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5일에 우연히 본 KBS 〈책 읽는 밤〉은 《닥터 지바고》의 저자 보리스 빠스쩨르나끄를 ‘역사적 격변기에 혁명, 전쟁과 같은 “전체”가 아니라 인간 내면에 천착한 소설가’라고 평했다.

이는 왜곡이거나 무지다. 빠스쩨르나끄는 러시아의 혁명적 시인으로, 마야코프스키 등 1920년대 최고의 러시아 작가들과 조우했다. 마야코프스키는 혁명의 선봉에서 시를 통해 선전·선동을 벌였던 사람으로, 1930년 스탈린주의화에 절망, 자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를 가장 존경했던 사람이 바로 빠스쩨르나끄였다. 

1956년에 쓴 자서전적 글에서도 그는 레닌과 1917년 혁명을 찬양하면서, ‘민중이 그들 자신이 거인임을 입증했다’고 말했다. 또한 1917년 출간한 시집 《삶은 나의 누이》가 그 혁명의 나날을 노래한 것임을 확인했다.

니콜라이 부하린은 1934년 쓴 ‘시, 시학 그리고 러시아의 시 문제들’에서 빠스쩨르나끄가 러시아 혁명에 열정적이었지만 그것이 식어가고 있다고 비판, 당시 ‘사회적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1920년대 말 정치적 비판을 탄압하면서 시작된 ‘사회주의 리얼리즘’이 바로 이 해에 공식적으로 확립됐다. 그러므로 부하린의 비판은 빠스쩨르나끄가 스탈린주의와 사회주의 리얼리즘에 비판적이었음을 방증한다.

그의 소설 《닥터 지바고》는 1945년 집필을 시작해 1955년에 탈고한 것으로 알려져 있고, 러시아 출판이 어렵자 원고가 이탈리아로 보내져 이탈리아어와 러시아어로 동시 출간됐다. 

이듬해 노벨문학상 수상이 결정됐으나, 러시아 사회에 대한 비판적 내용 때문에 정치적 탄압을 받을까 봐 두려워한 그가 수상을 거부했다. 물론 이례적으로 빠른 노벨상 수상의 배경에는 소련에 대한 내부 비판을 이용하려는 서방 지배자들의 속내가 있었을 것이다.

빠스쩨르나끄는 격변기 러시아 사회와 혁명이 낳은 최고의 시인이자, 반혁명이 재갈을 물린 수많은 지식인 중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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