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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노조 시대, 무엇을 할 것인가

올해 7월 1일부터 단위 작업장 복수노조가 허용된다.

그런데 정부는 ‘복수노조 시행’이라는 결사의 자유를 허용하는 척하면서, 여러 노조 중에서 한 노조에만 교섭권을 부여하는 ‘교섭 창구 단일화’라는 조항을 끼워 넣었다. 이것은 소수 노조의 단체교섭권·행동권을 제약하며 복수노조 허용을 무의미하게 만들어 버린다.

지난해 시행된 타임오프 제도도 비슷했다. 정부는 역겹게도 ‘노조의 자주성을 위해 노조 간부가 사측에게 월급을 받으면 안 된다’고 했지만, 지금 현대차 사측이 보여 주듯 타임오프의 본질은 노조의 손발을 묶고 통제하려는 것이다.(관련기사: '[현대차] 타임오프 무력화와 임금인상을 위해)

그러나 타임오프 제도는 민주노총의 대다수 노동조합들을 쓰러뜨리지 못했다. 정부와 보수 언론들조차 “위법·편법적 전임자 임금 보전이 문제”라며 한탄할 정도로 이 제도는 유명무실해졌다.

이것은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 도입이 노동조합운동에 끼칠 영향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게 한다.

노동운동 내 좌·우를 막론해 적잖은 활동가들은 ‘복수노조 시행으로 친사측 우파 노조가 대거 등장하면서 노동조합운동은 암흑기를 맞게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러나 이런 비관적 전망은 맞지 않다.

타임오프 무력화에서 보았듯이, 민주노총의 기층 노조들은 여전히 건재하다. 그래서 당장 친사측 노조가 활개칠 것이라는 전망은 과장이다.

더구나 복수노조 허용은 친사측 우파 노조에 맞서 민주노조를 새롭게 건설할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동안 (언론노조 KBS분회처럼) 한 작업장 내에 노조가 있는 경우에도 별도의 초기업단위 노조를 결성할 수 있기는 했지만, 전북 버스 사측이 민주노총 소속의 초기업단위 노조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처럼 이 방법엔 제약이 따르곤 했다.

그래서 운수노조 버스본부가 조직 확대에 나선 것처럼, 복수노조 시행을 계기로 민주노조 건설 움직임은 더 탄력을 받을 수 있다.

물론, 정부와 재계는 어떻게든 민주노조를 길들이거나 우파 노조를 건설하려고 할 것이다. 지난해 타임오프 공격 속에서도 일부 노조들은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예컨대, KEC 사측은 타임오프를 빌미로 공세를 퍼부었고, 노조가 전임자 수를 양보하겠다고 후퇴했는데도 공세를 멈추지 않았다. 이 속에서 KEC 노조는 현재 “조직의 존폐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까지 내몰렸다.

교섭창구 단일화

그런데 이것은 결코 예정된 결과가 아니었다.

사실 KEC 노조는 투쟁 초기에 점거파업으로 강력한 연대의 초점을 형성한 바 있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노사 간 ‘중재’를 자처하고 나선 민주당과 이를 추수한 민주노총·금속노조·진보정당 지도자들이 사태를 그르쳤다. 노동자들을 설득해 공장 점거를 해제시킨 것이다.

따라서 노동전선·사회진보연대 등 좌파들이 노조 탄압에 대응해 노동조합운동의 현장성·투쟁성·민주성 등을 확대·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옳다.

민주노조가 제대로 싸우지 않으면 현대중공업에서처럼 우파 노조가 득세할 수 있고, 교섭창구 단일화는 그런 우파 노조의 기득권을 지켜주는 방어막이 될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서로의 영역에 침범하지 않는 ‘신사 협정’을 맺어야 한다는 〈노동사회〉, 혁신네트워크 등의 주장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이것은 당장 한국노총 소속의 친사측 노조에 맞서 민주노조를 건설한 전북 버스 노동자들에게 투쟁을 포기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다.

결국 문제는 어떻게 투쟁을 건설하며 노동자들의 자신감과 의식을 높여나갈 것인가에 있다.

노동조합의 힘은 기층 노동자들의 이해과 요구를 올바로 대변하며 연대 투쟁과 정치 투쟁 등을 벌일 때 확대될 수 있다.

복수노조 시대에 활동가들은 무노조 작업장이나 친사측 우파 노조가 주도하는 작업장에서 민주노조 건설이나 노조 민주화를 위해 투쟁해야 하고, 민주노조가 있는 곳에서는 단결과 투쟁을 통해 더 많은 노동자들을 대변하고 조직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