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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정의 연립정부론 비판:
자본가 정당과 진보정당 사이의 한강을 건너 뛰려 하는가

미국에 가 있는 심상정 진보신당 고문이 최근 강연과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민주당과의 계급연합 주장을 노골적으로 펼치고 있다.

“진보정당은 새롭게 통합·재편되어야 한다. 총선에서 교섭단체를 이루고 2012년 대선 연립정부 구성이라는 집권 전망의 전제 위에 후보 단일화에 나서야 한다.” 진보정당들이 통합한 후 민주당·참여당과 후보단일화를 하고 그 정부를 지지해 입각까지 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심상정 고문의 연립정부론은 민주노동당을 ‘열우당 2중대’라고 비판한 그의 과거 발언을 무색하게 한다.

심 고문은 지난해 경기도지사 후보를 사퇴하고 유시민을 지지했던 것도 “이상에 치우친 운동권 정치에 대한 성찰과 현실에 뿌리박고 대안세력으로 성장해 가겠다는 결의의 표현”이라고 정당화했다.

3년 전에 민주노동당을 ‘열린우리당 2중대’라고 비판하며 분당을 정당화했던 심 고문이 지금은 민주노동당 지도부보다 더 노골적으로 계급연합 전략을 설파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분당 전에 심 고문이 내걸었던 ‘민주노동당 혁신’ 요구는 당을 우경화하려는 시도였다.

단적으로, ‘종북주의’ 운운하며 두 당원을 제명함으로써 ‘친북당’ 이미지를 벗으려했다. 이것은 국가보안법 마녀사냥에 굴복한 것이었다. 심 고문조차 나중에 자서전 《당당한 아름다움》에서 “‘종북주의’란 용어가 애초 수구 보수의 무기였다는 점도 개운치 않았을 뿐더러, 민주노동당 실패를 … ‘종북주의’ 탓으로 환원하는 것은 사실을 호도하는 측면이 있었다” 하고 고백했다.

노무현 정부의 실패가 낳은 민주당 왼쪽의 공백을 채우겠다는 문제의식은 좋았지만, 진보정당을 오른쪽으로 이동시킴으로써 그렇게 하겠다는 구상은 문제였다. 이 시도가 실패한 후, 심 고문은 분당을 선택했다.

그러나 진보정당의 분열은 민주당 왼쪽의 공백을 메우는 과제를 더 지연시킬 뿐이었다.

게다가 민주노동당 시절 누리던 민주노총의 인적·물적 기반을 잃고 선거에서도 별다른 존재감을 보이지 못하면서 진보신당 프로젝트도 사실상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이 상황에서 심 고문은 뒤늦게나마 진보정당의 재통합을 주장하며 유턴하고 있다. 하지만 이 유턴은 민주당과의 연립정부를 향하는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 우경화를 통해 반한나라당·비민주당 층을 흡수하겠다는 구상이 실패하자, 이제는 아예 비민주당이라는 구별선 자체를 무너뜨리려 한다.

심 고문은 “집권하려면 국민에게 통치세력으로서 경험과 신뢰를 주어야 한다. 크든 작든 권력행사를 경험하고 신뢰가 쌓여야 진보에게 권력을 줄 것”이라면서 이것을 합리화한다.

그러나 “열린우리당[현 민주당]과 한나라당 사이에는 샛강이 흐르고,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 사이에서는 큰 강물이 흐르고 있다”, “[민주당이] 이명박 정권에 각을 세우고 있지만 이미 지난 정권 속살까지 다 들여다 보았던 국민들이 포장지 좀 바꾼다고 시선이 달라질 거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큰 오산이다.”

이것은 모두 심 고문 자신이 불과 2년여 전에 자서전에서 한 얘기다. 이 말을 지금 민주당과의 연립정부도 불사하려는 심 고문 자신에게 돌려주고 싶다.

심 고문이 이번 방미 기간에 반노동자·친삼성으로 악명 높은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 응하며 “FTA 자체를 반대한 게 아니”라고 밝히고, 진보세력이 저항세력으로만 비춰졌던 것을 반성하는 듯한 투로 얘기한 것은 씁쓸함을 남긴다.

심 고문은 진보정당이 힘이 없는데 어쩌냐고 항변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 힘은 자본가 정당인 민주당과 한배를 탐으로써 결코 얻어지지 않는다. 이명박에 맞서며 민주당과도 구분되는 급진적 대안을 제시하고 아래로부터 투쟁을 확대하는 과정을 통해서만 힘을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