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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존의 위기와 긴축 반대 투쟁

다음은 얼마 전에 있었던 국제사회주의경향(IST) 주요 단체 대변자들 사이의 대담을 정리한 것이다. 지난 호에 실은 ‘아랍 혁명과 국제 좌파의 과제’에 이어서 이번 호에는 유럽의 긴축 반대 투쟁에 관한 부분을 싣는다. 한국 관련한 최일붕(다함께 국제연락간사)의 말은 생략했다. 녹취와 번역에는 다함께 회원인 박준규가 수고해 줬다.

※ 이 글은 〈레프트21〉 61호에 실렸던 기사다. 최근 미국발 위기로 유럽의 경제 위기 문제가 떠올라 여전히 시의성이 있는 이 기사를 다시 게재한다.

알렉스 캘리니코스 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 SWP 영국에서는 근대 복지국가 형성 이후 가장 큰 규모의 삭감 계획이 발표됐다. 이에 대한 반감의 정도는 지난 3월 26일 집회가 잘 보여 줬다. 집회에 50만 명이 넘게 참가했다. 영국 역사상 가장 큰 시위 중 하나였다. 문제는 이 분위기가 산업투쟁으로 이어질 것인가 하는 점이다. 현재 몇몇의 산업행동이 벌어지고는 있다. 타워 햄릿에서 대학강사노조 투쟁 등이 그것이다. 우리 SWP 당원들의 구실이 컸다. 이런 상황은 한편에서는 잠재력을 보여 주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노동운동의 주류가 투쟁으로 나가는 것을 꺼리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3월 26일 런던에서 벌어진 긴축 반대 시위 “모든 긴축을 중단하라. 우리는 너희들이 만든 위기의 대가를 치르지 않을 것이다”

노조 지도자들이 급진적인 발언을 하기 시작한 것은 사실이다. 총파업으로 나아가는 것과 비슷한 투쟁을 조직하겠다고 말한다. 그러나 우리는 노조 지도자들의 말과 실천에는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을 잘 안다. 우리 앞에 놓인 큰 과제는 노조 지도자들에게 압력을 가해 공공부문 노조들의 공동 투쟁을 조직하게 하는 것이다. 6월 말에 투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지만 두고 봐야 한다.

집회와 관련해서 또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은 지난해 연말의 학생시위가 큰 영향을 줬다는 것이다. 학생운동은 크리스마스 이후 그전 수준으로 다시 살아나지 못했다. 그럼에도 학생운동의 전투성이 이번 집회, 특히 경찰과의 충돌에 영향을 준 것은 사실이다.

슈테판 보르노스트 독일 마르크스21 독일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뜨거운 가을을 기대했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그 이유는 독일경제가 상대적으로 건전하다는 것이다. 실업률도 높지 않다. 실제로는 문제가 많지만 분위기는 그렇지 않다. 또 하나는 긴축이 중앙집중적으로 이뤄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공공부문 전체 예산을 삭감하는 식이 아니라 지역의 도서관이나 학교를 폐쇄하는 식이다. 결과적으로 저항은 전국적이 아니라 지역적으로 일어났다. 이것은 좌파당(Die Linke)이 지역에 뿌리 내리게 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그러나 거대 노조들은 정부의 수출지향적 경제 전략을 지지하고 있다.

한편 독일에서 우리는 반핵 운동의 거대한 부활을 목도하고 있다. 지난 토요일 25만 명이 시위에 참가했다. 지난 30년 동안 가장 활력있는 운동이다. 10만 명이 빌딩을 점거하고 시위를 벌여 정부가 계획한 핵발전소의 절반이 취소됐다. 이 운동은 사회운동으로 확산될 수 있다.

유럽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말하고 싶다. 아일랜드 은행이 파산 위기에 놓이면 독일이 지원하기로 약속했다고 언론이 크게 보도했다. 그러나 흥미로운 결과는 정상들이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했다는 것이다. 이 시스템은 다른 나라보다 임금이 높은 나라에 벌금을 물리는 것이다. 아직 구체적인 것은 없지만 이 시스템이 현실화되면 많은 나라들의 공공부문이 공격을 받을 것이다.

파노스 가르가나스 그리스 사회주의노동자당 SEK 두 가지를 말하려고 한다. 하나는 슈테판이 말한 유럽정상회담이고 다른 하나는 그리스, 아일랜드, 포루투갈 등에 대해 유럽연합이 계획한 구제금융 패키지다. 이 모든 것의 미래가 불확실해졌다. 독일이 자신의 모델을 유럽연합 전체에 적용하려고 한다는 말과는 달리, 문제가 있는 나라들을 구제할 독일과 유럽연합의 능력이 한계에 도달했다. 결정을 6월로 연기한 이번 유럽정상회담이 이를 잘 보여 줬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런 현실이 문제가 있는 나라들에 어떠한 영향을 주고 있는가다. 그리스를 보면, 정부는 현재 허공에 떠 있는 상태다. 구제금융은 효과가 없고 상황은 점점 나빠지고 있어 유럽연합이 더 강력하게 개입하지 않는 한 그리스는 파산하고 말 것이다. 유럽 주변국들의 금융 위기가 이제 다음 단계로 진행되고 있다.

