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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화우라늄 무기의 공포가 폭로되다

서방 열강이 이라크와 발칸반도에서 벌인 전쟁에서 사용한 방사능 무기에 관한 진실이 마침내 드러나기 시작했다.

1999년에 나토가 벌인 발칸 전쟁에 참전했던 병사들 다수가 죽거나 병에 걸리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미국이 사용한 전차파괴용 열화우라늄탄의 방사능에 노출됐기 때문일 가능성이 가장 높다. 세계의 운동가들은 그 동안 열화우라늄의 위험성을 경고해 왔다. 방사능 물질인 우라늄은 화학적으로 유독성이며 다양한 생물학적 과정에 영향을 미친다. 열화우라늄(DU)은 핵발전 산업 쓰레기로서 탄약을 만드는 데 사용돼 왔다. 매우 단단해서 기존의 탄약보다 철갑판을 더 잘 관통하기 때문이다. 열화우라늄은 탈 때 방사능인 미세 입자 연기를 방출하기 때문에 넓은 지역으로 확산될 수 있다. 이 연기는 사람들이 들이마실 수도 있으며, 식수로 들어가 먹이 사슬로 퍼질 수 있다. 열화우라늄은 아주 적은 양으로도 암, 치명적인 병, 기형아를 만들어 낸다.

거짓말과 위선

여러 해 동안 서방 정부와 군 지휘관들은 열화우라늄 무기의 위험성이 없다고 강변해 왔다. 보스니아 주둔 평화유지군은 “열화우라늄의 피해는 무시해도 좋을 만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미국 정부는 걸프전 참전자들이 앓고 있는 휴유증을 이라크의 화학 무기 탓으로 돌리려 해 왔다. 인권환경단체들의 항의에 밀려 만들어진 ‘걸프전 병에 관한 대통령자문위원회’는 자체 조사 결과 최종 보고서를 발간했는데, 기가 막히게도 제목이 ‘이라크 화학전’이다.

하지만 발칸반도에서 속속 등장하고 있는 증거들 때문에 서방 정부들은 말을 바꾸지 않을 수 없었다. 1992∼95년 보스니아 내전에 참전했던 이탈리아 병사 여섯 명이 백혈병을 앓다 죽자 이탈리아 수상 줄라노 아마토는 지난 주에 열화우라늄 무기에 대한 진상 조사를 벌일 것을 요구했다. 또 다른 24명의 이탈리아 병사가 발칸전쟁 증후군과 비슷한 병을 앓고 있다.

벨기에 정부도 발칸반도에 주둔한 부대 출신 병사 5명이 암으로 사망하자 진상조사를 요구했다. 포르투갈도 비슷한 병으로 죽은 병사가 있다고 보고했다. 프랑스는 백혈병 사례를 보고했다. 영국과 미국 정부는 지난 주까지만 해도 암과 열화우라늄 무기 사이에는 연관성이 없다고 극구 부인했다. 하지만 영국에서도 발칸전쟁 참전 병사인 케빈 루틀랜드가 발칸전쟁 증후군인 쇠약 증세로 고통을 겪고 있음이 드러났다.

발칸 전쟁에 참전했던 나토 군대 중에서 병에 걸린 병사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은 1991년 걸프전에 참전했던 서방 군대의 상황과 너무나 흡사하다. 수십 명의 병사들이 걸프전증후군으로 고통을 받아 왔는데 그 증세는 무기력증, 체중 감소, 탈모, 신장 질환 등이다. 발칸전쟁에서도 증거들이 계속 드러남에 따라 서방의 몇몇 정부들은 이 문제에 관심을 보이지 않을 수 없는 처지다.

그러나 서방 정부들은 자신들의 유독 무기가 이라크나 발칸반도 민중에게 미치고 있는 더 거대한 고통에 대해서는 눈꼽만큼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 이라크와 발칸의 민중들은 서방이 떨어뜨린 수백 톤의 열화우라늄 무기로 고통당하고 있다. 미국이 이라크에서 사용한 열화우라늄 무기가 배출한 방사능 물질은 무려 3백 톤에 이른다.

이라크, 보스니아, 코소보의 참혹함

미국은 여론의 압력에 밀려 발칸 전쟁(코소보)에서 열화우라늄탄을 3만 1천 개 사용했다고 시인했다. 미국은 발칸 전쟁 이후 1년 동안은 아예 열화우라늄탄 투하 사실조차 인정하지 않았다. 이 무기로부터 나온 많은 방사능 파편들이 코소보와 세르비아 지역에 흩어져 있다. 미국은 1995년 보스니아 전쟁에서는 1만 8백 개의 열화우라늄탄을 사용했다.

열화 우라늄탄이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건강에 장기적으로 어떤 파괴적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아무도 알지 못한다. 미군이 약 85만 발의 열화우라늄탄을 사용했던 이라크에서 드러나고 있는 공포스런 징후가 발칸의 미래를 얼핏 보여줄 뿐이다.

