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 임시 당대회가 보여준 것

 

지난 11월 1일 열린 민주노동당 임시당대회는 서로 모순되는 두 가지 주요 안건을 동시에 통과시켰다. 하나는 ‘사회주의’와 ‘노동계급 중심성’을 강조하는 당 발전특위 보고서의 심의·채택 건이었다. 다른 하나는 압도 다수의 찬성으로 가결된 전농과의 합의문 인준 건이었다.

전자는 당 내에서 첨예한 토론과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참석 대의원 과반수에서 2표 차이로 아슬아슬하게 통과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논란이 된 이유는 당 발전특위 보고서에 “당 활동 전반에서 ‘사회주의적 이상과 원칙을 계승·발전’시키기 위한 노력을 강화한다”는 점과 “당의 노동계급 중심성을 강화한다”는 점이 포함됐기 때문이었다.

따지고 보면, 위의 두 가지 사항이 모두 민주노동당 강령에 포함돼 있기 때문에 당 내에서 논란이 벌어질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전농 소속 농민들이 당에 가입하면서 민주노총의 정치적 비중이 과소평가되는 등 당의 민중주의적 성격이 강화되기를 원하는 세력에게는, 사회주의를 표방하는 것과 노동계급 중심성을 강조하는 것이 못마땅한 일이었다.

임시당대회에서 김창현 울산시지부장은 사회주의를 내세우는 것이 내년 총선에 도움이 안 될 뿐 아니라, 근본 변혁 과제인 사회주의는 당면 과제가 아니라는 이유를 들어 당 발전특위 보고서 채택에 반대했다.

물론 농민이 당에 들어오는 것은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가입의 전제 조건이 영 불길하다. 부문별 당 대의원 배정 비율을 조정해 노동 대 농민 비율을 2 대 1로 정한 것은 당의 노동계급 중심성을 훼손하는 것이다. 한국 사회의 계급 구조와 비교해 보더라도 이 비율은 농민이 과대 대표돼 있다. 민주노동당은 당원의 60퍼센트 이상이 노동자이고 또 사실상 민주노총이 주축이 돼 만든 당이기 때문에 ‘노동’이 당명에 포함됐다.

 

사회주의

 

지난 10월 23일 열린 당 중앙위원회 회의에서 부결된 당 발전특위 보고서가 임시당대회에서 채택된 것은 민주노동당 역사에서 처음 있는 매우 특별한 일이었다. 당의 실천 면에서는 지금까지와 별 다를 바 없겠지만, 이데올로기면에서는 사회주의를 옹호한 것이 자본주의 체제에 도전을 하는 당 안팎의 좌파들의 토론과 논쟁 지형 수호에 보탬이 될 것이다.  

근본적으로 말해, 임시당대회에서 사회주의를 표방하고 노동계급 중심성을 강조하는 보고서가 채택된 것은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반자본주의 운동 덕분이다. 다른 한편, 민주노동당이 이런 보고서를 채택한 것은 한국의 반자본주의 운동에도 이데올로기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다.

안타깝게도, 최근 노무현의 재신임 논란 국면에서 민주노동당은 노무현 퇴진이 아니라 재신임 철회를 요구하고, 또 재신임 투표를 할 경우 조건부 반대를 내걸었다. 지금은 노무현 정부가 이라크 파병, 네이스 도입, 새만금 사업 강행, 비리와 부패, 반노동정책, 국민연금법 개악 등으로 대중의 환멸을 사고 있는 상황 인데도 그렇다.

노무현이 퇴진해야 할 이유가 너무 많아 다섯 손가락으로 꼽기에도 부족하다. 민주노동당이 노무현에 분노하는 이런 대중의 정서를 반영하기보다 노무현 정부의 퇴진 뒤에 닥칠 소위 ‘국정 혼란’을 우려하는 것은 우려스럽다.

민주노동당이 사회주의 이념을 옹호한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전농과의 합의 조건이나 재신임 정국에서 당이 내놓은 전술은 당의 미래를 어둡게 보이도록 만들 예시적 사건일지도 모른다.

이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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