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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는 자고 싶다”는 유성기업 노동자들

이명박 정부는 순식간에 솟구쳐 올라 강력한 힘을 과시한 유성기업 노동자들의 점거파업에 놀라 신속하게 경찰력을 투입해 5백6명을 연행하고 두 명을 구속했다.

그리고 이명박은 라디오 연설에서 “파업하고 기업 문 닫고 최악의 사태를 겪은 다음에야 협력과 상생의 중요성을 깨닫는 일이 더는 반복돼선 안 된다”고 했다. 열다섯 명이 연쇄 자살·사망한 쌍용차를 “노사관계가 안정”된 사례로 들면서 말이다.

그러나 이런 강경 대응은 노동자 투쟁에 대한 이명박 정부의 두려움에서 비롯한 것이다. 지난해 말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25일 동안 공장 점거파업을 벌여 지배자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고, 홍익대·고려대·연세대·이화여대 청소 노동자들과 전북 버스 노동자들이 파업에 나섰다. 이 중 대학 청소 노동자들과 전주 버스 노동자들은 상당한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점거 파업을 한 유성기업 노동자들

이는 물가 상승으로 인한 불만 속에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노동조건 개선 요구가 커지고 있음을 보여 준다. 지난해 한국 경제가 6.2퍼센트의 성장을 이루고 GDP 2만 불을 회복했다지만, 실질 소득·임금은 줄어 노동자들의 불만과 분노가 누적돼 왔다.

이명박 정부의 레임덕이 심화되고 분열이 심각해지면서 노동자들의 투지도 살아나고 있다. 비정규직·최저임금 노동자들의 투쟁이 노동자들의 자신감 회복을 일정하게 자극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광범하게 노동자 투쟁이 벌어지지는 않아도 몇몇 작업장의 투쟁이 첨예해지거나 순식간에 전국적인 초점을 형성하곤 한다. 유성기업 노동자들의 점거파업이 바로 그런 경우다.

유성기업 노동자들은 완성차에 대한 독점적 제품 공급과 숙련 노동에 기반해 작지만 탄탄한 노조를 구축해 왔다. 엄기한 유성기업지회 부지회장은 “IMF 경제 위기 때도 18일에 걸친 전면 파업으로 정리해고의 칼바람을 물리쳤고, ‘비정규직 없는 공장’을 만들어 왔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노조는 이런 투쟁들 속에서 2009년에 ‘2011년 1월부터 주간연속2교대제와 월급제를 시행한다’는 합의를 이끌어 냈다.

지난 1년 6개월 동안 노동자 다섯 명이 돌연사나 자살로 사망하는 등 야간노동이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을 온몸으로 겪은 유성기업 노동자들이 “밤에는 자고 싶다”고 요구하는 것은 너무나 정당하고 절박하다. 이런 요구가 ‘지나치다’는 보수 언론·자본가 단체·정부의 주장은 정말 기가 막힐 뿐이다.

유성기업 노동자들이 주간연속2교대제를 쟁취할 경우, 임단투를 앞두고 있는 현대차·기아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 자명하다. 파업 전부터 현대차 구매담당 총괄이사가 공장에 상주하며 유성기업 노사관계에 직접 개입한 것은 이 때문이었다.

이렇게 현대차 자본을 등에 업은 유성기업 사측은 노동자들이 두 시간 시한부 파업을 벌이자 곧바로 불법 직장폐쇄를 감행했고, 용역깡패를 고용해 노동자들을 차로 깔아뭉개는 등 ‘살인미수’ 행위까지 서슴지 않았다.

이에 분노한 노동자들은 즉각 공장을 점거했고, 순식간에 자신들의 막강한 힘을 드러냈다. 5백여 명의 노동자들이 한국 자동차 산업에 심장마비를 일으킨 것이다.

공장 점거 이틀 만에 기아차와 현대차의 생산이 마비되기 시작했다. 파업이 더 길어질 경우 GM대우·르노삼성·쌍용차 등에도 엄청난 타격이 예상됐다.

정부와 사장들은 공포에 떨었다. 이들은 발작적 태도를 보이며 “고액 연봉”, “외부세력 개입” 등 온갖 비방을 퍼부었다. “연봉 7천만 원”이라는 거짓말도 등장했다.

