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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투쟁의 동력은 왜 줄어들었는가

5월 12일 열린 고려대 2차 비상학생총회는 3백여 명이 참가해 정족수 미달로 성사되지 않았다. 학교 측의 양보안을 받아들일지 아니면 투쟁을 계속할지는 5월 26일에 열릴 전체학생대표자회의에서 결정하기로 했다.

2차 비상학생총회에 참가한 학생들의 숫자가 1차 학생총회에 비해 줄었다는 것은 학생들의 등록금 문제에 대한 분노가 줄었다는 것을 나타내지 않는다. 김영익 씨(정치외교학과 2학년)는 “얼마 전 학교 측 답변이 실린 대자보를 읽다가 발을 동동 구르면서까지 화를 내는 여학생을 봤다”고 말했다. 실제로 고려대 학생 10명 중 1명이 학자금 대출을 받고 있는 현실은 그대로다.

그러나 사람들은 분노만 가지고 행동에 나서지는 않는다. 행동에 나서려면 투쟁을 했을 때 무언가를 이룰 수 있을 것 같다는 가능성과 전망이 필요하다.

실제로 올해 3월 말 1천5백 명이 모여 비상학생총회를 성사했을 때는 많은 학생들이 그런 가능성과 희망을 느끼고 있었다. 청소 노동자들의 투쟁도 학생들에게 영감을 줬다.

그러나 3월 31일 학생총회 이후에 이렇다 할 대중 투쟁이 진행되지 못하고 점거도 대중적으로 건설되지 못하면서 투쟁에 김이 빠지기 시작했다.

애초부터 점거 농성을 반대했던 일부 학생회장들은 총회가 정족수가 되지 않았다고 근거없이 주장하며 총회의 결정에 흠집을 냈다. 또 학교가 일부 양보안을 내자 협상을 위해 점거를 접자며 중앙운영위원회에서 점거 중단을 통과시켜 버렸다.

일부 학생회가 등록금 동결을 바라는 학생들의 염원을 제대로 대변하지 않는 상황에서는 학생회에 의지할 것이 아니라 열의있는 사람들이 실질적인 지도부를 구성해 투쟁을 이끌어야 했다. 그 점에서 좌파가 점거 초기부터 점거위원회 건설을 제안하지 않은 것은 아쉬운 일이었다.

지금 학생들의 정서가 분노는 있지만 지도부를 뛰어넘어 행동을 분출할 만큼 자신감이 높지는 않다. 이런 상황에서 사실상 등록금 투쟁을 반대한 일부 학생회장들 때문에 지도부가 마비되는 상황은 투쟁에 큰 악영향을 미쳤다.

문과대 학생회와 다함께 고려대 모임 등 일부 활동가들은 1천25명 학생들의 연서명을 받아 2차 총회를 발의하며 투쟁을 더 진전시키려 노력했다.

그러나 투쟁을 건설하는 데 확신을 갖지 못하고 동요하던 총학생회와 학생행진 경향 활동가들도 2차 총회를 며칠 앞두고 점거 농성을 중단시키며 투쟁에 찬물을 끼얹었다. 이런 상황이 총회 성사를 어렵게 만든 것이다.

지금은 투쟁 동력이 줄어든 상황이다. 그러나 등록금 인상에 불만을 가진 학생들이 분명히 존재하는 만큼 5월 26일로 예정된 전체학생대표자회의에서 학교 측의 양보안을 받아들이지 말고 투쟁의 불씨를 살려 나갈 결정을 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