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 천만 원 시대’에 대한 불만과 분노 때문에 등록금 인하 주장이 제기돼는 상황에서, 최근 건국대, 동국대 등은 오히려 줄줄이 등록금 인상을 발표해 학생들의 고통을 가중시켰다. 엄청난 이월적립금을 쌓아 두고도 등록금 인상을 강행하는 사학 재단과 이들을 비호하는 정부에 맞서며 등록금 인하를 요구하는 투쟁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런데 근래 한대련은 등록금심의위원회(이하 등심위) 설치를 등록금 투쟁의 주요 요구와 과제로 제시해 왔다. 하지만 등심위는 등록금 인상을 막아내고, 나아가 등록금을 인하시키기 위한 투쟁에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없다. 

예컨대 고려대에서는 지난 1월부터 등심위를 통해 학생 대표자들과 학교 당국이 협상을 해 왔다. 그러나 2월 7일 학교 당국은 등록금 2.9퍼센트 인상을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그래서 학생 대표자들은 학교 당국을 규탄하며 등심위에서 퇴장했다.

고려대 당국은 등심위를 요식행위로만 생각했던 것이다. 처음부터 ‘소비자가 가격을 결정하는 곳은 없다’, ‘학생들이 [등록금을 결정]한다는 것은 공산주의이자 포퓰리즘’이라는 막말을 쏟아내며 무성의한 태도를 고수했다. 등심위 회의 녹취록 공개 등의 합리적인 요구도 묵살했다. 그러다가 일방적으로 등록금 인상을 강행한 것이다. 이 과정은 등심위의 한계를 고스란히 보여 줬다. 

요식행위

우선, 등심위는 어디까지나 ‘심의’ 기구일 뿐 등록금을 결정할 수 있는 실질적인 권한이 없다.  교과부가 만든 등록금 시행령에서 이렇게 제한돼 있고 대학의 예산편성권은 총장에게, 심의·의결권은 법인 이사회에게 있기 때문이다. 등심위가 등록금 책정에 필요한 자료를 요청해도 총장이 거절하면 그만이다.  회계를 투명하고 정확하게 작성해서 공개하는 학교도 없다. 

게다가 등심위에서 협상에 치중하며 개별 대학의 수입 지출 분석에만 골몰하다 보면, 대학이 기업의 기부금을 받고 주식에 투자해서라도 수익을 거둬야 한다는 논리에 젖어들기 쉽다.    

따라서 등심위에 매달리면서 등록금 인하를 위한 대중 투쟁 건설을 등한시한다면, 등록금 문제는 절대 해결될 수 없다. 고려대에서도 등심위 협상에 집중하느라 정작 가장 중요한 투쟁 건설이 지체돼 왔다. 등록금 인하를 위한 학생 투쟁 기구를 아직 결성조차 하지 못한 것이다. 

다행히 고려대의 학생 대표자들은 등심위에서 학교 당국의 등록금 인상에 타협하지 않았다. 그리고 등록금 인상에 반대하는 공동 투쟁 기구를 결성하려 한다. 이제부터라도 대중적인 투쟁 건설에 힘을 기울인다면, 분명한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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