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 노무현은 “국민연금이 ‘용돈’ 안 되게 하겠습니다.” 하고 말했다.

그러나 지금 노무현은 전임자들을 따라 “더 많은 부담, 더 적은 혜택”이라는 전형적인 신자유주의 복지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

정부의 개정안에 따르면 60세 이후부터 매달 현재 소득의 60퍼센트를 받게 돼 있는 연금급여율이 50퍼센트로 축소된다. 월급의 9퍼센트를 내야 하는 연금보험료는 15.9퍼센트로 인상된다.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연금 수급연령도 65세로 바뀐다.

경총 등 기업주 단체는 한 술 더떠 보험료를 올리면 그 절반을 부담하는 기업의 부담이 커지니 보험료는 고정하고 연금액을 40퍼센트까지 낮추라고 요구하고 있다. 60퍼센트 정도의 노동자들이 지금의 국민연금에서 탈퇴하고 싶다고 말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지난 8월 4일에는 국민연금관리공단에서 근무하던 직원이 “오늘도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했다. 먹고 살기 힘들다는 사람들에게 일방적으로 보험료를 조정하겠다는 문서를 만들었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긴 채 자살했다.

 

과장

 

정부는 인구통계를 과장해서 국민연금이 재정위기를 겪을 것이라고 말한다. 정부가 근거로 삼는 출산율 추이에 따르면 인구의 노령화가 급격히 진행돼서 2035년부터는 국민연금 재정이 적자로 돌아서고 2047년이면 기금이 완전히 고갈된다. 그래서 앞으로 수십 년 후에 지급될 엄청난 규모의 연금액까지 지금부터 적립해 둬야 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2063년에서 2073년 사이에 생길 것으로 예상되는 국민연금 재정 적자액 8천 7백조 원까지 포함된다.

그러나 이런 정부의 예측은 터무니없이 과장됐다. 이 출산율 통계에 의하면 2150년이 되면 이 나라에는 아무도 살고 있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유엔의 인구분석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국민연금재정연구 결과는 이런 인구구조 변화가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한다. 70년 후의 인구까지 추정하는 것 자체가 별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2050∼70년부터는 노인 인구가 다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국민연금에 대한 정부투자를 외면하고 모아둔 적립금을 각종 주식과 부동산에 투자해서 그 수익으로 연금을 지급하려 한다.

하지만 주가가 떨어질 때 증시를 살리기 위해 투입되는 공공기금 예탁금의 90퍼센트 이상이 국민연금 자금이다. 정부는 이런 주식 투자로 수익을 높이겠다고 말하지만 애초에 주가 떠받치기 용으로 투입된 자금에서 이익이 나기는 어렵다.

국민연금·공무원연금·사학연금기금 등이 지난 3년 반 동안 주식 투자로 7천억 원대의 손실을 보았고 평균수익률은 -10.5퍼센트였다.

지금 국민연금에 대한 국고 지원은 일부 농민들에게 몇 천 원씩 지원되는 것 외에는 전혀 없다. 하지만 정부 지원 없는 국민연금은 사회보장제도 구실을 하기 어렵다. 실수령액이 너무 낮아 있으나마나해지거나 보험료가 너무 높아 생계에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현재 제도에서는 3백60만 원 이상의 소득을 가진 사람은 모두 똑같은 보험료를 낸다. 3백60만 원을 받는 노동자든 매년 수백억을 벌어들이는 사장이든 똑같은 보험료를 내고 있다.

군사비를 줄이고 복지에 국고 지원을 늘려야 한다. 직접세를 OECD 평균수준으로 늘리고 부자들이 더 많은 보험료를 내게 한다면, 모든 국민에게 연금을 지급하는 기초연금을 도입하는 데 필요한 14조 원의 재원은 충분히 마련할 수 있다.

 

세계적 복지삭감, 저항의 세계화

 

노무현 정부의 국민 연금 공격은 전 세계에서 자행되고 있는 더 광범한 공격의 일부다. 그러나 이런 공격 행위는 저항에 부딪히고 있다.

지난 5월 오스트리아에서는 우파 정부가 노동자들의 연금을 공격하자 50년 만에 처음으로 전국적 파업이 벌어졌다. 50만 명 가까이 행진했고 더 많은 파업과 항의 시위가 벌어졌다.

이탈리아와 그리스에서도 정부의 연금개혁에 노동자들이 파업으로 맞서고 있다. 남미의 브라질에서도 룰라 정부가 추진하는 연금개혁에 집권당 내 좌파와 공공노조가 반발하고 있다.

스위스의 건설 노동자들은 정년 퇴직 연령을 65세에서 오히려 60세로 낮출 것을 요구하는 전국적 파업을 벌였다.

독일 총리 슈뢰더 역시 연금 및 복지혜택을 삭감하려는 정부 계획을 지지해 주지 않으면 사임해 버리겠다고 협박하고 있다. 하지만 의회에서 사태가 어떻게 전개되든 노동자와 연금 생활자들은 거센 저항을 예고하고 있다.

연금과 복지에 대한 세계적 공격의 배후에는 신자유주의의 세계화를 관철시키려는 미국의 부시 일당과 세계은행, 유럽연합이 있다.

국민연금 개악에 맞선 노동자들의 투쟁은 세계 지배자들의 공격에 맞선 세계적 저항의 일부다. 이 투쟁은 우리 모두를 위한 투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