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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대지진과 방사능 공포:
신자유주의 정책과 핵 경쟁이 불러온 ‘인재’

3월 11일 오후, 일본 동북부 지역을 강타한 대지진과 쓰나미(지진해일) 때문에 지금까지 공식 집계된 사망자가 9천9백 명을 기록했다. 실종자는 1만 2천 명을 넘는다.

지진과 해일 속에서 간신히 목숨은 건졌지만 열흘이 넘도록 물자 보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얼어 죽거나 전기가 끊기는 바람에(‘계획 단전’을 포함해!) 의료장비를 사용할 수 없어 여러 명이 병원에서 죽어갔다. 일본 정부가 은폐하고 있는 핵발전소 사고 관련 사망자와 피폭자도 늘고 있다.

이번 지진 해일 재해는 단순한 ‘자연 재해’가 아니다. 그동안 일본 정부가 추진한 핵 경쟁과 신자유주의 정책, 그리고 간 나오토 정부의 안이하고 무능한 대처가 만들어낸 ‘인재’다.

일본 동북부 지역은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개발에서 소외돼 왔다. 잦은 지진과 해일이 관측됐는데도 제대로 된 제방 시설조차 갖추지 않았다. 미야기 현 게센누마 앞 바다에서는 2003년에도 규모 7.1의 지진이 있었고 1933년에는 이와테 현에 28.7미터 높이의 해일을 동반한 규모 8.1의 지진도 있었다.

해일 피해가 집중된 게센누마 시에는 평소 대형어선이 많아 ‘해일 스크린’[어선 등이 해일을 타고 육지로 넘어오지 않도록 막기 위한 장치]을 설치해 미리 대비하자는 제안이 있었지만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이런 조처는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5척이 넘는 대형어선이 해일을 타고 넘어와 시가지와 사람들을 덮쳤다. 한 공무원 노동자는 해일 경보 직후 제방 수문이 닫히지 않자 수동으로 닫으려고 제방으로 뛰어가다 희생됐다.

추위, 굶주림, 방사선

최대 5미터 높이의 해일을 염두에 두고 마련된 ‘지정 대피소’들은 제 구실을 못하고 물에 잠기거나 붕괴했다. 해일 경보 직후 이 시설로 대피한 주민들이 희생됐고 미리 비축해 둔 구호품은 물에 잠기거나 바다로 떠내려 갔다.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각종 건설 안전 규제가 완화됐고 이는 부실 공사로 이어졌다. 해일이 덮쳤지만 지은 지 훨씬 오래된 초등학교는 붕괴되지 않았다.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이 핵발전소 사고에 대처하는 모습을 보면 일본 사회의 우선순위가 어디에 있는지 분명히 알 수 있다.

이전 자민당 정권은 핵발전소를 신성장전략의 핵심 산업으로 추진해 왔고 간 나오토 정부도 이를 계승했다.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그동안 핵발전소에서 일어난 피폭 사고를 철저히 은폐하며 ‘원자력은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라는 신화를 만들어 왔다. 오는 4월 일본 정부는 도쿄전력에게 ‘지구환경대상’을 수여할 예정이었다. 이들은 계속되는 여진 속에서도 ‘안전하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 가동 중인 수많은 핵발전소를 중지하지 않았다.

사고의 직접적인 피해자는 노동자와 주민이었다. 평소 핵발전소에 고용된 노동자의 임금은 일당 9천 엔[약 12만 원]이었다. 폭발 사고 이후 핵발전소를 지킨 것은 도쿄전력 하청 노동자였고, 죽음을 각오하고 소방 호스를 든 것도 노동자들이었다.

현재 일본 국회에서 통과된 재해 지원금은 약 1조 엔에 불과하다. 한신대지진 당시 추경 예산으로 3조 엔이 넘는 재정을 마련했던 것에 비하면 터무니없는 금액이다. 주류 언론들은 일본 정부의 ‘재정적자’를 걱정하지만 이 상황에 제정신이 있는 정부라면 거대 자본들에 대한 ‘징발’을 해서라도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지진 해일과 방사능 피폭 위험으로 피난 길에 오른 이재민이 공식 집계로만 약 31만 9천 명에 달한다. 이들은 전국 각지로 흩어져 노숙자 같은 피난 생활을 하고 있다. 세계 3위인 경제대국 일본에서 말이다.

