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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대학교 법인화는 경쟁 격화의 부메랑으로 되돌아올 것

1994년 사립에서 시립으로 전환한 인천대학교는, 2005년 이래 안정적인 재정 확보를 위해 국립대 전환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정부는 국립대 법인화를 추진하면서 국립대 전환 조건으로 인천대학교에 법인화를 요구했다. 이에 학교 구성원 다수가 법인화를 반대하며 싸웠고, 2007년 ‘인천대법인화저지와 공교육발전을 위한 인천지역공동대책위원회’를 결성했다.

공대위는 법인화가 교육의 공공성을 거부하는 것이라고 올바르게 지적했다. 법인화가 되면 국가 재정 지원도 연구 성과 등에 따라 차등 지원되고, 다른 대학과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등록금을 인상하거나 수익사업에 더 열을 올리게 될 것이다. 또 모든 권한이 이사회에 집중돼 그나마 존재하는 대학 민주주의를 망가뜨릴 것이다.

그런데 2008년 인천대학발전협의회는 조건을 달아 국립 법인화를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으로 바뀌었다. 2008년에 학교 구성원이 합의하고 2011년 현재까지 수정된 전제 조건은 다음과 같다.

하나, 총장직선제. 둘, 법인 이사회 내부 인사 비율을 3분의 1로 해 이사회 전횡 방지. 셋, 법인설립위원회 학생 참여 보장. 넷, 재무경영협의회 학생 참여 보장. 다섯, 평의원회 학생 참가. 여섯, 재정 지원을 타 국립대 수준으로 할 것.

지난 3월 30일, 인천대학교 학생총회는 세 가지 안건을 다루었다. 첫째, 인천대와 인천전문대의 통합과 송도 이전에 따른 캠퍼스 신축 문제. 둘째, 전제조건을 이행하는 법인화. 셋째, 교육 권리와 복지 향상이 그것이었다.

현재 인천대학교는 송도에 새 캠퍼스를 세우고 학생 다수가 여기서 교육을 받고 있으나, 인천시의 재정 지원이 지연되면서 캠퍼스 신축이 무기한 연기돼 일부 학과가 이전 캠퍼스였던 도화동으로 분산 배치됐다. 학생들은 인천시 재정지원이 조속히 이루어지도록 하기 위해 ‘4월 릴레이 행동전’과 총궐기를 결의했다.

학생들과 구성원들은 국가 재정 지원을 통해서 인천대학이 갖는 어려움을 해결하고자 한다. 정부가 ‘법인화 전환을 빨리하는 대학들에게 차등적인 재정지원’을 약속하면서 유혹하는 상황에서, 구성원 일부가 국립 법인화를 국립화와 같은 것처럼 생각하고 조건부로 이를 찬성하는 심정은 이해할 수 있다.

“학생 규모가 1만 2천 명이면 국립대들의 경우 6백억~7백억 원 정도 재정 지원을 받습니다. 그래서 우리도 2014년까지 학생 규모를 늘리고 법인화되면 국립대 수준으로 지원을 받을 거라 기대합니다.”

그러나 법인화에 대한 조건부 찬성은 부메랑이 돼 돌아올 것이다. 정부는 경쟁 교육을 강화하려고 법인화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립대 법인화가 확대되면 대학 교육에 대한 정부 지원이 늘어난다고 하더라도 그 지원은 대부분 성과에 따른 차등 지원일 것이다.

교수들은 정부와 기업으로부터 연구 수주를 받아내야 한다는 성과 경쟁이 심해질 것이고, 이 성과에 따라 차등 연봉제 등이 도입될 것이다. 더 나아가 퇴출제가 도입될 수도 있다.

교수들이 연구 수주에 몰두하게 되면 수업 준비가 부실해져 수업의 질이 떨어질 것이고, 상당히 많은 강의가 불안정한 신분 때문에 수업 준비를 제대로 하기 힘든 비정규직 강사들에게 맡겨질 것이다. 대학 직원들도 비용 절감 등의 이유로 그 신분이 불안정해질 수밖에 없다.

대학 간, 교수 간 경쟁이 강화되면 늘어난 정부 지원금이 학생 등록금 인하에 쓰일 수도 없다. 오히려 대학 경쟁력을 강화하려면 ‘발전기금’이 필요하다며 등록금 인상도 해마다 계속될 것이다.

또, 교육 성과에 따른 정부의 차등 지원 때문에 학생 간 경쟁도 심화할 것이다. 상대평가제 강화, 토익·토플 등의 자격증 의무화, 전 과목 영어수업 등의 경쟁 격화는 학생들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런 경쟁 격화의 비극을 카이스트 학생들의 자살에서 본 바 있다.

누군가는 학교 간, 교수 간, 학생 간 경쟁이 이미 격화하고 있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 있다. 그러나 몇몇 대학이 법인화를 수용한다면 정부의 경쟁 교육 강화 정책은 더욱 힘을 얻을 것이고, 이를 되돌리는 것은 더욱 힘들어질 것이다.

법인화를 전제로 한 국립화를 수용하는 것은 독이 묻은 사과를 삼키는 셈이다.

인천대학의 교육환경을 대대적으로 개선하고, 저렴한 등록금으로 양질의 수업을 듣고, 교수와 학생이 협력하며 자유롭게 학문을 탐구하려면 법인화를 조건부로 수용할 것이 아니라, 다른 국립대학들에서 벌어지고 있는 법인화 반대 투쟁에 함께하면서 인천대학의 국립화와 재정 지원을 조속히 추진하라고 요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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