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마르크스의 가치론》: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에 대한 깊이 있는 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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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스가 죽은 지 1백 년도 더 지났지만 마르크스의 사상과 그의 저작에 대한 관심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특히 2008년의 세계경제 위기처럼 자본주의가 심각한 위기에 처했을 때 자본주의의 동학을 밝힌 마르크스의 노력이 더욱 진가를 발휘한다.
최근에 《마르크스의 가치론》이 출간되었는데, 이 책이 마르크스의 자본주의 비판을 더 풍부하게 이해할 수 있게 해 준다는 점에서 반가운 일이다. 이 책의 저자인 알프레두 사드-필류는 영국 런던대학교 아시아·아프리카 대학의 발전정치경제학 교수로, 이미 한국어로 번역된 《마르크스의 자본론》의 저자이고 《Anti-Capitalism: A Marxist Introduction》라는 책을 편집했다.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가치론’은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의 거의 모든 논쟁에서 핵심적인 쟁점이 되었을 만큼 중요한 개념이다. 가치론은 “착취 경험의 파편화를 넘어서는 방식으로 자본주의적 착취를 분석할 수 있도록 해주며, 자본주의적 착취를 끊임없이 변화하는 모순적이고 위기로 가득 찬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하고, 착취를 중단시키기 위한 행동의 가능성을 착취 과정의 작동 방식에 대한 우리의 지식의 한 부분으로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이 책이 지닌 장점은 자본주의에서 경제적 재생산의 본질적 측면과 관련된 것으로 무엇을 어떻게 생산하는지의 문제와 자본주의 생산양식의 근저에 있는 사회적 구조들, 특히 착취 구조들을 상세하게 설명한다는 점이다.
또한 이 책은 마르크스의 가치론과 관련된 최근의 논쟁까지도 비판적으로 다루고 있다. 예를 들면 마르크스의 분석 방법론과 관련하여 최근에 제기된 헤겔적 해석인 ‘새변증법’의 내용을 비판적으로 소개한다. 또 가치론과 관련한 두 가지 해석인 투하노동설
제7장에서는 가치의 생산가격으로의 전형문제를 다루는데, 저자는 경제부문간 경쟁으로 말미암은 가격의 결정이 아니라 자본 규모에 따른 잉여가치의 배분이 전형문제의 핵심이라고 주장한다. “전형의 역할은 사회적 노동의 형태의 더 복잡한 수준에서의 규정을 가능하게 하고 경제 전체에 걸친 노동과 잉여가치의 분배를 설명하는 것이다.”
앞서 소개한 마르크스의 가치론과 관련한 최신 논의들에서도 알 수 있듯이,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에 입문하는 초심자들이 읽기에 부담스럽다는 점이 이 책의 약점이다. 또 글의 내용이 압축적이어서 읽기가 더 부담스러울 수 있다.
이에 대해서는 《자본론》에 대한 마르크스 자신의 변호론이 적절한 답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학문에는 지름길이 없습니다. 오직 피로를 두려워하지 않고 학문의 가파른 오솔길을 기어 올라가는 사람만이 학문의 빛나는 정상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 책은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는 사람들이 이해를 심화시키기에 적합하다.
앞서 지적한 바처럼, 이 책은 계급, 착취, 경쟁 그리고 그 이면에 있는 많은 구조들과 과정들을 마르크스의 가치론과 연결시키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이런 시도는 자본가계급과 노동자계급이 생산에 의해 분할된다는 것, 이 분할은 분배 이전에 이루어진다는 것, 축적은 자본주의에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 축적이 이루어지는 역사적으로 특수한 방법과 과정들이 존재한다는 것 등을 밝히는 것뿐 아니라 “노동계급이 자본주의적 착취에 대한 저항에 즉각적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으며, 잠재적으로 집단적 행동을 통해 자본주의적 착취를 끝장낼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유일한 사회적 집단”임을 강조하는 데 매우 유용한 자산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