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덴만의 여명” 작전 후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전력증강 계획을 앞당겨 해군 함정을 확충해 군함을 추가 파견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 주장했다. 

‘아덴만 마케팅’이 자극한 애국주의의 압력 속에서 해상 안전을 위해서라면 강경 대응이나 추가 파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유감스럽게도 진보신당조차 “해군 선박의 추가 배치 등도 모색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대변인 논평을 발표했다.  

군사적 대응을 강화하자는 것은 군비를 더 늘리자는 속셈에 불과하다. 인질 석방 몸값의 수백 배를 사람 죽이는 무기에 쓰자는 것이다.

그러나 군사적 대응을 강화해서는 소말리아 해적을 ‘소탕’할 수도, 한국 선박과 선원들의 안전을 보장할 수도 없다. 

그것은 문제의 해결책이 아니라 문제의 원인을 더 키우는 것이다. 

사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세계 해적 사건의 30~40퍼센트는 말라카 해협과 인도네시아 해안에서 일어났다.

그때 유엔은 아무 개입을 하지 않았고, 주변국들이 알아서 협조해 대처했다.

그런데 소말리아에 대해선 달랐다. 유엔은 2008년 6월에 각국이 함대를 보내야 한다고 결의했다. 그러나 서방 강대국들이 함대를 파견한 뒤인 2009년에 이 지역 해적 사건은 전 해보다 갑절로 늘었다.

미국의 주도로 유엔이 허가한 강대국들의 함대 파견은 단순히 해상 교역로를 보호하려는 것이 아니라 미국이 주도한 ‘테러와의 전쟁’의 일부였다. 

서방 강대국들, 특히 미국은 이 지역에서 제국주의적 군사 개입을 정당화하려고 ‘해적’을 빌미로 삼은 것이다. 

아덴만은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는 배들이 지나는 곳이고, 아라비아 반도의 석유가 인도양으로 나오는 바닷길목이다. 

소말리아는 미국이 알 카에다 본거지라 꼽은 예멘과 아덴만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는 나라다.

중동(과 아프리카)에서 경제·군사적 지배력을 확대하려는 미국에게 소말리아는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나라인 것이다. 

테러와의 전쟁

그래서 2006년에 미국에 비협조적인 이슬람법정연맹(UIC)이 소말리아 민중의 지지 속에 내전을 끝내고 불안정과 빈곤을 해결하려 나섰을 때, 미국은 그것을 두고 보지 않았다. 

미국의 사주와 지원을 받은 에티오피아 군대가 소말리아를 침략해 수도 모가디슈를 점령했다. 미군은 폭격 등으로 이를 지원했다. 미국이 세운 괴뢰 과도 정부와 각 세력 사이 내전이 다시 시작됐다.

난민 수백만 명을 낳은 지금의 내전과 기아 상태는 순전히 미국의 개입 때문인 것이다.

소말리아 인들이 생계형 해적으로 나서기 시작한 것도 강대국들의 책임이다. 

1990년대부터 소말리아의 혼란을 틈타 각국 어선들이 소말리아 영해에서 불법 어업을 하고, 각종 폐기물을 버려 왔다. 이 때문에 소말리아의 어업이 붕괴됐다. 지금 함대를 파견한 어느 나라도 이런 행위를 막으려 한 적이 없다. 

도시에서도 바다에서도 생계를 해결할 방법을 빼앗긴 어민들은 바다로 나가 불법 어선들에게 ‘세금’을 받았다. 미국과 친미 강대국들은 이런 사람들을 ‘해적’이라 부르며 (불법 어선이 포함된) 자국 선박을 보호하겠다고 함대를 파견한 것이다.

해적의 규모가 커졌다 해도 이들을 양산하는 내전과 기아의 책임은 제국주의와 그 동맹자들에게 있다. 

소말리아 민중의 삶과 존엄을 파괴하는 제국주의 군대가 모두 철수하고 내정 간섭을 중단해야 소말리아에 평화와 민주적 재건의 싹이 피어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소말리아의 기아와 빈곤을 해결해 나갈 때 ‘해적’은 사라질 것이고 선원들의 안전도 지켜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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