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중 주목할 만한 사실 하나는 후쿠시마 제1원전 3호기가 우라늄-플루토늄 혼합원료(MOX 연료)를 사용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듯이 플루토늄은 핵무기 연료다. 이번 핵발전소 사고는 일본이 플루토늄을 가지고 있었고, 발전소용으로도 쓸 만큼 보유하고 있었다는 것을 명백하게 보여 줬다. 일본은 이미 잠재적 핵보유국가로 한달 안에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나라로 분류돼 있다. 그래도 이번 사고는 일본을 새삼 다시 보게 만든다. 도대체 얼마나 플루토늄을 쌓아 놓고 있길래 발전용으로까지 쓰는 걸까? 

미국은 다른 나라의 ‘원자력 발전소’에 대해 ‘핵무기 개발용’ 이라는 비난을 대놓고 한다. 북한이나 이란이 대표적이었다. 그렇다면 그 외 다른 나라 ‘원전’이라고 다를까? 핵발전소를 ‘원자력 발전’이라 부르든 ‘핵의 평화적 이용’이라 부르든 핵발전소는 전기를 생산할 뿐만 아니라 핵폭탄 연료를 생산하는 곳이다. 

핵발전은 핵분열을 통해 에너지를 얻는, 즉 핵폭탄과 원리가 같다. 다만 핵분열로 얻는 에너지가 너무 커서 이를 가능한 한 천천히 일어나게 하는 것이 핵발전이고 이 때문에 냉각장치가 필요하다. ‘파리를 잡자고 도끼를 아주 살살 휘두르는’ 것이랄까? 이 때문에 핵발전소는 사고가 나면 곧바로 인류에 대한 도끼로 돌변한다. 

인류에 대한 도끼

각국의 정부는 핵발전과 핵폭탄은 다르다고 말한다. 그러나 체르노빌 사고와 히로시마 핵폭탄 중 어느 쪽이 방사선 낙진이 많았을까? 핵폭탄이 더 클 것이라는 상식과 달리 체르노빌이 히로시마보다 2백~4백 배나 더 많은 방사능을 공기 중에 배출했다. 2005년 세계보건기구(WHO) 보고서를 보면, 체르노빌 사고로 최소 4천 명이 사망하고 그 외에도 4천 명이 갑상선 암에 걸렸다. 주로 어린이들이다. 체르노빌 지역 주변의 어린이들이 음식물과 우유 그리고 물을 통해 방사능 요오드를 먹었기 때문이다.   

피해는 체르노빌 주변 지역만이 아니었다. 체르노빌 사고 이후 세슘137, 요오드131 같은 방사선 낙진이 유럽 전체에 퍼졌다. 유럽도 편서풍이 불지만 체르노빌로 인한 세슘137의 분포를 보면 체르노빌 서쪽으로도 스웨덴, 독일, 프랑스, 그리스 등 1천5백 킬로미터 이상의 지역에까지 번졌다. 

체르노빌 사건 다음해인 1987년에 서베를린의 다운증후군이 1.5배로 늘었다. 터키의 부르사 지역에서도 다음해에 신경계통 기형이 증가했고 이 중 가장 심한 기형인 무뇌증이 다섯 배 증가했다. 2004년 스웨덴의 한 학자가 국제역학(질병통계학)저널이라는 권위있는 의학저널에 기고한 논문을 보면 1999년 즉 체르노빌 사고 13년 후, 스웨덴의 일부 지역에서는 체르노빌의 세슘137 낙진 때문에 암 발생률이 20퍼센트가량 높아졌다. 이러한 피해는 아직도 진행형이다. 세슘137의 반감기가 30년이기 때문이다.

방사능 물질에 피폭된다는 것은 방사능 물질이 몸속에서 계속 분열을 한다는 것이다. 거칠게 말하면 몸속에서 작은 핵폭탄이 계속 터진다는 것이다. 이것이 내폭이다. 세슘이 30년 동안 반으로 줄 때까지 계속 핵분열을 하면서 장기와 세포를 파괴한다. 그 다음 30년 동안도 마찬가지다. 4분의 1로 줄 때까지 몸 안에서 핵분열을 한다. 이 때문에 백혈병, 폐암 등 여러 암의 원인이 된다.  

