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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지도부는 정부 보조금 확대 방침을 철회하라

민주노총 지도부가 1월 27일 대의원대회에 “국가재정 활용 방안”이라는 안건을 상정했다.

내용인즉, 그동안의 ‘국고보조금 지원 방침’에 따라 “국고보조금을 받되 건물, 토지 등의 부동산과 건물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관리유지비로 제한”(2001년 22차 대의원대회 결정)한 것을 현재 상황에 맞게 개정해 “미조직비정규사업·교육사업·정책연구사업”까지 “정부(중앙과 지방)의 예산 및 기금을 활용할 수 있”도록 확대하자는 것이다.

민주노총 지도부는 ‘국고보조금 지원’을 마치 우리가 자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것 마냥 은근슬쩍 ‘국가재정 활용’이라는 이름으로 바꾸고, ‘미조직비정규 사업’ 등의 명분을 붙여 확대하고자 한다. 그러나 아무리 그럴싸한 이름과 명분을 갖다 붙인다고 해서 그 본질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정부에게 재정을 지원받게 되면 노동조합의 자주성·투쟁성이 약해지고 투쟁이 발목 잡힐 수 있다는 것은 여전하다.

민주노총 지도부는 이러한 반발을 의식해 “자주성을 심각히 위배한다고 판단될 시, 중앙집행위원회는 이를 규제할 수 있다”는 방침을 포함했다. 그러나 이러한 방침은 이미 2001년에도 있었지만, 민주노총이 고백했듯이 “의미가 이미 퇴색되어 버렸다.”

자주성

노동조합의 재정 자립은 노동 조건과 노동자 권리를 위해 투쟁하는 조직이 갖춰야 하는 가장 기본적인 전제 조건이다.

정부한테서 국가보조금을 받으면 정리해고·비정규직 확산 등 경제 위기의 고통을 노동자들에게 전가하려는 정부에 단호하게 맞서기 어려워질 것이다.

단순하게 생각해도 정부(중앙과 지방)가 ‘돈을 줄 테니 이것 가지고 열심히 투쟁하라’며 적을 이롭게 할 군량미를 순순히 내줄 리 만무하다. 정부의 재정 지원이 늘어날수록 응당 “그만한 대가”를 민주노총에 요구할 것은 자명하다.

민주노총이 정부에 맞서 투쟁할 때, 정부는 언제든 ‘국고보조금 지급 중단’, ‘국고보조금 사용에 대한 감사’ 등을 무기로 위협을 가할 수 있다. 이것은 민주노총 지도부에게 투쟁을 회피하는 핑계가 될 수 있다. 정부가 ‘돈 줄’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정부의 지원에 재정을 의존할수록 노동조합 상층 지도부의 관료적 경향이 더욱 강화될 수 있다. 민주노총이 비판해 마지않는 한국노총의 태도가 그렇지 않은가?

민주노총 김영훈 위원장은 얼마 전 “(민주노총 건설 초기의) 초심으로 돌아가겠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김 위원장은 1990년대 초반 전노협 시절 국고보조금 문제가 제기됐을 때, 현장 노동자들의 강력히 반발해 그것이 폐기됐던 것을 떠올려야 한다. 당시 전노협이 재정이 많아서 국고보조금 유혹을 뿌리친 것이 아니었다. 자본과 정부한테서 자주성을 지키고 투쟁하려고 거부했던 것이다.

지금 민주노총이 해야 할 일은 민주노조운동의 자주성과 투쟁성을 유지하면서 전체 노동자들을 대변해 제대로 투쟁하는 것이다. 현대차 비정규직 투쟁 때처럼 민주노총 지도부가 뒷짐 지고 야당들의 ‘중재’에 매달리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연대 투쟁에 나설 때만이 더 많은 노동자들이 민주노총을 신뢰하고 지지할 것이다. 그런 노동자들의 신뢰와 지지에 기반할 때 재정적 어려움도 해결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