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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는 기만”일 뿐인가?

4월 30일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4·30 투쟁 결의대회’에서 전국학생행진(이하 행진) 경향의 활동가는 다음과 같은 골자로 발언했다.

“독일에서는 사회주의자 탄압법을 휘두른 비스마르크가, 한국에서는 독재자 박정희가 복지 제도를 도입했음을 볼 때 복지는 기만이다. 현재 한국 노동자·민중에게는 노동권이 중요하고 저임금·불안정 노동을 해결해야 한다.”

학생행진이 메이데이를 앞두고 발행한 글들에는 다음과 같이 요약돼 있다. “저임금과 고용 불안 해결 없는 복지는 기만이며 우리가 정말 행복해질 수 있는 길(진정한 복지)은 최저임금과 간접고용(비정규직) 문제 해결이다.” “복지? 빛 좋은 개살구!”라고도 했다.

그러나 복지는 고용 분야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므로 설사 저임금과 고용 불안을 해결하지 못하는 복지라 할지라도 “기만”이라고 낙인찍는 것은 과하다.

사람들은 저임금과 불안정한 고용 외에도 높은 의료비와 교육비 부담 등에 시달린다. 그런 고통 중 일부라도 덜 수 있다면 그것은 이익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무상급식 정책에 큰 지지를 보내는 것이다.

엄밀히 말해서 저임금·불안정 노동 해결이 복지 확충보다 더 급진적이거나 근본적인 요구인 것도 아니다. 둘 다 필요한 것이다. 우리 사회에는 둘 다 해결할 수 있는 재원이 있다. 둘 중 하나만 배타적으로 강조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폄훼

행진이 무리하게 두 요구를 대립시키는 데에는 복지국가소사이어티 등 복지 운동 내 일부가 복지를 대가로 고용 안정을 해치는 ‘유연안정성’ 정책을 일부 수용하고, 이런 요구를 매개로 민주당 같은 자본가 정당과 동맹을 추구하는 데 대한 비판적 의식이 작용한 듯하다.

나도 복지국가소사이어티의 전략에 매우 비판적이므로(《마르크스21》 7호, ‘복지국가소사이어티의 이론과 실천’ 참고) 행진의 주장에 이해할 만한 구석이 있다고 본다.

그럼에도 복지국가소사이어티의 견해가 복지 운동을 대표한다고 볼 수는 없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운동만 보더라도 복지국가소사이어티의 양보론은 다수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

특정 단체의 견해를 비판하는 데서 너무 나아가 운동 전체를 싸잡아 비난하고 무엇보다 광범한 피억압 대중의 바람을 폄훼하는 것은 스스로 대중 운동에서 멀어지게 만드는 효과만 낼 것이다.

그것도 전혀 온당치 않은 이유로 말이다.

복지 확대를 바라는 광범한 대중 속에서 올바른 전략을 제시함으로써 복지 운동이 좀더 급진적이고 근본적인 대안을 추구하는 운동으로 발전하도록 돕는 것이 진정한 좌파의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