투쟁의 측면에서 보면, 그리스는 저항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에 잠잠해졌던 저항이 올해 2월 다시 돌아왔다. 2월 투쟁은 전투적이었고 큰 규모로 진행됐다. 이로 말미암아 그리스 정부가 유럽연합에 약속한 사유화를 제대로 진행할 수가 없게 됐다. 삭감도 제대로 못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아테네 시청 건물 점거다. 시 정부가 2천~3천 명의 임시계약직 노동자들의 계약을 갱신해 주지 않자 이들이 시청 건물을 점거하고 투쟁에 나섰다. 우리 동지들이 이 투쟁에서 중요한 구실을 했다.

SEK 당원이 지난해 11월 아테네 시의원으로 선출됐는데, 해고 위기에 있는 노동자들이 시의회 회의에 들어가 자신들의 문제를 논의할 것을 요구한 적이 있다. 이때 SEK 당원인 시의원이 ‘당신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점거밖에 없다’고 말하자 노동자들이 흥분하며 그 자리에서 점거를 결정했다. 현재 11~12일 동안 점거를 유지하고 있다. 이들의 투쟁이 투쟁의 물결을 일으키고 있다. 투쟁의 측면에서는 우리는 상승세를 타고 있고 정부는 벼랑끝에 있다.

캘리니코스 스페인은 시장의 다음 표적이 되지 않으려고 온갖 노력을 하고 있다. 최근 이자율 인상 등 연쇄적인 조처들이 그 예다. 포르투갈은 곧 IMF와 유럽중앙은행의 손 안에 들어가게 될 것이 점점 확실해 보인다.

이에 스페인은 위기가 더 확산되는 것을 막으려 하고 있지만 미래는 불확실하다. 파노스가 말한 것처럼 부채 위기가 해결되려면 아직 멀었기 때문이다. 긴축정책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가속화시키고 있다. 불안정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슈테판이 말한 것처럼 독일이 앞장서서 일괄타결이라는 미친 계획을 내놓고 나머지 유럽연합 특히 프랑스가 뒤따르게 하는 데 성공했지만 곳곳에서 폭탄들이 터지고 있다.

영국에서 우리는 총파업을 호소하는 캠페인을 하고 있다. 지난 3월 26일 집회에서 우리는 소수파였다. 집회에 참가한 동지들은 총파업을 주장하는 것보다 긴축 반대를 주장하는 것이 더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공공부문에서는 몇몇 좌파적 노조들 특히 강사·교사 노조들이 원칙적으로 공동 행동을 조직하는 데 동의하고 있다. 다시 말해 공공부문의 상당 부분이 하루 파업을 하자는 것이다. 만약 이것이 실현된다면 총파업으로 한 발 더 가깝게 다가서게 된다. 그러지만 아직 핵심 노조 특히 지자체 공무원노조 상층 간부들은 하루 파업 조직에 열의를 보이고 있지 않다. 하지만 이들이 계속해서 파업 요구를 무시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지차체 정부의 공격이 거세질 것이 때문이다.

용어설명파노스가 더 자세히 말하겠지만 그리스에서는 대안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구체적으로 두 가지 이슈가 있는데 하나는 부채를 갚는 것보다 디폴트[채무불이행] 선언이 나은가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유로화에 대한 것이다. 일부 좌파는 그리스가 위기에서 빠져나오려면 부채를 디폴트하고 유로존에서 탈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럽 전역에서 이 논쟁은 매우 불균등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

우리도 이 이슈에 관해서는 더 많은 토론을 권하고 있다. 예컨대 1년 전 SEK의 제안으로 우리가 NPA(프랑스 반자본주의 신당)와 함께 유로존 위기에 대한 공동 성명서를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제한적인 조처에 대한 동의 외에 일반적인 합의점을 찾기는 매우 어려웠다. NPA가 경제주의 또는 노동자주의적이기 때문에 정리해고에는 반대하지만 은행의 국유화에 대해서는 관심을 보이지 않았을 수도 있다. 포르투갈 ‘좌파 블록’은 일반적으로 더 소극적이어서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은행 국유화를 반대했다. 유로존에 반대하는 것에 대해서도 매우 불안해했다.

파노스 알렉스가 방금 말한 디폴트 선언과 유로존 탈퇴는 우리가 주장한 것이다. 이 주장은 그리스 좌파 내에 논쟁을 일으켰다. 최근에는 좌파 일부가 우리의 주장을 지지하기 시작했다. 전통적으로 유럽연합에 가장 강경한 태도를 가지고 있는 그리스 공산당은, 처음에는 부채 논의가 주의를 딴 데로 돌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게 주장한다. 지금은 노동자들이 부채를 무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작은 발전이다.

시나스피스모스[Synspismos 그리스의 좌파진보연합]에서는 한 좌파 경향이 회의를 열고 기존의 친유럽연합 입장을 버리고 우리와 비슷한 입장을 발표했다. 이들은 유럽중앙은행의 지시를 따르지 않을 것과 부채 재협상을 요구했다. 상황이 좋아지고 있지만 논쟁은 앞으로 그리스가 부분적으로 디폴트를 선언하고 채권의 가치를 깎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오게 될 몇 달 동안 더 심화될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 논쟁에 집중할 것이다. 그리스의 사례가 유럽 전역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