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족을 차별하는 재외동포법

 

“말로만 동포, 실제는 차별”, “조선족도 동포다. 재외동포법 개정하라” 11월 2일 강제 추방에 반대하고 재외동포법 개정을 위한 이주 노동자 집회에 참가한 조선족 이주 노동자들이 든 팻말이다.

조선족 노동자들은 11월 16일부터 시작될 정부의 ‘불법체류’ 단속에 최대 피해자가 될 것이다. 우리 나라에 와 있는 이주 노동자 40만 명 중 절반 이상이 조선족이다.

조선족 노동자들은 그 동안 열심히 일해 돈을 모아 가족들에게 돌아가겠다는 일념으로 건설 현장 컨테이너 막사에서, 여름에는 다리 밑에서, 두 사람이 누우면 앉을 자리도 없는 ‘벌집’ 다락방도 마다 않고 지내왔다. 이들은 요즘 정부의 단속 예고에 하루하루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뜻대로 못 사는 것이 가장 큰 어려움이예요. 떳떳이 못 사는 거죠. 심리적으로 늘 불안한 상태예요.”(조선족 김삼흥 씨)

그 동안 조선족에 대한 한국 정부의 태도는 한마디로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는 옛말 그대로였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기

 

한국 정부는 1988년 신도시 건설에 많은 노동력이 필요하자 조선족의 무비자 입국까지 허용했다. 1989년에는 주택사업협회에서 정식으로 중국 조선족들을 투입하기 시작하면서 입국심사도 간편해졌다. 이 시기에 조선족만이 아니라 이주 노동자도 급증했다. 한국 노동시장에 많은 노동력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1991년 초 정부는 이주 노동자를 ‘기술연수’ 명목으로 고용할 수 있게 했고 이것을 확대해 종업원수에 따라 이주 노동자를 고용할 수 있게 했다.

1991년 말, 경기가 위축되자 정부는 출입국 절차를 강화하고 ‘불법 체류자’ 단속을 강화했다. 당시 경찰은 건설 노동자 송출장이 열리던 서울역 지하도에서 아침 7시부터 9시 사이에 서성거리는 수십, 수백 명의 조선족 청년을 잡아가기도 했다(《격동기의 중국 조선족》 , 백산서당).

1992년 여름 한중수교 이후 조선족을 비롯한 중국 노동자들이 많이 입국하자 한국 정부는 재중동포의 입국을 제한하기 위해 1993년 10월 비자 발급을 제한하고 관광 목적의 비자 발급은 아예 중지했다. 이후 정부는 기업 사정에 따라 단속을 강화하고 체류 기간을 몇 차례씩 연장해주기도 했다.

1999년 김대중 정부가 만든 ‘재외동포법’은 한국에 인접해 있는 중국 동포(2백만 명), 옛 소련 지역 거주 동포(50만 명), 일본 거주 무국적 동포(대략 40만 명) 들을 ‘동포’에서 제외시키고 국내에 들어와서 단순 노무에 종사할 수 없도록 규정했다. 이 때문에 조선족 이주 노동자들은 계속 불법 체류자 신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01년 헌법 재판소는 ‘재외동포법’이 평등권을 침해한다 해서 헌법 불일치 판결을 내리고 올 12월 말까지 개정하라고 입법 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법무부는 지금까지 질질 시간만 끌어 오다 최근(9월)에 와서야 개정안을 내놨다. 그런데, 차별 조항을 개선하기는커녕 출입국관리법상 제한 조치들을 강화했다.

11월 2일 집회에서 만난 조선족연합회(준) 회장인 유봉순 씨는 개정안에 대해 이렇게 분통을 터뜨렸다. “(외국인 동포의) 국적 변경 기준 시기를 1948년에서 호적 제도를 실시한 1922년으로 앞당겼다고 생색내지만 그 전에 간 사람, 호적 등본 없는 사람, 이북에서 온 사람은 동포가 아니라는 거죠. 게다가 직계비속 범위를 2대로 제한하고 있어서 지금 여기 와 있는 젊은 사람들은 아예 제외돼요. 2대라 해도 입국하려면 거주국에서 50만 달러 이상 투자한 한국 기업에서 1년 이상 일한 사람이어야 해요. 또 1년간의 소득세 증명과 납세증명 등이 합치해야만 들어올 수 있다는 조건을 내세웠는데, 조선족 중에 그 조건을 채울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어요? 개악 중에서도 개악이고 우리 조선족을 동포에서 제외하기 위해서 만든 거나 다름없어요.”

정부는 ‘중국과의 외교 문제’를 구실로 내세우며 조선족 등을 ‘동포’로 인정할 수 없다고 말한다. 중국 대사 리빈은 재외동포법 개정에 대해 “중국은 이중국적에 찬성하지 않으며” “한-중 관계를 잘 고려해서 처리”해 달라고 한국 정부에 요청했다. 중국 정부는 재외동포법 개정으로 조선족이 자유롭게 국경을 넘나들게 되면 통제가 느슨해질까 봐 우려한다. 그리 되면 내몽고족, 티베트 장족, 신장의 위구르족 등 소수 민족 운동을 억압하는 데도 힘이 들까 봐 걱정한다.

 

인종 차별

 

법무부는 재외동포법에서 제외된 조선족 등을 ‘동포’로 정의하고 자유왕래와 취업의 자유를 보장하게 되면 국제인권규약을 위반하는 ‘인종 차별’이라고 되레 큰소리다. 그러나 수십만 명의 이주 노동자들을 실컷 부려 먹다 강제 추방하는 정부의 행태야말로 지독한 인종 차별이다. 조선족들은 입국시 세관에서부터 ‘중국에서 온 거지’ 혹은 ‘식민지 이등국민’ 취급을 받는다. 법무부의 위선은 자신들의 내부 문서에서 개정안의 취지는 “현행 제도의 골격은 유지하면서 차별을 정당화할 수 있는 합헌적 기준을 발굴해 중국 동포의 급격한 유입을 차단하는 것”이라고 말한 데서 잘 드러난다.

삼성전자 사장 출신 정보통신부 장관 진대제는 15년간 주민등록증 없이 자유롭게 한국에서 살면서 미국과 한국을 자유롭게 드나들고 장관 자리까지 할 수 있도록 극진히 보호하고 온갖 혜택을 받는다. 반면, 조선족 동포들은 철저히 이용해 먹고 이제 와서는 불법 체류자라며 강제 추방하려 한다.

노무현 정부는 조선족을 즉각 동포로 인정하고 자유왕래와 취업의 자유를 보장하라!

조승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