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남북한 상호 포격 사건(연평도 사태)은 한반도가 여전히 세계에서 손꼽히는 불안정한 지역임을 새삼 확인시켰다. 한반도 긴장 문제로 유엔 안보리까지 소집됐다.

또한, 한반도 불안정이 주변 강대국들의 치열한 이해 다툼과 얽혀 있다는 것도 명백히 드러났다. 유엔 안보리는 8시간 이상 마라톤 회의를 했지만 상임이사국 간 갈등으로 ‘남북한 모두 자제하라’는 간단한 성명조차 채택하지 못했다. 

조지워싱턴 핵 항공모함  미국은 연평도 사태를 이용해 이 비수를 중국의 옆구리(서해)에 들이댈 수 있었다.

이 사건으로 이명박 정부의 호전성도 여지없이 드러났다. 이명박 정부와 우파들은 일부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들의 자제 촉구에 ‘주권’ 운운하며 반발했다. 심지어 유엔 안보리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군사 훈련을 강행하겠다고 했다. 북한보다 더 막무가내인 ‘벼랑끝 전술’이었다.

이렇게 유엔 안보리를 무시했던 이명박 정부가 최근에는 북한의 우라늄농축프로그램을 유엔 안보리에 회부하자고 나섰다. 천안함 사건을 유엔 안보리에 가져갔던 것도 이명박 정부였다. 볼썽사나운 이중잣대다.

그러나 이 사건은 무엇보다, 미국이 한반도 불안정을 동아시아에서 자국 패권 공고화에 이용하고 있음을 명확하게 드러냈다. 미국은 연평도 사태가 벌어진 바로 다음 날 조지워싱턴 핵 항공모함을 요코스카 기지에서 출항시켜 닷새 만에 서해 한미군사훈련에 투입했다. 천안함 사태 직후에 벼르던 일을 연평도 사태를 기회로 성취한 셈이다.

이런 일들은 중국과 북한을 자극해 한반도 긴장을 증대시킨다. 조지워싱턴 호가 중국의 내해라고 할 수 있는 서해에 들어서면 중국의 발달한 연안도시를 모두 사정권 안에 두게 된다. 북한은 말할 것도 없다.

천안함 효과 

이런 식의 군사훈련과 긴장이 누적되면 제한된 범위 안에서일지라도 군사적 충돌을 낳을 수도 있다. 연평도 상호 포격 사태 자체가 바로 이렇게 해서 일어났다.

연평도 사태가 터졌을 때 우파 언론들은 ‘북한이 왜 느닷없이 도발을 했는가’, ‘북한의 의도가 무엇인가’를 되풀이해서 다뤘다. 그러나 이것은 본질적 문제를 가리는 연막이었다. ‘도발’은 전혀 느닷없는 게 아니었다.

중국과 북한은 천안함 정국에서 빠져나오고자 6자회담을 열자고 제안했지만, 미국과 이명박 정부는 이를 거부하고 북한을 상대로 허구한 날 무력 시위를 벌였다. 핵 항공모함과 F-22 전투기 등 최첨단 무기를 동원한 사상 최대 규모 한미연합훈련이 계속 열렸고, 한국군은 전과 달리 NLL에 매우 근접한 해역에서 훈련을 했다.

그래서 이미 8월에 NLL을 사이에 두고 남북한 간 포격 신경전이 벌어졌다. 남측 훈련이 끝난 직후 북한군이 해안포를 쏘았는데 그 가운데 일부가 NLL 이남에 떨어졌던 것이다. 이를 둘러싼 갈등 이후에도 미국과 남한의 군사훈련은 계속됐다. 연평도 사태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던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미국이 북한 ‘비핵화’에 의지가 있기는 한 건지 의혹이 제기되는 것은 당연했다. 미국이 천안함 사건을 이유로 북한 비핵화가 목표인 6자회담을 거부했으니 말이다. 오히려 미국은 이 사건을 명분으로 주일미군 공군기지를 오키나와 밖으로 이전케 하려는 일본 정부의 계획을 무산시켰고, 한미 군사동맹을 강화했다.

전 통일부장관 임동원은 지난해 7월에 열린 한반도평화포럼 주최 월례토론회에서 촌철살인의 지적을 했다. “북한 핵 문제가 정말로 심각하다고 본다면 미국이 그걸 해결하는 건 어렵지 않다. …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은) 한반도의 긴장이 좀더 계속되는 게 미국의 국익이라는 판단에 토대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묻고 싶다.”

대화 진정성? 

비슷한 상황이 연평도 사태 이후에도 펼쳐졌다. 중국과 북한은 대화를 요구했으나 미국과 이명박 정부는 이를 무시한 채 재빠르게 여러 군사 훈련들을 진행한 것이다.

최근에는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남북대화와 6자회담 얘기가 많이 나오고 있다. 중국은 북핵 문제나 연평도 사태 같은 남북한 갈등이 한미 동맹과 미일 동맹을 강화시키는 구실을 한다는 점을 잘 알므로 이런 문제를 대화로 해결하기를 바란다.

한편 미국은 북한이 핵과 미사일 능력을 높이도록 계속 방치하기 어렵고, 지난해 동아시아에서 챙긴 지정학적 이익이 꽤 짭짤하므로 대화 테이블로 돌아가는 것을 택할 수도 있다. 게다가 올해 7월 철수를 시작해야 하는 아프가니스탄 전선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문제도 부담이 될 것이다.

그러나 미국과 이명박 정부는 여전히 북한이 받아들이기 껄끄러운 조건들을 내세우고 있다. 대화도 하기 전에 비핵화 의무 이행을 요구하는가 하면, 제재와 압박도 그대로 유지하려 한다. 한미연합훈련도 계속 실시하겠다고 한다.

심지어 이명박 정부는 북한의 농축우라늄 문제를 유엔 안보리에 상정해 추가 제재를 논의하자고 한다. 그러나 북한이 지난해 11월 미국 핵 전문가 헤커 박사에게 공개한 우라늄 농축시설은 자체 건설 중인 경수로에 사용할 저농축 우라늄 생산을 위한 것으로 국제법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당시에 북한은 (장차) 핵무기 재료인 고농축 우라늄도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함으로써 미국을 대화 테이블로 불러들이려 했던 것인데, 이명박은 이 대화 제의에 제재로 답하려 한다.

이런 마당에 대화가 잘 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각국의 이해가 어느 수준에서 맞물려 남북한 그리고 6개국이 일단 테이블에 모여 앉을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렇게 된다 해도 한반도의 불안정을 자국 이익에 이용해온 미국을 보나, 남북 긴장 상태를 집권 끝까지 밀고 갈 의사가 있다는 이명박 정부를 보나 대화가 의미 있는 성과를 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