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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잘 만나면 세금도 공짜?

구조조정 과정에서 연일 정부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공적자금은 예나 지금이나 국민들의 혈세로 채워진다. 많은 이들이 공감하겠지만, 우리나라의 조세 제도는 소득이 그대로 공개되는 유리 지갑 봉급 생활자들에게만 불리하게 되어 있다.

현재도 많은 부자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탈세를 저지르고 있지만 국내 최대 재벌 삼성의 탈세 수법은 가히 독보적이다.

"이재용 씨가 인수한 삼성SDS 신주인수권의 신주인수 가격이 주당 7150원임은 천하가 다 아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당시 삼성SDS 주식이 장외시장에서 주당 5만8000원 정도에 거래되었음을 입증하는 증거 자료 4가지를 제출하였습니다. 이 경우, 5만8000원과 7150원의 차액에 대하여 증여세를 과세하여야 함은 법에 명시되어 있습니다. 이 정도로 간단명료한 사건도 처리하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골백번을 생각해도 알 수가 없습니다. 제 요구가 무리한 것입니까?"(오 마이 뉴스에 실린 참여연대 조세개혁팀 윤종훈 회계사의 말. 인터뷰 내용이나 사건에 관련한 내용은 오 마이 뉴스와 참여연대 홈페이지에서 참조.)

삼성의 유일한 후계자로 현재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33살의 유학생 이재용, 부모를 잘 만난 탓에 그의 재산은 이미 수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그가 재산을 증식하면서 낸 세금은 1994∼95년 이건희로부터 상속받았던 60억 8천만원에 대한 16억 원이 전부다.

그 뒤 눈덩이처럼 불어났던 이재용의 재산에 대해 참여연대와 스탑 삼성 등은 세금 없는 변칙증여라고 항의하고 있다.

세금만 내면 끝인가?

삼성의 변칙증여는 이재용의 탈세 문제만은 아니다. 이재용이 받은 주식은 이건희 회장만의 것이 아니라 다른 주주들이 가진 지분을 조금씩 빼앗은 재산이기 때문이다. 남의 재산을 가로채서 자식에게 증여한 경우 자식이 증여세를 낸다고 해서 적법해질 수는 없을 것이다.

이재용의 재산은 모두 계열사 주식으로 이루어 있다. 이재용은 이 주식들을 모두 해당 계열사로부터 터무니없는 헐값에 신규발행을 받는 형식으로 취득했다. 이재용만이 아니라 재벌총수 일가가 대개 비슷하다. 이들은 주요 재산을 계열사간 '특혜성 거래'를 통해 취득한다. 특히 주식과 부동산, 문화 재단 등이 그렇다. 문제는 총수일가와 계열사간에 이뤄지는 주식, 부동산, 금전 거래는 전혀 공정하지 않다.

편법으로 증여한 주식은 기업의 부실을 해결할 때도 요긴하게 사용된다. 1999년 6월 30일, 삼성은 삼성자동차 채권단에 대한 손실보상 차원에서 이건희 회장의 사재 2조 8천억 원을 내놓겠다고 발표하였다. 당시 이건희 회장이 내놓겠다는 사재는 다름이 아닌 삼성생명 주식 4백만 주였다. 4백만 주를 2조 8천억 원으로 계산하였으니, 주당 70만 원으로 친 셈이다.

그런데 이재용이 최대주주로 있는 (주)에버랜드가 보유한 삼성생명의 지분이 1998년 9월에는 불과 2.25퍼센트였는데, 1999년 6월 28일에는 20.7퍼센트로 급격히 증가하였다. 에버랜드는 이 기간동안 삼성생명의 주식을 주당 9000원에 구입한 것으로 밝혀졌는데 아버지가 빚 갚으려고 내놓을 때는 70만원으로 평가받던 주식이 아들이 사들일 때는 9000원으로 계산된 것이다.

삼성자동차의 노동자들이 고용 불안을 느끼며 경제위기를 실감하는 동안 이건희와 그의 아들 이재용은 삼성자동차 매각과 생색내기, 재산 불리기에 바빴던 셈이다.

국세청 퇴직 = 삼성의 사외 이사

지난 12월 18일 국세청은 이재용의 신주인수권부사채 편법 취득 사실을 확인하고는 법원 판결 뒤에 세금을 추징하겠다고 말했지만 결과는 미지수이다. 삼성의 경영권이 이병철에서 이건희 회장에게 넘어 갔던 과거를 비춰보면, 또 국세청이 입주해 있는 종로 타워가 삼성 소유라는 점을 생각해 보면 설사 법원의 판결이 제대로 나온다 해도 국세청이 삼성에게 세금을 제대로 징수할지는 의문이다.

삼성전자 황재성 이사는 전에 서울지방국세청장이었고, 삼성물산 신석정 이사는 전 국세청 조사국장과 중부지방국세청장이었고, 삼성중공업 박래훈 이사는 전 국세청 직세 국장이었고, 삼성정밀화학 박병일 이사는 전 서울지방국세청 조사2국장이었다.

이는 삼성그룹과 국세청이 끈끈한 인맥으로 연결돼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참여연대와 스탑 삼성 회원들이 지난 12월 18일부터 100일 시민 행동에 돌입하여 국세청 앞에서 항의 시위를 진행중이다. 그런데 종로 타워에 온두라스 대사관이 입주해 있기 때문에 릴레이로 1인 침묵시위만 하고 있다. 참여연대 조세개혁 팀의 홍일표 간사는 "삼성도 단순한 돈 문제를 넘어 대표 경영자로 예정된 사람이 탈세범이 되느냐 마느냐의 문제이므로 이미지 관리 차원에서 반격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재용의 재산은 분명 탈법과 편법을 통해 세금을 포탈한 것이므로 그에 대한 세금 추징과 처벌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