지난해 8월 6일 히로시마 원폭 55주기 추도식에 참석할 기회가 있었다. 참석자들에게 나누어준 행사 안내물에는 작은 은박지 종이 한 장이 들어 있었다. 종이학을 접기 위한 것이라 했다.  

사사키 사다코는 달리기를 좋아하는 초등학교 6학년 소녀였다. 엄마 말로는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는 아이’였고 학교 이어달리기 팀에 들어 매우 좋아하던 아이였다. 그런 사다코가 1955년 어느날 달리기 연습을 하다가 선생님과 친구들 앞에서 갑자기 쓰러졌고, 그해 2월 백혈병 판정을 받았다. 그녀는 히로시마에서 두 살 때 피폭된 히바쿠샤(피폭자)였던 것이다.

하지만 병원에 입원한 사다코는 희망을 잃지 않았다. “천 마리의 학을 접으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전설을 믿고 열심히 학을 접었다. 그러나 사다코는 천 마리의 학을 채 다 접지 못하고 그해 10월 13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지금 히로시마 평화공원에 사다코의 동상이 서 있고 그 주변에 수많은 종이학이 놓여 있다. 이것이 히로시마 원폭 추모식 행사 참석자들에게 추도식 종이학을 접는 작은 은박지를 나눠 준 이유다. 

지금 일본의 부모들은 다시 55년 전 히로시마와 같은 문제에 맞닥뜨리고 있다. 엄마 아빠가 아이들에게 수돗물조차 마음대로 먹일 수가 없다. 비오는 날에는 학교를 보내기가 두렵다. 먹는 물은 생수로 먹인다고 하더라도 방사능 요오드는 상처난 피부로도 들어간다는데 아이들 세수나 목욕도 생수로 시켜야 할 것인가.

천 마리의 학

한국은 어떤가. 지금 정부는 한국이 일본의 핵발전소 사고에서 안전하다고 말하면서 일본의 농축산물과 수산물 수입금지조처를 미루고 있다. 바다로 흘러간 방사능은 어떻게 할 것인가? 바다는 해류가 흐르고 또 오스트리아 연구소(ZAMG) 등에 의하면 방사선 낙진은 동쪽으로는 이미 캘리포니아 연안까지 갔고 남서쪽으로는 오키나와 부근까지 번졌다. 원양에서 잡아온 수산물은 안전할까. 이제 모든 수산물에 방사선 검사를 해야 할 판이다. 당장 후쿠시마만 보더라도 핵발전소 사고는 주변국 나아가 전체 인류의 문제다. 

한국 정부는 또 한국의 핵발전소는 안전하다고 한다. 하지만 한국의 핵발전소만 유독 안전할 이유가 없다. 한국에도 지진 단층대 위에 핵발전소가 있고 일본 서쪽 지진으로 동해안에 쓰나미 위험성이 상존한다. 더욱이 핵 재앙은 한국에만 있는 게 아니다. 중국에서 핵발전 사고가 나면 그때는 황사도 방사능도 이번만은 서쪽으로 가라고 기도하자고 할 것인가? 핵발전 역사 50년 동안 이미 세 번째 재앙적 사고다. 이제 더는 핵발전소가 안전하다는 말을 믿지 말아야 한다.

오직 핵 없는 세상이 핵으로부터 안전한 세상이다. 지금부터 핵발전소 전체를 폐기하는 계획을 세우고 실행에 들어가야 한다. 지금 일본의 부모들이나 일본산 수산물을 사지 않는 한국의 부모들의 절박한 걱정은 핵 없는 세상이 오기 전에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엄마 아빠들, 그리고 삼촌과 이모들이 이제 ‘핵 없는 세상’을 외쳐야 한다.

히로시마에 살던 사사키 사다코는 6백44개의 학만 접고 세상을 떠났다. 초등학교 같은 반 어린이들이 나머지 학을 접어 1천 마리의 학을 그녀와 함께 묻었다고 한다. 오늘 여전한 핵 공포의 시대에 인류를 위한 나머지 학은 누가 접을 것인가. 바로 당신과 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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