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홍구(성공회대 교양학부 교수)

 

노무현이 악수만 골라 두는 느낌이 듭니다. 지난번 시민 단체와 간담회에서 파병 계획이 없다고 말해 놓고 곧바로 파병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의도된 거짓말이라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파병 결정에서 절차 문제를 다 무시한 것에 사람들은 배신감을 느꼈을 겁니다. 진보진영과 돌이킬 수 없는 불신을 낳은 거예요.

노무현은 1차 파병 때도 국익 논리를 써먹었습니다. 그런데 실행된 이익이 뭐가 있나요. 제마 부대가 이라크 재건 공사를 딱 한 건 발주했는데 국내 소규모 공사에 해당하는 수준이었습니다.

한국의 국제적 위상을 높인다고 노무현은 말했는데 미국의 요구에 앞서 나가 파병했다는 것은 창피한 일입니다. 내 생각에 한국이 파병 결정해서 얻은 것이라고는 딱 한가지인데 부시가 노무현을 만났을 때 따뜻하게 대해준 거죠.

북핵 문제, 미군 재배치 문제를 파병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처럼 말하는데 미국이 어떤 나라입니까? 한국이 베트남 전쟁 때 32만 명을 파병했지만 해결되지 않은 문제입니다.

노무현의 파병 결정은 가장 열렬했던 지지자들에 대한 치떨리는 배신입니다. 유엔 결의안이 통과됐지만 전쟁의 본질이 변한 게 아닙니다.

유엔 결의안은 미국이 유엔의 간판으로 다른 나라 삥땅 뜯는 것을 봐 주겠다는 것일 뿐입니다. 그리고 한국군 파병은 전쟁을 뒤치다꺼리 하러 가는 것입니다.

  


 

나핵집 목사   (열린교회 담임 목사, 전국목회자정의평화실천협의회 공동의장)

 

이라크 전쟁은 명분없는 불의한 전쟁, 침략전쟁입니다. 미국은 유엔도 무시하고 대량살상무기를 빌미로 침략을 했습니다.

노무현 정부는 이 부정의한 전쟁에 대한 파병 문제 때문에 지지자들을 상당히 잃고 있습니다.

노무현 정부는 국익 얘기를 했는데, 성서에서도 다른 사람의 희생을 통해서 이익을 챙기는 것을 불의한 일로 가르칩니다. 그래서 우리는 파병 반대 입장을 처음부터 밝혔습니다.

이 명분없는 전쟁에 우리 자녀들을 희생시키고, 13억 이슬람인들과 나쁜 관계를 갖는 일이 없도록 파병을 막아야 합니다. 비전투병도 안 됩니다. 이라크인들을 돕고 싶다면 국가가 돈을 지원해 의료 단체나 학교 건설 등을 해야 할 것입니다.

이라크의 참혹한 현실을 보면서 이것은 이라크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한반도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명분 없는 전쟁에 참여해서는 안 됩니다.

  


 

권해효(연극인)

 

국익과 한미 동맹을 이야기하면서 정부가 결국 파병을 결정했습니다. 이라크 어린이들은 죽어가는데도 파병을 찬성하는 사람들은 동맹국인 미국을 도와야 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지금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 미국이라는 나라 전체가 아닙니다. 바로 부시 정권과 매파 일당들이죠. 파병을 하면 부시에겐 도움이 되겠지만, 대부분의 미국인들에게는 도움되는 게 없어요.

사람들은 파병 결정을 정부의 종속적 외교 관계 탓으로만 돌립니다. 우리 나라가 전부터 종속적이었던 게 사실일 수 있어요. 그렇지만, 그것이 곧 파병 결정이 어쩔 수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대통령이 파병을 결정했을지라도 파병 반대 행동에 참여하는 것이 나중을 위해서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우리가 파병에 반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게 매우 중요합니다. 10월 25일 집회에도 많은 사람들이 함께 했으면 좋겠어요.

 


 

오영숙 수녀 (사랑의 시튼 수녀회)

 

사실 재신임 얘기가 나오면서 파병이 재신임 이후로 미뤄지리라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파병 반대 입장도 느슨하게 생각하고 있었죠. 파병 발표 하루 전날에 노무현 대통령을 만났을 때도 결정되지 않았다고 했기 때문입니다. 파병 발표 소식을 듣고 속된 말로 ‘한방 맞았다’고 생각을 했어요.

유엔 결의안이 통과됐다지만 그것은 평화유지군도 아닙니다. 모든 외국 군대는 이라크에서 떠나야 합니다. 이라크인에 의한 이라크 자치 정부가 구성돼야 해요. 우리 나라가 그런 처지라면 이라크인들과 마찬가지 방식으로 대응했을 것입니다.

반전 운동에 더 많은 단체들이 더 능동적으로 참여하기를 바랍니다. 생각에서 그치지 않고 실제 행동에 참가해 파병을 막아낸다면 정말 뜻깊은 일이 될 것입니다.

  


 

박찬욱 (영화감독)

 

파병을 결정하면서 정부는 ‘미국의 말을 들어야 한반도 안전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는 점을 제일 중요하게 생각한 듯합니다.

그런데 미국의 요구를 무조건 따라 가는 게 한반도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인지는 따져 봐야 합니다. 미국이 이라크에서 승리했다고 판단하게 되는 순간 자신감을 얻어서 북한에 대한 공세를 더 강화할 것입니다.

또, 경제적 실리를 얘기하는데, 그것이 무엇을 위한 경제인지, 누구를 위한 경제인지도 생각해야지요. 한국 경제는 분배가 가장 큰 문제인데 그것을 해결하지 않고 무조건 생산과 수출을 늘리는 게 대중에게 어떤 이익이 있겠어요?

설령 경제적 손해를 보더라도 젊은이들의 생명과 원칙과 명분을 소중히 생각해야 한다고 봐요.

그런 것을 소중히 여긴다고 생각해서 노무현을 찍은 것일 텐데, 노무현은 그것을 버리고 무엇을 얻겠다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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