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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비정규직:
위기를 돌파하며 다음을 대비해 연대와 투쟁을 건설해야

현대차 사측이 비정규직 투쟁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제어하려고 악랄한 대량 징계와 노조 탈퇴 공작을 퍼붓고 있다.

비정규직 투사들은 상경 투쟁, 부분 파업, 출근 투쟁, 1인 시위 등을 이어가며 ‘불법 파견 정규직화’라는 희망을 잃지 않고 꿋꿋하게 싸우고 있다.

그러나 사측의 혹독한 탄압에, 일부 노조 간부들의 조합비 횡령 문제까지 불거져 투쟁이 위기에 처해 있는 것이 사실이다. 더구나 지난해 1차 파업을 고전하게 만든 핵심 요인, 즉 정규직 노조 지도부의 연대 회피가 여전하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자들 사이에선 투쟁 전술과 방향을 둘러싼 토론과 논쟁이 진행돼 왔다.

일부 활동가들은 소수라도 당장 행동에 들어가자고 주장했다. ‘지금이 바로 자본과 전면적인 투쟁을 할 시기다. 3월부터 전면 파업을 조직하자’는 주장이었다. 그런 선도적 투쟁을 지역 연대 파업과 연결시키자는 주장도 나왔다. 이들은 강한 의지와 결의를 가진 소수의 행동이 나머지 사람들을 자극해서 투쟁을 일으킬 수 있다는 기대를 가졌던 듯하다.

그러나 2월 중순부터 지금까지 현대차 비정규직지회의 상황을 살펴보면, 이것은 타당한 전술과 방향으로 보기 힘들다. 현대차 사측은 지난해 1차 파업 이후 공장 안팎을 24시간 감시하고 점거할 만한 시설물을 이중삼중으로 막고 관리자와 용역을 배치해 왔다. 징계가 본격화된 2월 중순 이후부턴 공장 안에서 홍보전과 집회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대량 징계 속에서 다수 조합원들은 위축됐고, 일부 간부들의 조합비 횡령 문제가 터져 나오면서 활동가들조차 사기가 떨어졌다. 무엇보다 ‘정규직지부 지도부의 연대 회피를 어떻게 넘어설 것인가’ 하는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태다.

이런 현실과 조건을 고려하지 않고 전투성에만 집착하다 보면 의지를 앞세운 나머지 다수 조합원의 충분한 지지에 기초하지 못한 채 소수만의 행동으로 나아갈 수 있다. 이것은 다수 노동자들을 수동화하고 배제할 수 있다.

따라서 현 상황에선 탄압에 맞서면서 시간을 갖고 조직을 추스르며 노동자들의 자신감과 사기를 회복해 나가야 한다. 인내심을 갖고 대중적 투쟁을 건설하면서 다음 기회를 대비해야 한다.

그 점에서 “해고와 정직이라는 탄압 앞에 사기저하에 빠져 있는 노동자들과 한 발 뒤로 물러서 움츠린 노동자들의 심정을 헤아리면서 … 현장을 추스르고 다시 투쟁을 준비”해야 한다는 노건투(혁명적노동자당건설현장투쟁위원회)의 지적은 타당하다. 비록 쉽지 않겠지만, 끈질기게 조합원들의 지지와 동참을 끌어내야 하고, 그 힘을 기반으로 대중적 투쟁을 조직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투쟁 전술은 사측과 노동자들 간의 세력 관계, 노동자들의 자신감 정도를 잘 고려해 제시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사측의 탄압과 횡포에 반대하는 구체적인 투쟁 속에서 차근차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자신감을 회복시키고 단결력과 조직력을 복원해 나가는 게 효과적이다. 새롭고 강력한 지도부를 세워야 하며 해고자들의 출근 투쟁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이런 투쟁에 대한 정규직 노조와 활동가·현장조직 들의 지지와 연대를 끌어내며 정규직·비정규직 연대의 경험과 가능성을 계속 키워야 한다.

이것이 성공적으로 이뤄질 때, 다가오는 다음 투쟁의 기회에는 지난해 1차 파업의 열기를 부활시키며 현대차 사측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정규직 노조 지도부의 연대 회피를 어떻게 넘어설 것인가

지난해 1차 파업은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즉각적인 요구를 성취하지는 못했지만, 비정규직 투쟁의 가능성과 잠재력을 사회적으로 부각시켰고 노동자들 자신의 의식도 성장시켰다. 그 투쟁의 여파로 GM대우, 대우조선 등 곳곳에서 비정규직의 요구와 목소리가 더 부각됐고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촉발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성과에도 불구하고 1차 파업은 정규직 노조 지도부의 연대 회피라는 벽을 넘어서지 못했다는 한계를 보여 줬다.

정규직지부 이경훈 지도부는 비정규직 투쟁에 연대할 책임을 회피했을 뿐 아니라, 농성 해제를 종용하고 요구 수준을 낮추라고 협박했다. 비정규직 투쟁이 더 나아가지 못하게 만든 1차 책임은 이경훈 지도부에게 있다. 이경훈 지도부를 추수한 금속노조·민주노총 지도부와 진보정당 지도자들에게도 책임이 있다.

그래서 이른바 ‘민주파’ 현장조직과 활동가 들의 구실이 중요했다. 수많은 정규직 노동자들이 비정규직 파업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고 지지 모금 등에 적극 동참하는 상황에서 정규직 연대를 확대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었다.

