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1일 오전, 보안경찰은 대학생 학술단체 ‘자본주의연구회’ 회원들의 집에 들이닥쳐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압수수색을 했고, 세 명을 체포했다. 이에 항의한 학생 51명도 연행했다.

체포된 세 명 중 두 명은 별다른 혐의가 없어 석방됐다. 경찰은 자본주의연구회가 주최한 캠프에서 강연한 하종강·강신준 교수의 강연록 등을 증거물이랍시고 압수해 갔다. 제대로 된 증거도 없이 체포부터 하는, 전형적인 ‘아님 말고’ 식 수사 행태다. 

3월 23일 서울 경찰청 앞에서 열린 자본주의연구회 탄압 규탄 기자회견  김수행 교수와 여러 진보단체들이 참가해 마녀사냥 시도를 비판했다. 

보안경찰은 이들이 “새 세대 청년공산주의자 붉은 기”라는 ‘이적단체’를 만들어 활동했고, 자본주의연구회도 그 하부조직이며, “북한 김정일의 사주를 받아 혁명 활동을 했다”는 혐의를 적용하려 한다. 

그러나 자본주의연구회는 그 동안 회원을 공개 모집하고, 진보적 대중서적들을 읽고, 진보적 연사들을 초청해 ‘대안경제캠프’를 주최하는 등의 활동을 해 왔다. 자본주의에 대해 토론하고자 이 단체에 가입해 활동해 온 대학생들이 북한 정부의 꼭두각시란 말인가.

이명박 정부는 촛불시위 때도 “북한의 사주”를 들먹이며 정부를 비판하는 사람들의 자발적인 활동이 마치 모두 북한 당국의 지령에 의한 것인 양 모독한 바 있다.  

이번에 압수수색하러 온 경찰은 대학 교재로도 쓰이고 대형서점에서도 팔리는 ‘칼 마르크스 전집’을 보며 “불온도서”라고 말했다. 결국, 자본주의에 비판적인 책을 읽고 토론하는 것이 저들에겐 곧 ‘이적행위’인 것이다.

학생들은 이번 사건이 조작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군사독재 시절 발표된 숱한 ‘간첩단’ 사건들은 조작과 부풀리기로 점철됐다. 노무현 정부 말기인 2006년 공안당국이 터뜨린 이른바 ‘일심회’ 사건도 재판부는 단체의 실체조차 불분명하다고 판결했다. 

체제 비판

그간 경찰은 자본주의연구회 간부들을 표적 수사해 왔다. 촛불시위 이후 진보적 학생운동이  세력을 회복하자 2009년에 경찰은 학생들을 줄줄이 연행했고, 이번에 체포된 하인준 씨도 당시 촛불시위 참가 혐의로 대공분실에 끌려간 적이 있다. 

지난해에도 보안경찰은 조세훈 씨 등 자본주의연구회 회원들의 신상을 몰래 캐려다가 들통난 적이 있다. 

경찰당국은 주로 북한과의 연계나 북한에 친화적인 견해를 빌미로 ‘이적단체’를 만들고 단속해 왔지만, 국가보안법이 진정 ‘적’으로 여기는 것은 남한 정권과 체제에 비판적인 주장과 활동이었다. 북한에 비판적인 사회주의노동자연합에 대한 국가보안법 적용은 그 법의 체제수호적 본질을 잘 보여 준다. 

또한, 남한 정부 관료들과 기업가들은 북한 고위층을 만나 ‘고무·찬양’ 해도 별다른 제재를 하지 않으면서, 진보진영의 활동가들은 북한사람과 접촉했거나 북한 체제를 옹호했다는 이유로 처벌하는 것은 명백한 이중 잣대다. 

북한을 어떻게 생각하든 그것은 토론할 문제이지, 처벌할 문제가 아니다. 자신의 사상을 주장하고 실천할 수 있어야 진정한 자유민주주의다. 

이번 사건은 4월 재보궐선거와 3월 말과 4월 초에 예정된 대학생들의 등록금 집회를 앞두고 터졌다. 사회주의노동자연합 사건과 마찬가지로 이번 탄압도 레임덕에 빠진 이명박 정권이 진보운동을 위축시켜 위기를 타개하려는 시도에서 나왔다. 아직 풀려나지 못한 최호현 씨가 고려대 학생운동에 기여한 점을 볼 때, 이번 탄압은 3월 말에 학생총회를 앞두고 있는 고려대의 진보적 학생운동을 위축시키려는 효과도 노린 듯하다.  

압수수색 직후, 15여 개 단체가 모여 신속하게 탄압에 반대하는 비상대책위를 발족하고 마녀사냥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명박 정권의 흉악한 의도에 반대하고, 정치·사상의 자유를 옹호하는 사람들은 탄압에 함께 반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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