도쿄도를 포함해 지방정부가 마련한 임시 거처는 터무니없이 부족한데다 이조차 6개월 이상 머물 수 없다.

후생노동성은 15일 ‘계획 정전’에 따른 휴업은 보상할 필요가 없다는 ‘노동기본법26조 해석’을 발표했다. 시민사회단체의 노동 상담 전화에는 재해를 빌미로 유급 휴가, 자택 대기, 일방적 계약 해지를 강요받는 노동자들의 문의 전화가 쇄도하고 있다. 월급을 못 받아 생필품을 구입할 수 없는 사람들도 생겨나고 있다.

이 모든 비극의 책임은 핵 경쟁에 혈안이 된, 사람보다 이윤을 우선해 ‘격차 사회’를 만들어 온 일본 정부와 기업주들에게 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분노하는 것이다”

최미선

지난 17일 열린 ‘3·17긴급행동’의 바통을 이어받아 20일에도 도쿄 도심인 시부야에서 ‘3·20 지진 피해 지역 지원, 반(反)원전, 반전 집회(‘3·20 집회’)’가 열렸다.

3월 17일 히로시마현에서 열린 ‘3·17긴급행동’ ⓒ사진 출처 일본전학련

이날 집회에는 지난 열흘 동안 지진과 해일, 핵의 고통과 공포를 참고 견뎌 왔던 일본의 노동자, 학생, 이주노동자, 재해 지역 노동자와 학생 등 1천5백50명이 참가해 “모든 원전 즉각 중지, 지진 피해를 빌미로 한 해고 반대, 간 나오토 정권을 타도하고 이집트처럼 세상을 바꾸자” 하고 외쳤다.

‘3·17긴급행동’과 미국의 이라크 전쟁 개전 8년을 맞아 개최된 ‘3·20 집회’는 일본 정부가 국가 비상사태를 구실로 ‘거국일치’, ‘자숙’을 강요하는 것에 반대했다.

“대지진 재해라는 현실 앞에서 필요한 것은 슬퍼하는 것이 아니라 분노하는 것이다. ‘정치 휴전’이 아니라 투쟁하는 것이다. 리비아에서는 공폭으로, 일본에서는 지진 재해로 인민의 투쟁이 짓눌리려 하고 있다. 전 세계 노동자는 하나다. 연대하고 단결해 싸우자.”

그런데 ‘월드 피스 나우’는 19일로 예정돼 있던 반전 집회를 취소했다.

재해 지역인 센다이에서 “실상을 알리기 위해” 집회에 참가한 학생과 노동자는 재해 지역에는 아직도 구호품이 부족하고, 추위에 떨며 치료받지 못하는 이재민이 많은데도 간 나오토 정부는 “제대로 된 대피소조차 마련하지 않”고 있다며 “자위대가 아니라 식량을 보내라” 하고 외쳤다.

집회 참가자들은 일본 정부가 핵발전소 폭발과 관련한 정보를 은폐하고 ‘안전’, ‘침착’이라는 말로 피해를 확대시키고 있다며 “당장 모든 핵발전소를 가동 중지”할 것을 요구했다.

참가자들은 해고와 ‘지방 죽이기’ 등의 신자유주의 정책과 더불어 핵발전소 건설을 추진해 온 자민당과 간 나오토 정부에 이번 ‘인재’의 책임이 있음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현재 재해 지역에서는 일본 정부의 늑장 대처를 보다 못한 철도·항만·운송 부문 노동조합 들이 나서 ‘지원대책본부’를 꾸리는 등 ‘지원 활동’을 펼치고 있다.

《기후 변화 ― 왜 핵 에너지는 대안이 아닌가》 ⓒ다함께

마틴 엠슨은 2000년대 중반 주요 선진국 정부가 ‘원자력 르네상스’를 외치며 핵발전을 확대하는 데 반대하려고 이 소책자를 썼다.

그러나 이 소책자는 이명박 정부가 국제 원전 건설 수주를 선전하고 핵발전소 건설을 확대하는 요즈음 더욱 유용하다.

저자는 핵발전이 기후 변화를 막기 위한 대안이기는커녕 비싸고, 위험하고, 온실가스를 많이 내뿜는 에너지원이라는 사실을 밝히 드러낸다. 그는 진정한 기후 변화 대책이 무엇인지 설득력 있는 주장을 펼친다.

마틴 엠슨은 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의 당원이고 영국 기후변화저지연합(Campaign against climate change)의 주요 활동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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