실제로 민주파 현장조직들은 비정규직 투쟁에 지지와 연대를 표명했고 몇몇 정규직 활동가들은 매우 헌신적으로 비정규직 투쟁에 연대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민주파 현장조직들은 제 몫을 충분히 다하지 못했다.

주요 좌파 현장조직들조차 행동을 통해 연대를 건설하는 데 굼떴고, 중요한 국면에서 우파 현장조직들과의 공동 행보에 발이 묶여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그래서 적잖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민주파 현장조직에도 아쉬움과 실망감을 표현했다. 현장조직·활동가 들이 그동안 노조 지도권 획득을 우선시하면서 정규직·비정규직 연대를 일상적으로 실천하지 못한 한계가 드러났던 것이다.

최근에도 이경훈 지도부는 비정규직지회에게 기만적인 합의안 수용을 강요한다거나, 정규직 임금단체협상 전에 투쟁을 마무리하라고 종용하는 등 배신적 태도를 이어가고 있다. 금속노조 지도부와 민주노총 지도부도 이를 묵인·방조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차의 정규직·비정규직 투사들은 단결을 가로막는 온갖 이데올로기와 논리 들에 맞서며 끈질기게 현장에서 비정규직 투쟁에 대한 지지·연대를 확대해야 한다.

단순하게 ‘정규직 노조, 상급 노조, 진보정당 등은 대안이 아니라는 것이 이미 입증됐다’는 식으로 제쳐버리지도 말아야 한다. 개혁주의 조직의 지도부와 기층 대중을 구분해야 하고, 개혁주의 조직과 협력적 행동 속에서 비판과 대안을 제시할 필요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최근 현대차 부회장 윤여철은 “비정규직 파견 근로 문제는 … 전경련과 경총 등 경제 단체들과 함께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본가들 전체와 합심해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우리도 이런 관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현대차 비정규직 문제는 현대차 전체 노동자의 고용 문제와 직결돼 있고 나아가 현대차 담벼락을 넘어선다. 따라서 비정규직의 독자 투쟁이 아니라 정규직과 노동운동 전체의 지지와 연대를 건설해 나가야 한다.

이런 노력을 통해 정규직·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조직력과 단결력이 높아지고 연대 의식과 자신감이 높아질 수 있다면, 다음 번 투쟁의 기회에는 1차 파업이 멈춘 곳에서 한발 더 전진할 수 있을 것이다.

노조 간부들의 일탈을 어떻게 방지할 것인가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일부 간부들이 조합비를 횡령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이 투쟁에 참가한 많은 사람들이 실망했다. 비록 부패와 비리의 진정한 주범인 정몽구나 이명박 정부가 이 사건을 비난할 자격이 없다는 것은 명백하지만 말이다.

온갖 탄압과 협박을 이겨내며 투쟁을 이끈 지도부가 그런 잘못을 저질렀다는 사실 때문에 충격은 더했다. 한 조합원은 ‘횡령 사실을 접하고 투쟁을 포기할까도 생각했다’ 하고 말했다. 지도부를 믿고 투쟁한 조합원들의 실망감을 생각하면, 그냥 부도덕한 개인이 벌인 불미스런 일로 지나치거나 침묵해서는 안 된다. 또다시 이런 사건이 투쟁을 망치게 하지 않으려면 분명히 뿌리를 도려내야 한다.

과거에도 몇 차례 비슷한 문제가 터진 것을 생각하면 더 그렇다. 더구나 투쟁 과정에서도 사측 관리자들과 어울려 술자리를 가졌다는 사실은, 1차 파업 때 울산 공장의 비정규직지회 지도부가 타협 압력에 다소 흔들렸던 것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그래서 일단 ‘도덕적으로 깨끗한 사람을 지도자로 뽑아야 한다’는 대책이 제시되고 있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최근 사퇴한 지도부도 처음부터 도덕성에 문제가 있었던 사람들은 아니었다. 이 때문에 ‘사측 관리자와 개별적 접촉을 금지하자’는 얘기도 나온다.

노조 상근 간부들의 일탈을 막으려면, 무엇보다 노조 민주주의와 현장 조합원들의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

현대차 비정규직 조합원들은 지난 1차 파업 과정에서 비정규직지회 지도부가 흔들릴 때마다 수차례나 투쟁 방향을 바로 세우고 지도부를 강제한 바 있다. 현장 조합원들은 수시로 전체 토론회를 개최해 지회 지도부가 “선 농성 해제 후 교섭”을 강요하는 정규직지부의 압박에 굴복하지 않도록 막아냈다.

이처럼 투쟁 과정에서 제기되는 협상 과정과 내용이 현장 조합원들에게 투명하게 공개되고, 협상 체결의 최종 권한도 현장 조합원들에게 있어야 한다. 또, 선출된 간부들은 모두 즉각적인 소환과 문책(해임)이 가능해야 한다.

여기에 몇 가지 세부적인 조치가 추가돼야 한다. 노조 기금이 수익 사업에 쓰이는 것을 원칙적으로 반대하고, 이권 개입이 가능한 사업의 경우에는 공개 입찰 과정을 거쳐야 한다.

노조 지도부에 대한 현장 조합원의 통제와 민주주의가 확대돼야 노조 간부 비리나 관료적 행태를 최소화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