세계보건기구가 발표한 1998년 보고서에 따르면, 전투가 집중됐던 남부 이라크에서 암 발병률과 특히 어린이 백혈병 발병률이 크게 증가했다. 저널리스트인 펠리시티 아르부쓰노트는 남부 이라크를 둘러본 뒤에 “이라크에서 백혈병 발병률은 걸프전 이래로 70퍼센트를 뛰어넘었다”고 지적했다. 아르부쓰노트는 암뿐 아니라 “선천적 기형아도 경이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음을 발견했다.

그녀는 병원에서 한 시간 전에 태어난 열화우라늄 희생자를 목격한 것을 이렇게 묘사했다. “간난 아기는 작은 소리로 울고 있었다. 이 아기는 성기도, 눈도, 코도, 혀도, 식도도, 손도 없었다. 비비 꼬인 두 다리는 무릎에 붙은 두툼한 살집과 연결돼 있었다.” 그녀는 “이 지역의 초목들은 후방 방사가 84배나 된다”고 보도했다. 임산부에게 미칠 영향은 너무나 명백하다.

이탈리아에 있는 베아토 안제리코 재단의 사무총장 장 마리 벵자멩 신부의 증언도 이를 뒷받침한다. 14차에 걸친 현지 조사 결과를 엮어 만든 〈라크: 세상의 종말〉(1999)에서 그는 과거 10년 동안 기형아가 연간 350퍼센트씩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눈이 옆으로 붙은 아기, 뇌가 머리 밖으로 나와 있는 아기 등 이루 형용할 수 없는 불쌍한 어린이가 많다는 것이다.

보스니아도 이미 비슷한 고통을 겪고 있으며, 이라크와 같은 재난이 닥칠지 모른다는 공포에 젖어 있다. 1995년에 미군이 라몬트 연구소를 폭격한 뒤에 유고슬라비아의 과학자들은 이렇게 보고했다. “식물과 동물 그리고 인간에게 특이하고 이상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많은 암소들이 괴상한 병에 걸렸다. 학교에 다니는 소년들에게 탈모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유엔의 환경 프로그램은 코소보에 대한 공식 조사를 통해 열화우라늄으로 인한 오염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 프로그램의 책임자인 페카 하비스토는 “지역 주민들에게 여전히 위험이 남아 있다. 많은 탄약들이 땅 속 깊숙이 있어서 지하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하고 지적했다.

매향리는 열화우라늄탄 훈련장

지난해 5월, 주한 미군이 매향리 훈련장에서 열화우라늄탄을 훈련에 사용했음이 폭로됐다. 당시에 국제세미나 참석차 방한중이었던 반전평화운동가 브라이언 윌슨 씨는 연합 뉴스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혔다. “어제 경기도 매향리 훈련장을 찾아 미 공군이 열화우라늄이 부착된 폭탄을 훈련에 사용했음을 확인했다. … 매향리 앞바다에서 훈련중인 미공군 A-10기는 우라늄이 부착된 무기를 싣고 다니며 탱크를 파괴하는 전투기이다.”

‘흙멧돼지’란 이름의 A-10기에는 30mm 열화우라늄 폭탄을 1분에 4천2백 번 발사할 수 있는 GAU-8/A 기관포가 달려 있다. 바로 이 A-10기는 걸프전, 보스니아 전쟁, 코소보 전쟁 때 열화우라늄탄을 투하하는 데 사용됐다.

열화우라늄탄 의혹이 불거지자 주한 미군은 우라늄탄 보유에 대해 “시인도 부인도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미군은 주일 미군의 우라늄탄 오조준 사격 사건이 표면화된 1997년 2월 이후 오키나와 미군기지의 우라늄탄을 전면 철거해 남한에 이송했으며, 당시에 이를 공식 시인한 바 있다.

매향리 주민들은 “기형으로 태어난 아이들이 숨진 적이 있으며 이들의 부모들은 미군이 사용한 포탄과 탄피를 주워 고물상에 팔곤 했다. 최근에도 마을에 암환자가 5∼6명이 나타났고, 타조농장에서는 무정란을 낳는 타조들이 점차 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여론이 들끓자 이에 밀린 미군은 지난해 5월 18일 열화우라늄탄 보유 사실을 인정했다. 하지만 “주한 미공군은 120mm 열화우라늄 기총탄을 저장하고 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이는 전시 탄약으로서 저장 시설에 안전하게 보관”되고 있을 뿐 “훈련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전평화운동가 브라이언 윌슨 씨 말마따나 “작은 핵폭탄”이라 할 수 있는 우라늄탄이 한국에 있는 것 자체가 문제다. 게다가 미군이 주장하는 안전성도 믿을 수 없다. 1997년 5월 경기도 연천군의 한 미군부대에서 대전차 파괴용 120mm 열화우라늄탄 1발을 폭파 처리한 것이 폭로된 바 있다. 보관만 하고 훈련에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도 믿을 수 없다. 미군이 푸에르토리코 비에케스섬에서 지난 40년 동안 열화우라늄탄을 훈련용으로 사용했음이 이미 밝혀졌다. 1999년 훈련중에 폭탄이 잘못 터져 푸에르토리코인 1명이 죽는 바람에 대대적인 민중 시위가 일어났다. 열화우라늄탄은 세계 어느 곳에서든 사용이 금지되고 이 땅에서 즉각 제거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