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이 터진지 50일이 넘으면서 이명박 정부는 군대와 경찰까지 동원해 방역을 하고 있지만,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구제역은 전국에서 계속 발생하고 있다.

이미 소·돼지 등을 무려 2백만 마리 넘게 살처분했으며, 피해액은 1조 원을 훌쩍 넘어섰다. 구제역 확산 우려 때문에 많은 지역의 5일장도 열리지 않고 있고 각 지자체는 설 연휴에 귀향을 자제하라고 호소할 정도다.

평온한 농촌 마을이 생지옥으로 변했다. 정부는 마취를 하지 않고 근육이완제만 주사해 소를 고통스럽게 죽이고 있다. 마취에 들어가는 비용과 시간을 아끼려는 것이다. 그나마 돼지는 아예 살아있는 채로 매몰하고 있다. 

야만적인 자본주의 이윤 논리 때문에 ‘살처분’ 당하는 것은 가축만이 아니다.

용산참사 때 사람도 불 태워 죽인 정부가 뭔들 못하겠냐만, 이런 잔인한 생매장은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고 있다. 평범한 사람들의 상식으로는 살아있는 생명을 산 채로 땅에 묻어 죽이는 것은 끔찍한 일이기 때문이다.

전국 곳곳을 거대한 무덤으로 만들어 버린 가축 생매장은 지하수를 비롯한 환경 오염의 문제도 낳고 있다.

이런 사태는 정부의 초기 방역 실패에서 비롯했다. 최초 의심 신고를 제대로 검사하지 않고 늑장을 부리는 사이에 이미 바이러스는 발생 농가를 드나드는 분뇨·사료·도축장 차량을 통해 전국으로 퍼졌다.

소 잃고도 외양간 안 고쳐

백신 정책도 실패했다. 정부는 허둥지둥 대다 한 달이 지난 후에야 일부 지역에서만 백신을 놓기 시작했다. 

게다가 예산을 아끼려고 소보다 전염력이 3천 배나 강한 돼지에게는 백신을 놓지 않고 버티다 사태를 더욱 악화시켰다. 뒷북 백신 대책마저도 보유 백신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실 정부가 구제역에 대처할 시간은 충분했다. 이미 2000년과 2002년에 구제역 때문에 홍역을 치른바 있고, 지난해 초에도 두 차례나 구제역이 발생해 경고음을 보냈기 때문이다. 소 잃고 외양간도 고치지 않은 정부 때문에 수많은 농민들이 지금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

재앙은 예고된 것이었다. 지난해 ‘동물 및 축산물 검역·검사 예산’이 21억 원 삭감됐다. 예산이 날치기 통과된 올해도 2억 원이 추가로 깎였다. 가축 질병 근절 예산 24억 원, 긴급 방역비 3억 원도 깎였다.

부자 감세와 4대강 삽질을 위해 복지 예산뿐 아니라 방역과 전염병 차단을 위한 예산도 삭감한 것이다.

게다가 이명박 정부 들어서자마자 ‘효율화’를 내세워 수의과학검역원 인원을 34명 줄였다. 이번에도 적은 인원 때문에 과도한 구제역 방역 업무에 시달리다 공무원 3명이 숨졌다.

상황이 이러한데 정부는 비열하게 책임 떠넘기기만 하고 있다. 가축전염병예방법을 개정하면서 전염병 발생 농가를 폐쇄하고, 농민을 징역형에 처할 수 있게 했다. 또 이주노동자를 고용하는 경우 신고를 의무화해, 축산농가의 1만 명이 넘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마녀사냥하려 한다.

무엇보다 이번 재앙의 뿌리에는 자본주의 이윤 논리가 있다. 자본주의의 여느 산업처럼 축산업 제1의 목표도 이윤 창출이다. 이를 위해 비좁은 우리와 비위생적인 축사에서 동물들을 대규모로 기르며 계속 항생제를 투여한다. 더 싼 값에 더 많은 고기와 우유를 얻으려는 것이다.

한 발도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비좁고 자신의 분변이 넘쳐나는 곳에서 길러지는 동물들은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질병에 취약해진다. 비위생적인 환경은 바이러스가 창궐하기에 좋은 조건을 낳는다. 이런 상황에서 한 번 전염병이 발생하면 이를 근절하기 힘들 수밖에 없다. 이명박 정부는 축산 ‘진흥’이라는 미명 아래 이를 부추겼다.

사람에게 큰 위협이 되지 않는 구제역을 무시무시한 1급 전염병으로 ‘격상’시킨 것도 이윤 논리다. 구제역은 전염력이 강하지만, 사실 다 자란 소에게서 치사율은 5퍼센트도 되지 않는다. 다만 감염된 소들은 우유를 적게 생산하고, 살이 찌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이야말로 이윤에 ‘무시무시한’ 걸림돌이기 때문에, 정부와 주류 언론들이 난리를 치는 것이다.

생명보다 돈벌이를 우선하는 이윤 논리가 제거되지 않는 한, 이런 아비규환은 반복될 것이다. 이윤 논리와 그 수호자인 이명박 정부야 말로 매몰 대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