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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꼬뮤니즘 ABC》:
혁명의 힘으로 그린 대안 사회의 모습

《꼬뮤니즘 ABC》, 부하린·프레오브라젠스키, 황동하 옮김, 빛나는전망, 1만 원, 2백13쪽

“지금 자본주의는 눈 앞에서 사멸하고 있다.” 마르크스주의 입문서로서 이 책이 다른 입문서들과 구분되는 특징은 무엇보다도 발간 시점에 기인한다.

1917년은 열광적인 해였다. 러시아 노동계급은 야만으로 치닫던 제1차세계대전의 동부전선을 무너뜨리며 세계 최초로 사회주의 혁명을 성공시켰다.

하지만 겨우 2년 만에 힘겨운 내전이 시작됐다. 러시아의 옛 지배자들과 14개국의 군대가 쳐들어왔다.

이 책의 집필은 내전에서 승리하고 국제 혁명을 전진시키려는 러시아 혁명가들의 수많은 과제들 중 하나였다. 혁명의 성공으로 당원들이 물밀듯 들어왔다. 그들은 새로운 세계관으로 무장돼야 했다.

러시아공산당은 즉각 이 과제에 착수했다. 1919년 3월에 채택된 당 강령을 풀어쓰기로 했고 《공산주의의 ABC》라는 해설서를 이듬해에 발간했다. 이번에 번역된 이 책은 해설서의 1부에 해당한다.

러시아 혁명가 부하린은 서문에서 이렇게 말한다. “이 책을 집어 든 모든 동지는 그것을 끝까지 읽게 될 것이다.” 정말 그렇다. 쉬운 낱말과 명료한 논지 전개로 가독성이 뛰어난 책이다.

이 책은 기초적이지만 생생한 질문을 던진다.

자본주의가 말하는 ‘조국’은 무엇인가? 이 단어가 지닌 진정한 뜻은 무엇인가?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인가? 부가 넘쳐나는 상황에서도 사람들이 극빈자가 되는 현상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혁명 러시아의 경험과 접목된 사회주의에 대한 심오한 질문도 있다.

어떻게 이 방대한 조직이 아무런 관리 없이 작동될 수 있을까? 누가 사회적 생산을 위한 계획을 작성할 것인가? 누가 노동력을 분배할 것인가? 누가 사회적 소득과 지출을 기록할 것인가? 한마디로 누가 이 모든 일들을 감독할 것인가?

이 책은 그 어떤 책보다도 충만한 자신감을 보여 준다.

저자들은 과감하게 주장한다. 계급 대립에 들어간 방대한 인간 에너지를 해방시켜야 한다고 말이다. “탄압과 법정 재판, 경찰 활동” 같은 낭비된 에너지들은 “경쟁과 공황, 전쟁으로 파괴되거나 낭비되었던 에너지와 물질적 수단”과 함께 사라지고 말 것이다.

미래에 대한 낙관적 전망, 혁명가들의 경험, 알짜배기 자본주의 비판. 이 세 가지를 동시에 얻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야 한다. 다음과 같은 공산주의의 미래는 핵 재앙, 심대한 경제 위기, 그 밖의 일상적인 야만을 경험하는 우리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이다.

“인간의 인간에 대한 학대가 사라짐과 함께, 인간에 대한 자연의 학대도 마찬가지로 사라질 것이다. 남성과 여성은 처음으로 잔인한 짐승과 같은 삶에서 생각하는 존재의 가치 있는 삶으로 인도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