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세화 인터뷰

우리의 교육 현실, 무엇이 문제인가?

 

Q 모든 사람들이 사교육과 학벌 사회가 문제라고 하면서도 이것이 계속 유지되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A 이 사회는 소위 ‘20 대 80의 사회’라고 말하듯이 지독한 경제 불평등의 사회이고, 이런 불평등은 더욱 심화되고 있습니다. 변변한 사회보장도 없고, 많은 사람들이 실업의 위험에 처해 있는 매우 불안한 사회입니다.

 이 불안한 미래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자녀들의 교육을 통한 길뿐입니다. 학벌을 통한 신분 상승을 노리게 되는 것이죠.

이 사회는 대학의 서열화가 곧 인생의 서열화로 결정되고, 그러다 보니 18살에 보는 시험에 모든 심혈을 기울이게 되는 것입니다.

당연히 부자들은 쪽집게 과외, 미국 연수 등을 통해 자신의 계급·계층을 유지하려 하고, 가난한 사람들은 자식이라도 이런 상황에서 벗어나게 하기 위해 마찬가지로 사교육에 매달립니다.

사회 구성원들이 불공정하고 불평등한 구조를 견제하지 못하는 상태이기 때문에 이런 무서운 신분제가 고착되어 가고 있습니다.

 

Q 최근에 고교평준화를 없애야 한다는 주장, 강북이나 지방에 자립형 사립고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고 한국교육개발원의 ‘사교육 경감 방안’ 발표도 있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A 우선, 평준화에 반대하고 자립형 사립학교를 만들어야 한다는 논리에 대해 살펴봅시다. 평준화가 사회 구성원 모두의 학력을 높인 것은 다들 인정하는 사실입니다.

다만 상위권의 일부가 예전에 비해 학력이 떨어지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요즘 사회는 결국 똑똑한 몇 사람이 [나머지를] 먹여 살리는 구조라고 주장합니다. 결국 신자유주의적 정책을 받아들이고 주장을 하는 셈이죠.

하지만 제가 생각하기에 한국 사회는 교육의 공공성이 너무나 부족합니다. 예를 들어 프랑스에서는 유치원부터 대학 때까지 학비가 없습니다. 교육이 공공성 원칙에 의해서 생존권으로 보장되고 있는 것입니다.

대학이 서열화되어 있으면 이로부터 나오는 갖가지 미봉책들이 오히려 ‘국가경쟁력’도 떨어뜨립니다. 우리 사회 구성원은 공부를 안 합니다. 18세까지만 암기를 하고 그 이후로는 공부를 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이미 순위가 정해져 있기 때문입니다. 한번 대학 교수가 되면 더 이상 공부 안 하고, 대학생되면 공부 안 합니다. 18세에 순위와 승패가 결정되기 때문에 사회구성원이 자기 완성의 길을 모색하지 않습니다.

이런 구조에서 무슨 창의력이 나오고 석학이 나오고 기초 과학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

평준화에 반대하는 논리는 기득권자들이 내놓는 논리입니다. 돈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그래서 시작부터 우월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계급·계층을 그대로 유지하기 위해서 교육의 공공성을 가로막고, 학교를 서열화하고, 사교육을 통해서 자신들의 기득권을 계속 유지하고자 하는 것이죠.

지금 명문대에 들어가고 있는 사람들이 주로 어떤 사람들입니까? 어떤 집안 학생들이 이런 곳에 들어가고 있습니까? 주로 부유한 계층의 아이들입니다.

이런 비판들이 나오고 많은 사람들이 사교육비로 고통을 받으니까, 정부에서 계속 교육 개혁안을 발표하고 서울대에서 지방 출신 학생을 우대하겠다고 합니다. 그런데 사실 그런 대책들은 비판을 피하기 위한 미봉책에 불과합니다.

교육의 장은 계급 투쟁입니다. 계급을 대물림하기 위해 기득권층은 현재 체제를 유지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소위 개혁정부라는 곳에서 내놓는다는 정책이 학교에서 사교육을 시키겠다, 판교에 학원단지를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Q 이 사회는 대학이 서열화되어 학벌 경쟁이 심하고, 서열화된 대학들에 입학하기 위해 국가적으로 수능 시험을 치르고 있습니다. 서열화된 교육구조의 대안은 무엇입니까? 그리고 그 대안을 이룰 수 있는 방법은 무엇입니까?

A 모든 대학은 평준화되어야 하고, 수능 시험은 대입자격고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한번에 모든 대학을 평준화하기는 힘드니까, 먼저 서울대의 신입생을 뽑지 말고 전국의 국립대생들이 와서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입니다. 즉, 먼저 전국의 국립대들을 평준화하고 국립대에 들어올 수 있는 자격고사를 실시하자는 것입니다.

지금의 구조에서는 교육 3주체가 모두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아이, 학부모, 교사 모두가 고통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고통의 원흉이 바로 대학 서열화입니다. 그리고 이 대학 서열화의 정점에 있는 서울대 문제를 떼놓고는 얘기할 수 없습니다.

제가 꼭 지적하고 싶은 점은, 이런 경쟁 시스템이 사회 구성원들에게 계층 상승을 할 수 있다는 허상을 주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교육 과정이 다 경쟁인데 이미 승리할 수 있는 집단은 정해져 있습니다. 그런데 마치 로또를 하듯이 없는 사람들도 자신의 자식은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면서 함께 학벌체제에 들어가려 하고 있습니다.

내 자식이 혹시나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는 불가능한 계층 상승을 꿈꾸기 보다는 서민 노동자들이 현실의 불평등 구조를 깨부수는 것이 가장 올바른 길이고 또 가능한 길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전 사회적 운동이 일어나야 합니다. 불가능하리라는 생각부터 없애고 사회 운동으로 이런 것을 바꿔 나가야 합니다.

강동훈 / 박민경 정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