그러나 유성기업의 16년차 노동자들의 평균 임금은 5천만 원밖에 안 되고, 이마저도 수명을 단축시키는 야간노동과 고된 노동의 대가다.

더욱이 재벌들이 노동자들의 고혈을 짜 엄청난 재산을 불리는 것은 문제되지 않는데, 주 60시간 이상 뼈 빠지게 일해 온 노동자들은 임금을 많이 받으면 안 된다는 것인가.

유성기업 점거가 자신들에게 끼칠 손해와 노동자들의 투지 상승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정부와 자본가들은 겁에 질렸다. 그래서 이명박은 매우 신속하게 경찰 수천 명과 포크레인·물대포·헬기 등을 동원해 비무장한 노동자들을 짓밟았다.

파업 효과를 극대화하고 정치적 초점을 제공하는 공장 점거파업을 중단시키려고 안간힘을 쓴 것이다. 공장 점거가 계속됐다면 그 힘은 정말 엄청났을 것이다.

파급력

지역 노동자 1백여 명이 공장 점거에 동참하고, 같은 부품을 생산하는 대한이연지회가 대체 생산 거부를 선언하는 등 헌신적인 연대가 이어졌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이미 전국적 투쟁으로 발전한 상황에서 금속노조와 민주노총이 힘을 집중해야 했다. 아쉽게도 우리 쪽보다 저들의 응집력과 신속함이 더 우세했고, 점거 노동자들은 공장 밖으로 밀려났다.

그럼에도 유성기업 노동자들은 연행됐다 풀려나자마자 다시 집결해 공장 앞 비닐하우스에서 노숙하며 투쟁을 지속하고 있다.

한 조합원은 “노동자 4백여 명이 주·야간으로 돌리던 공장을 관리자 1백여 명을 완전히 대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숙련 기술이 필요한 작업이라 0.5센티미터의 작은 차이에도 불량이 나오는데, 이 상태로는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투쟁은 끝난 게 아니다. 유성기업 노동자들이 자신감과 투지를 잃지 않고 거점 투쟁을 계속할 수 있도록 강력한 지지와 연대가 지속적으로 이어져야 한다.

“밤에는 잠 좀 자자”는 노동자들의 정당한 목소리와 이에 대한 지지·연대가 계속된다면 정부와 자본가들도 버티기 쉽지 않을 것이다. 유성기업 투쟁의 불씨가 살아 있어야 다른 곳으로 번져가기도 쉬울 것이다.

현대차·기아차 노조의 활동가들도 이 소중한 기회를 부여잡아 투쟁과 연대를 건설해야 한다. 노조를 탄압하고 불법 대체인력으로 생산하는 유성기업 부품에 대한 전수검사 실시도 요구할 수 있다.

민주노총과 금속노조도 연대 의무를 다해야 한다.

금속노조는 5월 30일 임시대의원대회에서 “유성기업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6월 하순에 총파업을 포함한 총력 투쟁에 나서겠다”고 결정했는데, 이것은 실질적인 연대 투쟁과 시기집중 임단투 건설의 시작점이 돼야 한다.

이렇게 합시다

  • 유성기업 노동자들이 끈질기게 싸울 수 있도록 투쟁 기금을 보냅시다.

    모금 계좌: 농협 352-0283-9372-13 (예금주 조미숙)

  • 자신이 속한 노조·단체·학생회·동아리 등에 제안해 파업 지지 성명을 내고, 각종 웹사이트에 게재합시다.

    유성기업 노동자들이 볼 수 있도록 가족대책위 까페에도 가입해 올립시다.

  • 투쟁 지지 배너·대자보를 제작해 공장 앞 농성장으로 보냅시다.

    주소: 충남 아산시 둔포면 운용리 269 조선영농 조합법인 이종범

  • 유성기업 사측에 항의전화 합시다.

    전화: 041-539-5000

    팩스: 041-539-5009

  • 6월 4일(토) 오후 3시 양재동 현대차 본사 앞에서 개최될 집중 집회에 함께합시다.

    평일엔 매일 열리는 유성기업 아산공장 앞 집회(오후 7시 30분)에도 함께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