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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미국의 또 다른 수렁

아프가니스탄

미국의 또 다른 수렁

언론이 이라크 문제에 집중하고 있는 사이에 아프가니스탄은 미국의 또 다른 “수렁”이 됐다.

미군 주도 하의 유엔 다국적군이 아프가니스탄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불안정과 혼란, 빈곤과 고통은 사라지지 않았다.

미국의 후원을 받는 아프가니스탄 중앙 정부의 영향력은 수도 카불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의 나머지 지역은 8개 군벌이 통치하고 있다. 이들은 각자 지역 맹주를 자처하며 서로 다투고 있다.

10월 9일 아타 모하메드가 이끄는 자미아트-이-이슬라미는 경쟁 군벌 압둘 라시드 도스툼 세력과의 교전으로 60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 두 집단은 탈레반이 실권한 직후부터 지금까지 2년 가까이 북부 요지 마자르-이-샤리프를 차지하기 위해 내전을 벌이고 있다.

지난 8월 21일 이 지역 관할 유엔군이 이 두 군벌 간에 교전 중지 협정을 체결하도록 만들었다. 그러나 두 달도 안 돼 다시 이 같은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군벌 간 내전과 허약한 지지 기반 때문에 하미드 카르자이가 이끄는 중앙 정부가 아프가니스탄 전역을 통제하지 못함에 따라,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전후 처리도 수렁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지난 8월 중순 미군은 저항 세력을 진압하기 위한 특수 작전에 돌입했다. 탈레반의 반격이 격렬해졌기 때문이다.

그 동안 탈레반은 아프가니스탄 동남부 지역에서 거점을 확보하고 조직을 재건했다.

또, 탈레반은 그 동안 미군 점령에 맞서 싸운 많은 게릴라 세력들―대표적으로는 굴부딘 헤크마티야르가 이끄는 히즈브-이-이슬라미가 있다―과 동맹을 맺으며 영향력을 키웠다.

8월 31일부터 9일 동안 아프가니스탄 남부 자불 주(州) 다이추판에서는 탈레반 정권 붕괴 이후 가장 격렬한 전투가 벌어졌다. 또, 곳곳에서 미군 차량과 기지 등이 게릴라들의 공격을 받았다.

게릴라들은 미군뿐 아니라 중앙 정부군과 유엔도 공격 표적으로 삼았다.

9월 7일에는 칸다하르 인근 산악 지역에서 순찰 임무를 수행하던 중앙 정부군 6명이 총격을 받고 사망했다. 9월 17일 남부 도시 가즈니에서는 경찰서장 집 앞에서 폭탄이 터져 4명이 죽었다. 7월 말 이후 경찰서장·경찰대원·친미 종교지도자 등 모두 2백 명 이상이 게릴라들의 공격을 받아 사망했다.

유엔 기구에서 근무하는 아프가니스탄인들은 5월부터 집중 공격에 시달린 나머지, 탈레반의 영향력이 큰 동남부 8개 주에서는 활동을 거의 중단한 상태다.

다국적군

2001년 말 미군이 탈레반을 몰아낸 뒤 많은 아프가니스탄인들은 자신들의 삶과 민주적 권리가 전혀 향상되지 않은 데 분개하고 있다. 그리고 오만한 점령군 미군에 대한 반감이 커졌다. 이 때문에 미군에 맞선 격렬한 저항이 증대했다.

10월 15일 영국 국제전략연구소(IISS)가 발표한 연례보고서는 “이라크 전쟁이 무슬림들의 급진성에 불을 붙였으며 알카에다의 인력 공급원을 늘리고 사기를 충전시키는 결과를 낳았다.”고 분석했다.

한편, 저항 세력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많은 아프가니스탄 민간인들이 희생당하고 있다.

지난 9월 17일 자불 주에서 민간인 8명이 미군의 폭격으로 사망했다. 미군은 게릴라들을 소탕한답시고 집집마다 수색을 하며 “의심스런” 사람들을 닥치는 대로 연행했다.

지난 10월 16일 아랍 위성방송 〈알자지라〉는 미군이 네 살 된 아프가니스탄 소년을 몸수색하는 장면을 공개해 충격을 주었다.

미군 중부사령관 대변인은 “[아프가니스탄 소년을 몸수색한 미군] 병사는 아이들이 폭발물을 지녔고, 미군을 공격하는 데 어린이들이 이용될 수 있다는 정보를 입수한 것으로 보인다.…[이런] 모습에 불쾌해 하는 사람들은 미군의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하고 뻔뻔스럽게 말했다.

이것이 2년 동안 유엔 다국적군이 관리해 온 아프가니스탄의 현재 상황이다.

한상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