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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바라크 퇴진과 이집트의 자유를 위한 집회’:
이집트인들과 한국인들이 한목소리로 무바라크 퇴진을 요구하다

“Down! Down! Mubarak!(무바라크는 물러나라)”

“Free Egypt!”(이집트에 자유를!)

집회 시작 시간인 두 시가 되자, 이집트인 수십 명이 국기와 직접 만든 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며 서울 한남동 이집트 대사관 맞은 편 집회장에 도착했다.

미리 와 있던 한국인 수십여 명과 합류해 시작부터 집회는 뜨겁게 진행됐다. 마치 이집트 혁명의 한복판인 카이로 현장에 와 있는 듯한 분위기였다.

“독재를 타도한 경험이 있는 한국인들의 연대를 바랍니다.”. ⓒ이윤선

이집트인들이 발언을 시작했다.

“지금 이 순간 무바라크 정권은 고문과 살인을 저지르고 있다. 그럼에도 이집트 민중은 용기있게 맞서 싸우고 있다.”

“이집트 민중은 매우 단순한 것을 요구하고 있다. 무바라크 퇴진, 인권 보장이다. 긴급조치법을 폐지하고, 무바라크를 지지해 온 국회는 해산해야 한다. 진짜로 우리를 대표하는 사람들로 국회를 꾸려야 한다.”

“지금 폭력 시위라는데, 시위대의 폭력이 아니다. 무바라크가 시위를 진압하려고 자행하는 폭력이다.”

“30년 동안 무바라크는 나라 안팎에서 거짓말을 해 왔다. 이집트의 단결을 종교간 분열이 깼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주 시위하던 무슬림들이 기도를 할 때, 기독교인들은 그들을 보호했다. 그들은 지금 하나가 돼서 무바라크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이슬람은 위험한 종교가 아니다. 모두의 평화를 바라는 종교다. 이슬람을 악마화하려는 시도에 반대한다.”

“[집회에 함께한] 한국인들에게 감사한다. 지금 연대가 매우 필요한 때다.

“이집트 민중은 스스로 나라를 운영할 수 있다. 다른 세력의 개입은 필요 없다. 미국과 유럽의 정부들은 이스라엘을 지키려고 이집트 민중을 내팽개쳤다”

이집트 참가자들은 서로 발언을 이어 나갔고, 발언 중간중간 열정적으로 구호를 외쳤다. 30년 동안 쌓인 분노를 토해내는 외침과 몸짓이었다.

부의 공정한 분배와 인권과 정의,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이집트 혁명은 승리해야 한다. ⓒ이윤선
부패한 친미 독재 국가이자 미국의 중동 전략에서 핵심 파트너인 중동 지배계급이 혁명으로 패퇴한다면 제국주의 세계질서를 약화시킬 수 있다. ⓒ이윤선

다함께 김용욱 활동가가 한국인 참가자들의 첫 연대 발언을 했다.

“역사적인 일이 일어나고 있다. 전쟁과 빈곤이 만연한 지역에 한줄기 희망이 비치고 있다.

“이집트 혁명은 튀니지 혁명의 영향으로 예멘과 사우디까지 번지고 있다.

“이 시위들은 미국과 독재 정부들을 흔들고 있다. 이스라엘의 한 장관은 지난주 ‘과거 러시아 혁명을 보는 듯하다’고 말했다. 나는 이 자들의 말을 잘 믿지 않지만, 이 말은 맞다.

“이집트 민중은 제국주의 지배체제에 도전해 부의 공정한 분배와 인간다운 삶을 요구하고 있다. 전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혁명으로 발전할 수 있다.

“중동이 세계에 희망을 주고 있다. 강해 보이고 도저히 이길 수 없어 보이던 정권들을 물리칠 수 있다는 희망 말이다. 전쟁 없는 세계, 공정하고 정의로운 세계를 우리는 만들 수 있다.”

인권연대 오창익 사무국장도 연대 발언을 했다.

“이집트 민중의 무바라크 퇴진 요구는 정당하다. 이 민주화 항쟁에 직면해 무바라크는 오바마와 30분간 통화했다. 오바마는 ‘사태의 평화적 해결’이라는 모호한 말만 했다.

“무바라크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지원으로 버티고 있다. 민중이 무바라크를 감옥으로 보낼 것이다.”

“이집트 민중이 결정한 바 대로 문제가 해결되길 바란다. 스스로 운명을 개척하려는 투쟁을 지지한다.

오창익 사무국장이 발언을 마칠 때 쯤, 이집트인들 30~40명이 새로 행진해 와 집회에 합류했다. 집회는 이제 한국인과 이집트인 2백여 명이 어우러져 구호를 외쳤다.

