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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민주노조를 쟁취한 전주 버스 노동자의 편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1백45일간의 처절한 파업 투쟁을 마무리하고 현장에 복귀했다.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의 경제적,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참아낸 동료들이 고맙고 매우 자랑스럽다.

제일여객의 파업 대오는 1백62명으로 시작해서 끝날 때는 1백42명이었다. 어려운 가정 형편에 비춰 보면 상상을 초월하는 응집력과 인내를 보여 준 것이다. 이것은 승리에 대한 믿음과 파업의 정당성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1백 일 넘는 투쟁 끝에 승리한 버스 노동자들 자신감과 향후 투쟁의 교두보를 얻었다.

20명이 경제적 타격에 굴복해 파업 대오에서 이탈했지만 그들도 파업의 정당성을 부정하지 않았다. 그래서 같이 파업했던 동료들에게 미안해 낯을 들지 못하고 괴로웠다고 한다. 우리가 파업을 마무리하고 복귀했을 때 그들은 다시 우리에게 돌아왔다.

일부 조합원들은 투쟁을 통해 이룬 성과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조합원들이 투쟁 과정에서 과거의 굴종적인 의식과 비교할 수 없는 당당함을 얻는 등 의식의 변화를 겪었다. 무엇보다 끔찍한 현실을 바꿀 수 있는 교두보를 얻었다.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과거 한국노총 소속 전 노동조합은 도저히 용납하기 힘든 열악한 환경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무관심했다. 그런 노조를 등에 업고 회사는 착취에 열을 올렸다. 그야말로 노예나 다름없고, 파리 목숨과 같은 생활을 해 왔다.

민주노조를 인정받은 지금, 어용노조를 탈피했다는 성취감을 빼면 현실은 여전히 끔찍하다. 조합원들은 부당 배차, 부당 승무, 열악한 노동조건 등을 확 뜯어고치길 원하고 있다. 우리는 투쟁을 통해 얼마든지 이런 현실을 바꿔낼 수 있을 것이다. 행정관청이나 사측도 과거처럼 노동자를 무시하지 못할 것이다. 무시한다면 우리가 그저 두고 보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가 민주노조를 만들기 위해 투쟁에 나서고 있을 때 한쪽에서는 가칭 ‘국민노조’라는 것이 생겨나고 있다.

우리 노조에서도 투쟁 없이 노조 인정을 받을 수 있었는데 불필요하게 힘들게 싸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과연 ‘국민 노조’가 대안일까. 투쟁하지 않고서 어느 것 하나 바꿀 수는 없다는 것을 우리 전북버스 노동자들은 확실히 경험했던 게 아닌가.

이제부터 전주 민주버스 조합원들은 새로운 투쟁을 전개해야 한다. 전북고속 동지들의 끝나지 않은 파업 투쟁에 힘을 실어서 전북고속 사업주를 굴복시켜야 한다. 동시에 복귀한 각 작업장에서 그동안 포기해야 했던 권리 찾기에 본격적으로 나서야 한다.

우리 투쟁은 비슷한 처지에 있는 전국의 노동자들의 요구를 드러낸 것이기도 하다. 우리의 민주노조 건설 투쟁이 전국을 뒤흔드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