부터 충돌하고 있다. 미국·유럽이 경기부양을 위해 풀어 놓은 막대한 자금 때문에 세계적으로 석유·곡물 등의 가격이 오르고 이에 따라 생필품의 가격이 치솟고 있는데, 이명박 정부는 고환율을 유지해 대기업들의 수출 경쟁력을 높여 이윤을 보호하려 하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는 “물가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호들갑을 떨지만 ‘MB 물가’ 관리가 실패했던 것처럼 이번 물가 억제 정책도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식품·정유 기업의 이윤을 제한하는 방법은 쓰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일자리 창출 목표도 달성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늘어나는 일자리도 저질 일자리에 그칠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내놓은 일자리 창출 정책이 파견 업체를 대형화하고, 청소·경비 업무는 기간제 사용기간 제한(2년)을 풀고, 유연근무제 확산하는 등 비정규직 확대 정책뿐이기 때문이다.

결국 2011년에 전 세계적인 경제 위기가 또다시 폭발하는 일이 없더라도 노동자·서민의 삶은 나아지지 않을 것이다. “복지 포퓰리즘” 운운하고 “복지 같은 데 돈 쓰면 남는 게 없다”며 본색을 드러낸 데서 알 수 있듯이, 이명박 정부가 노동자·서민의 삶을 개선하는 데는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세계적으로 심각한 위기가 벌어진다면 최근의 한진중공업 구조조정에서 보듯 개별 기업은 더 강력한 구조조정을 추진하려 들 것이고, 이명박 정부도 본격적인 복지 삭감이나 공공부문 구조조정을 밀어붙일 것이다.

기업주·부자 들만을 위한 경제 살리기를 추진하며 경제 위기의 고통을 전가하는 이명박 정부에 맞서 싸워야만 노동자들의 삶을 개선할 수 있고, 이후에 벌어진 대규모 공격에도 맞서 싸울 자신감을 키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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