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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항·진중권 논쟁:
‘진보 행세하는 개혁’에 대한 김규항의 비판은 옳다

최근 김규항과 진중권이 〈한겨레〉 지면에서 논쟁을 벌였다. 논쟁은 김규항의 지극히 타당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오연호, 조국 선생이 얼마 전 낸 〈진보집권플랜〉[은] 민주당과 국민참여당을 중심으로 하는 정권교체를 주장하는 책이다. 과연 그런 정권교체가 ‘진보집권’인가?”

그는 김대중·노무현 정부 아래에서도 삶이 근본에서 다르지 않았던 수많은 사람들에게 “그런 정권교체를 진보집권이라고 하는 건 삶을 송두리째 부인하는 폭력”이라고 옳게 비판했다.

민주당이 전북버스파업을 탄압하는 것에 대해 “민주노동당이 중앙당 차원의 논평하나 없다는 건 선거연합의 정체를 보여 준다”. (김규항, 3월 2일 <한겨레> 칼럼)

김규항이 예를 든 것처럼 전북 지역에서 전주시장, 전북도지사, 국회의원까지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은 전북 버스 노동자들의 정당한 투쟁을 탄압하고 있다. 무상의료를 하겠다고 약속하는 민주당 안에서 제주도 영리병원을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모순이다.

김규항이 진정으로 문제라고 지적한 것은 진보진영의 지도자들이 민주대연합 때문에 이런 민주당을 비판하기를 꺼리는 것이다. 예컨대 전북 버스 파업에 대해 민주노동당 중앙당은 민주당을 비판하는 논평 한 번 내지 않았다.

물론 민주노동당 전북 지역 당원들과 지방의원들은 적극적으로 노동자들의 투쟁에 연대하고 있다. 그러나 민주노동당 지도부는 이를 정치적 문제로 발전시켜 민주당을 압박하려 하지는 않고 있다. 그러니 이명박 정부의 노동 탄압에도 제대로 맞서기 힘들다. 민주대연합의 논리가 결국 한나라당에 맞서는 데에도 걸림돌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진중권은 “‘좌파’ 딱지를 허락받고 써야 한다면 차라리 반납하자”며 김규항의 이런 타당한 제기를 희화화했다.

그는 자신이 “지난 10년간 맨땅에 헤딩하며 진보정당을 만들[고] … 선거 때마다 표 분산시킨다고 몰매를 맞았다”며 김규항에게 “이 모든 번거로움을” 알기나 하냐고 윽박지른다.

그러나 진중권은 그런 말할 형편이 못 된다. 그는 민주노동당이 분당하기 4년 전인 2004년에 이미 민주노동당을 탈당했다. 2008년에 민주노동당 분당을 지지한 그는 최근 “앞으로 진보 같은 거 안 할 [것]”이라며 진보신당에서도 탈당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진보정당 건설의 번거로움을 견디지 못하고 급진좌파에 대한 적대감을 앞세웠다. 지금의 진중권은 정치적으로 좌파나 진보보다 민주당이나 국민참여당의 일부 인사들과 더 가까워 보인다. 그래서 “‘진보 행세하는 개혁’을 저리 옹호”하는 것이다.

김규항은 “이명박 정권 교체를 위한 선거연합을 [기본으로] 찬성한다”고 하면서도, 지금의 민주대연합은 “개혁우파 세력의 집권욕에 진보정치의 자원과 가능성을 헌납하는 절차”라고 비판했다.

그런데 이것은 자본가 정당과의 선거연합이 낳을 수밖에 없는 결과다.

물론 민주당이나 국민참여당에 만족하지 않는 많은 사람들조차 이명박 정부에 대한 반감이 워낙 크다 보니 지난 지방선거에서 민주당과 국민참여당에 투표했다.

그 심정은 ‘더 이상 돈 빌릴 데가 없어 사채업자를 찾아가는 심정’하고 비슷할 것이다. 따라서 진보진영은 그런 대중의 발길을 돌릴 더 나은 대안을 제시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물론 진보 후보가 나오지 않은 지역에서, 대중이 개혁적으로 여기는, 민주당이나 국민참여당 후보에게 비판적 투표를 할 가능성까지 배제할 수는 없지만 말이다.

무엇보다 선거만 바라보며 당선 가능성을 저울질할 것이 아니라 이명박에 맞서 노동자들을 단결시킬 수 있는 대안들을 제시하고, 그런 요구들을 중심으로 운동을 건설하는 일에 힘을 쏟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