한국인과 이집트인이 함께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윤선

대열은 경찰의 경고를 물리치고 이집트 대사관 바로 맞은 편까지 행진해 가 추가 집회를 이어갔다. 이집트인들 중 무슬림들은 약식 기도를 하기도 했다.

이집트인들이 만들어 온 팻말들 가운데 “Injustice(불의) +Corruption(부패) = Mubarak(무바라크)”, “30 years Enough” 등의 영어 구호가 눈에 띄었다. 그밖에도 아랍어 구호도 많았다.

참가자들은 대표단을 보내 항의 서한을 전달하려 했다. 이집트 대사관은 직원을 내 보냈다. 대표단 중 이집트인들은 “대사가 직접 나와서 받을 것”을 요구했다. 민중의 목소리를 들으라는 것이었다. 대사관이 이를 거부하자, 대표단은 “그렇게는 전달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집트인들은 준비한 무바라크 사진을 불태우고 구호를 외치며 분노와 저항 의지를 표출했다.

오늘 집회에 참가한 이집트인들의 분노와 열정은 한국인 참가자들도 흥분시켰다. 이집트 혁명에 대한 연대는 한국에 이집트 혁명의 열기를 가져오는 길일 수도 있는 것이다.

결의문

무바라크는 이집트 민중 저항에 대한 탄압을 중단하고 물러나라!

지금 이집트 민중은 독재자 무바라크 퇴진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무바라크는 30년 동안 잔혹한 독재와 탄압으로 이집트를 지배해 왔다.

무바라크 독재 아래서 이집트의 민주주의와 자유, 인권은 완전히 짓밟혀 왔다. 무바라크는 가혹한 긴급조치법을 사용해 아무리 작은 저항의 조짐도 무자비하게 짓밟았다.

또한 무바라크는 전형적인 분열지배 전략을 사용해 이집트 무슬림들이 이집트 기독교인들을 증오하고 있고 근본주의 이슬람이 이집트 사회를 위협하고 있다는 거짓을 국내외로 전파하였다. 역사적으로 이집트 민중은 종교를 넘어 단결해 제국주의와 독재에 맞써 싸웠다.

무바라크 일가와 소수 특권층에게 모든 부와 권력이 집중돼 왔고 이집트의 노동자·민중은 빈곤, 차별, 불평등에 시달려 왔다. 나아가 무바라크는 자기 아들에게 권력을 세습하려는 시도까지 해 왔다.

이집트 민중은 지금도 물가 폭등과 실업, 미국의 제국주의적 중동 개입 전략 때문에 엄청난 고통을 겪고 있다.

튀니지 혁명으로 촉발된 이번 이집트 민중의 행동은 2001년에 시작된 민주화 운동, 반제국주의 투쟁과 노동자 파업 등의 연속선상에 서 있다.

이미 2004년에 수십만 명이 이라크와 팔레스타인 점령에 항의하고 무바라크 독재의 종식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2006~2008년에는 마할라의 방직업 노동자들이 파업을 벌였다. 탄압에 굴복하지 않고 공장을 점거한 마할라 투쟁은 전투적인 이집트 노동자 운동의 전통을 되살리는 구실을 했다.

이런 투쟁은 모두 정당한 것이었고 그런 투쟁을 벌이던 이들과 그로부터 영향을 받은 수많은 사람들이 지금 벌어지고 있는 투쟁의 한복판에 있다.

독재자 무바라크는 이집트 민중의 정당한 요구를 무시하고 언제나 이들을 잔인하게 탄압했다. 경찰과 경찰의 비호를 받는 폭력배들이 민주화운동 시위 대열에 테러를 감행했고 여성들에 대한 성폭력 등 야만적인 폭력을 저질렀다.

미국 정부는 이런 무바라크 정부를 비호해 왔다.

무바라크는 지금도 자유와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이집트 민중을 잔인하게 탄압하고 있다. 언론 보도를 보면, 이미 1백 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그러나 이런 탄압에도 이집트 민중의 저항과 분노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우리는 민주주의와 자유를 바라는 이집트 민중을 잔인하게 살해하는 무바라크 정부를 강력히 규탄한다. 무바라크는 저항하는 민중에 대한 탄압을 중단하고 당장 퇴진해야 한다.

우리는 자유 언론의 목소리를 침묵시키려는 시도에 반대한다. 일자리와 자유, 민주주의를 쟁취하기 위한 이집트 민중의 투쟁은 정당하다. 우리는 긴급조치법이 즉각 철폐될 것을 요구한다.

우리는 무바라크가 물러나고 이집트에 진정한 자유와 해방이 도래할 때까지 투쟁할 것이다.

- 무바라크는 퇴진하라

- 학살을 중단하라

- 이집트 민중에게 자유를!

- 이집트 노동자들에게 일자리를!

- 모든 언론에 자유를!

2011년 1월 31일 집회 참가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