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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노동자 정치세력화’ 성공을 위해

민주노총은 올해 메이데이에 ‘제2의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선언할 예정이다.

여기에는 민주노동당을 통한 정치세력화가 난관에 봉착했다는 문제의식이 깔려 있다.

다수의 현장 조합원들은 분열해 있는 진보정당이 단결하길 바란다. 민주노총의 ‘제2의 노동자 정치세력화’가 ‘진보대통합’을 뜻하는 이유다.

이 점에서 일부 급진좌파들처럼 진보대연합을 지지하지 않거나 냉소적인 것은 잘못이다.

노동자 정치세력화는 왜 난관에 부딪혔는가

1997년 1월 대중파업으로 정리해고법과 반민주 악법들을 철회시킨 민주노총 노동자들은 한동안 한국 정치의 주역이었다. 이 때 얻은 정치적 자신감과 교훈이 노동자 정치세력화로 이어졌다.

민주노동당은 2004년 4월 총선 때 노무현 탄핵 반대 투쟁의 열기 속에서 의원 열 명을 당선시키며 약진했다.

2004년은 파병반대 운동, 비정규직 투쟁, 국가보안법 폐지 운동 등 대중운동이 활발한 시기였다. 그런데 민주노동당 지도부는 이런 투쟁들을 확대·발전시키는 데 주력하기보다는 의회 안에서 열린우리당과의 공조에 더 매달렸다. 자주파와 평등파 지도자들 모두 이러한 방침을 추구했다.

그리고 이것은 노무현 정부가 개혁 약속을 배신할수록 문제를 드러냈다.

노무현 정부는 이라크에 파병하고, 신자유주의 정책을 추진했다. 양극화는 심화했고, 비정규직은 늘어만 갔다.

이에 맞서 투쟁과 대안을 건설해야 할 일부 노조 지도자들은 투쟁을 회피했고, 심지어 일부는 비리 사건에 연루되기도 했다.

그런데 민주노동당 지도자들은 이런 노조 지도자들을 분명히 비판하며 투쟁을 호소하는 데서 부족했다.

이것은 노무현 정부의 개혁 배신에 실망해 왼쪽으로 이탈한 대중을 흡수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대중의 환멸을 기회 삼아 이명박 같은 우파가 권력을 잡을 수 있었다.

그런데 심상정 전 의원 등은 ‘민주노총당’, ‘데모당’이 문제라며 민주노동당을 더 온건화시켜 이 상황에 대처하려 했다. 국가보안법으로 탄압받는 당원을 제명시키려고도 했다.

그래서 다함께 등의 좌파가 이런 시도에 맞섰지만, 끝내 민주노동당은 분열했다. 분열의 결과로 진보 양당이 모두 약화됐고 어느 정도 더 온건해졌다.

그래서 현장 조합원 다수가 진보진영의 단결을 바라지만, 한편에선 불신도 있다. ‘제2의 노동자 정치세력화’는 이명박에 맞서 급진적 대안을 제시하며 투쟁을 건설하는 방식으로 단결을 추구해야 노동자들의 사기를 높이며 신뢰를 얻을 수 있다.

반MB 범야권 연대를 어떻게 볼 것인가

이명박 정부 아래서 벌어진 부자 감세, 임금 삭감, 물가와 전월세 폭등, 노동운동 탄압 등에 맞서려면 민주당까지 포함하는 ‘반MB’ 민주연합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많다.

그래서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 노회찬 진보신당 전 대표 등은 진보대연합 이후에 민주당과 선거연합하는 것을 당연시한다. 심상정 전 대표는 나아가 민주당과의 연립정부까지 얘기한다.

그런데 문제는 친자본주의 정당인 민주당과 연합을 하려 하면 할수록 이명박에 맞선 투쟁을 건설하는 데 제약이 생긴다는 것이다. 이 노선은 지금처럼 경제 위기 때문에 단호한 투쟁과 반자본주의 대안이 필요할 때, 오히려 진보정당과 노동운동이 요구와 강령을 낮추고 투쟁을 자제해야 하는 모순에 처하게 된다.

예컨대, 전북 버스 노동자 투쟁에서는 민주당이 지역 자본가들 편을 들고 있는데 민주노동당 지도부는 민주당을 날세워 비판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참여당이 진보대통합연석회의에 참가하겠다고 해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촛불을 통해서 정치사회에 새롭게 뛰어든 시민들”인 국민참여당 당원들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은 일리가 있다. 그럼에도 그 당의 강령과 핵심 지도자들의 정치가 친자본주의적 자유주의라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이 당을 진보대통합에 포함시키기보다는 실천 속에서 이 당의 한계와 불철저함을 진보적 대중 앞에서 드러내 보여야 한다. 그리고 진보대연합을 건설해 국민참여당에 호감을 갖는 진보적 대중을 끌어당겨야 한다.

북한을 대하는 태도와 패권주의 문제

‘종북주의’와 패권주의 문제도 진보대통합의 주요 쟁점이다.

민주노총 김영훈 위원장은 ‘종북주의’ 비판은 색깔론과 유사하며, 단결을 하려면 공통점을 앞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물론 ‘종북주의’ 용어는 마녀사냥 느낌을 주는 잘못된 용어다. 동아시아 군사적 긴장의 주범인 미국 제국주의보다 북한을 주되게 비판·반대하는 것도 균형 잡힌 태도가 아니다. 또 북한 지배자와 남한 노동자·민중 운동의 일부인 자주파 동지들은 구분해야 한다.

그러나 진정한 민주주의를 지향하고 핵에 철저하게 반대해야 하는 진보의 원칙에서 볼 때, 북한 정권의 3대 세습이나 핵개발을 지지할 수는 없는 일이다. 북한 체제에 반대한다고 남한 체제를 지지해서는 안 되지만, 남한과 똑같이 억압적 착취체제인 북한을 대안으로 여겨서도 안 된다.

이처럼 북한을 바라보는 견해 차이와 연립정부에 대한 찬반 등을 어물쩍 덮으며 세몰이 식으로 통합을 밀어붙이는 것은 패권적 태도일 것이다.

민주노동당 자주파 지도자들은 패권주의를 반성한다고 말하지만 ‘묻지마 야권연대’ 추진 과정에서 당내 절차와 비판 의견은 패권적으로 묵살해 왔다.

그렇다고 이런 견해 차이와 문제점들을 이유로 민주노동당 자주파와 연합하는 것 자체를 사실상 반대하는 진보신당 독자파 등의 태도도 적절하지는 않다.

그래서 다함께와 〈레프트21〉은 공동전선 방식의 진보대연합을 주장해 왔다.

그것은 각 정파가 독립성과 비판의 자유를 유지하면서,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행동강령 십수 개를 중심으로 단결해 대중투쟁과 선거 대안을 함께 추구하는 것이다. 자주파와 평등파의 정치·문화적 차이와 오랜 갈등의 뿌리를 볼 때 이것이 가장 효과적인 단결 방식일 것이다.

이 과정에서 급진좌파는 “제2의 노동자 정치세력화”와 진보대연합이 선거공학으로 기울어 민주대연합의 부속물이 되지 않고 노동계급의 단결과 투쟁의 수단이 될 수 있도록 개입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