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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버스 노동자:
“민주당을 지지한 지난 세월이 후회스럽다”

나는 버스 노동자로 반평생을 살아왔다. 파업 전에는 진보니 보수니 하는 것도 몰랐고, 노동조합에도 관심이 없었다.

그저 시키면 시키는 대로 뼈빠지게 일만 하며 살아왔고, 감히 정치에는 관심을 갖지 않았다. 과거 한국노총 시절 노동조합은 조합원들을 민주당에 집단적으로 입당시켜 당비를 월급에서 공제했다. 노동조합에서 조그마한 행사만 열어도 민주당 지방자치단체장들과 시·도의원들이 찾아와서 굽신거리고 돈봉투를 주곤 했다. 나는 그들이 시도민을 진정으로 대변하고 있겠거니 생각했다.

하지만 파업을 시작하고 모든 게 드러났다.

우리 버스 노동자들이 파업을 시작하자, 민주당 소속 지자체장들과 시·도 의원들은 농성장에 얼굴 한번 비치지 않았다. 그뿐 아니라 민주당 소속 지방자치단체장 시의원·도의원들이 불법파업이라고 우리를 매도했다.

민주당 소속 시장과 도지사는 이명박 정권과 똑같은 노동정책을 펼쳐 파업 장기화를 유도했다. 민주당이 장악한 시의회도, 시민세금인 막대한 버스보조금과 노동자 착취로 부를 축적한 버스사업주들에게 질질 끌려다니면서 말한마디 못했다.

겨우 버스조사특위를 구성했지만 그다지 달라진 것도 없었다.

이제까지 처먹은 돈들이 하나 둘씩 들통 나니까 버스조사특위 빨리 끝내자고 한 것이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었다.

무능하고 부패한 민주당과 버스 자본가들의 끈끈한 유착관계를 내 눈으로 보게 되면서 그들을 지지해 온 지난 세월이 후회스럽고 부끄럽기까지 하다.

전라도 지역에서는 이제 노동자를 대변하는 진보정당이 대안으로 자리잡아야 한다. 이번 4·27 도의원 보궐선거에서도 진보정당이 민주당과 싸워 승리해야 한다.

전국적으로도 진보정당들은 전북 버스 파업에서 여실히 확인되듯, 민주당에 대한 환상을 갖지 말고 독자적으로 노동자들을 결집했어야 한다고 본다.

버스 노동자들은 1백30일 넘는 투쟁을 해 오면서, 죽어도 이제는 절대로 과거로 못돌아 간다는 명제 아래 투쟁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미 떠난 과거일 뿐이다.

정년이 5개월 정도 남은 동지도 있고, 이번 투쟁을 하면서 정년을 마친 동지도 있다. 젊은 동지들도 많이 있다. 그들 모두 이번 파업을 통해 다시 태어났다. 우리는 우리가 세상을 바꾸는 힘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