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6일 진보정당을 후원한 교사와 공무원 2백76명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이 있었다. 법원은 ‘정당 가입’에 대해서는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고, 진보정당을 후원해서 정치자금법을 위반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를 판결해서 벌금 30~50만 원을 선고했다. 자동 면직 처리되는 1백만 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하지는 않은 것이다. 이 때문에 법원을 나오는 노동자들의 표정은 사뭇 밝았다.

△"공무원·교사의 정치 활동 자유 보장하라." _ 한나라당 의원에게 500만원의 거액을 후원한 교장, 교감들은 기소조차 하지 않고 월 5,000원에서 1만원을 후원한 교사와 공무원들만 부당하게 기소되어 유죄를 선고받은 것은 누가 봐도 불공정하다 ⓒ사진 레프트21 유병규

이번 선고 결과는 지난 7개월 동안 정치적 기획 수사를 해온 검찰, 기소 사실 하나만으로 중징계를 강요해온 행정안정부와 교과부, 정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전교조와 공무원를 마녀사냥한 이명박 정부의 시도가 얼마나 치졸한 무리수였는지를 잘 보여 줬다.

지금까지 재판 과정에서 굴하지 않고 진보적 소신을 밝히며 투쟁해 온 노동자들의 성과이기도 하다. 더불어 ‘공무원·교사 탄압 저지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의 농성 투쟁과 민주노동당의 1인시위처럼 노동자들을 방어하기 위한 노력의 성과이기도 하다.

재판 이후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전교조와 공무원노조, 공대위는 재판 결과를 존중하지만 교사와 공무원의 정치적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공무원 노조 양성윤 위원장은 “벌금이 얼마인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정치 활동도, 정치 후원도 모두 무죄”라고 발언했다. 정진후 전교조 전위원장은 “수사와 기소만으로 많은 교사를 교단에서 쫓아낸 교과부가 3월 1일자로 교사들이 아이들을 만날 수 있도록 복직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재판을 변호해 온 민변의 권영국 변호사는 “위헌 요소가 많은 법률에 대해서는 선고유예가 적당하다”고 주장하면서 “이번 재판에서 교사와 공무원이 정치적 기본권을 누릴 자유에 대해 여전히 벽을 넘지 못해 아쉽지만 언젠가는 바꾸어야 한다”고 발언했다.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전교조 장석웅 위원장은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헌법소원을 내겠다”고 했다.

족쇄

기자회견에서 재판 결과를 ‘존중’한다는 평가가 많았는데, 과연 그럴 일인지는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수백만 원을 한나라당에 후원한 교사나 교장 중에서 기소당한 사람은 단 한 명뿐인데 그마저도 1심에서 선고유예가 나왔다. 그런데 왜 진보정당을 후원한 교사와 공무원은 유죄와 벌금형을 선고받아야 하는가. 이번 판결문도 여전히 정치적 중립을 근거로 교사·공무원의 정치 활동을 원천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재판 결과에 대해 한 교사는 이렇게 말했다. “재판 과정에서 실정법의 테두리 안에서 답답함을 많이 느꼈습니다. 앞으로 교사·공무원의 정치 자유를 완전히 획득해야 합니다.”

1심 선고 결과 때문에 중징계 가능성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여전히 탄압의 문제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검사는 1심이 끝나자마자 항소를 신청했다. 이미 재판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교사 9명이 해직 처분을, 30여 명이 정직 처분을 받은 상태이다.

또한 정직 징계를 받은 교사 16명은 교육청이 강제전보를 내려 이중 고통을 받고 있다. 공무원 노동자들에 대한 징계위원회는 아직 열리지 않았지만 행정안전부가 지방자치단체에 징계위원회를 소집하라는 압력을 넣고 있다.

따라서 방심해서는 안 된다. 아직 재판은 끝나지 않았고, 징계에 맞선 투쟁도 계속돼야 한다. 진보교육감들은 절대 경징계도 하지 말아야 한다.

나아가 교사·공무원이 ‘정치 중립’이라는 족쇄를 깨고, 자신의 정치적 소신에 따라 정당 가입을 하고 정치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투쟁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