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월 오바마 정부가 들어섰을 때, 남북 화해와 협력을 바라는 사람들은 대부분 오바마에게 큰 기대를 걸었다. 남북관계를 얼어붙게 만드는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에 낙담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는 대화보다 북한의 선(先) 굴복을 요구했다. 이명박 정부의 ‘기다리는 전략’은 북한 체제가 변하거나 붕괴할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것이다. 지원이나 보상은 그 다음이다. 

물론 가만히 기다리는 것은 아니다. 제재와 압박을 가해 변화나 붕괴를 일으키려 한다.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천영우는 최근 미국 공영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도록 만들지 못한 것은 제재가 불충분했기 때문이라는 끔찍한(제재로 고통받는 북한 주민을 생각하면) 말을 했다. 

오바마가 이런 이명박 정부를 따돌려 ‘외교 고아’로 만들고 한반도 주변 정세를 훈훈하게 만들 것이라는 기대는 지난 2년 동안 산산조각이 났다. 오히려 지금 오바마와 이명박은 ‘찰떡동맹’이라고 불린다. 

누구와도 대화하겠다던 오바마 정부는 북한과 대화는 하지 않고 독자 제재부터 유엔을 동원하는 제재까지 제재 리스트만 늘려 왔다. 북한에 대한 선제 핵공격 가능성도 여전히 열어 뒀다. 

그러나 그 결과는 부시의 실패를 반복하는 것일 수밖에 없다. 

실제로 오바마 집권 이후 북한은 핵 능력을 향상시켰다. 2009년 하반기에 미국이 “대화와 제재 투 트랙”을 말하자 북한은 “미국이 제재를 앞세우고 대화를 하겠다면 우리 역시 핵 억제력 강화를 앞세우고 대화에 임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 결과는 지난해 우라늄 농축시설 공개를 통한 대화 제의로 나타났다. 

부시의 전철 

오바마 정부는 왜 부시의 전철을 밟고 있는가? 그는 그 흔한 공화당 핑계도 댈 수 없는 상황이다. 2010년 11월 중간선거 전까지는 민주당이 상하원 모두를 장악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우선순위인데, 오바마 정부는 국내 경제 회복과 중동 정책은 물론 동아시아에서 기존 동맹 강화하기를 북한 문제 해결보다 훨씬 더 중요하게 여긴다. 

여기서 좀더 면밀히 살펴볼 것은 세 번째 문제다. 동아시아에서 기존 동맹 강화하기는 소위 북한의 ‘위협’과 서로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2010년 한 해 동안 오바마는 ‘북한 위협’을 이용해 동맹 강화라는 뚜렷한 성과를 남겼다. 천안함 사건이 대표적 사례다. 

진보진영 일각에서는 오바마가 북한과 대화하지 않고 제재와 압박을 강화한 것이 이명박 정부에 ‘끌려다닌’ 결과라고 주장한다. 부시의 일방주의를 되풀이하지 않고 동맹의 입장을 중시하고자 했다는 것이다. 천안함 사건 직후, 이명박 정부가 미국을 ‘끌어들여’ 이 문제를 ‘국제화했다’는 주장이 유행했던 것은 이런 관점에서 나온 말이었다. 

그러나 이 주장은 동아시아에 걸린 미국의 제국주의적 이해관계를 깨닫지 못하는 소치다. 미국의 이익과 상충한다면 오바마 정부는 결코 이명박 정부와 북한 제재·압박 공조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는 오바마 정부가 자국 이익을 위해 미국의 가장 중요한 동맹인 일본 정부의 후텐마 기지 이전 입장을 반대하고 좌절시킨 것만 봐도 잘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